[인터뷰] 고봉준 | 태화철형 대표 (2/2)

in #sct6 years ago

(1편에서 이어집니다)

“의류, 원단, 가죽, 피혁, 고무 등 같은 모양을 여러 개 찍어내야 할때 철형을 쓴다고 보시면 됩니다. 샘플이 나온 다음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에 들어갈 때에는 철형작업이 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겁니다. 특히 가죽이나 고무의 경우 철형작업이 필수적이죠.” 고봉준 대표는 가죽 재단칼 외에도 코사지용 칼, 몰드 등을 생산한다고 했다. 코사지용 칼은 원단을 꽃 모양으로 잘라 액세서리를 만드는 등, 복잡한 형태로 원단을 자르기 위한 도구다. 앞서 말한 재단칼처럼 프레스를 사용하거나, 몰드에 대고 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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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사지 업체들이 많이 죽긴 했지만, 한때 코사지용 칼은 거의 저희밖에 생산하지 못했던 제품입니다. 국내에서는 생산 자체를 하질 못했었어요. 지금도 만드는 곳을 보면 간단한 수준에 머물고 있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로 하는 제품은 다른 곳에서는 만들지 못해요.”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부쩍 묻어났다. 동사에서 만드는 제품들은 내구성이 좋아서, 20년씩 써도 멀쩡하다고 했다. 또 보통 코사지 칼로 원단을 1장씩 찍어내는데, 동사의 제품은 50장씩 찍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저희에게 맡기다 보면 다른 업체로 갈 수가 없어요. 내구성을 따라오지 못해서 다른 쪽 제품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코사지 형태 자체가 내려앉아버리거든요.” 일본에서도 종종 주문이 들어온다고 했다. 복잡한 주문의 경우 칼 하나에 200, 300만 원 정도의 단가를 책정하기도 하는데, 그 돈을 들여서라도 동사에서 제품을 사간다는 것이다. 한편 가죽공방에 쓰는 제품들도 태화철형이 자신있어하는 분야다. 태화철형은 목타(가죽에 실구멍을 고르게 내기 위한 도구), 프렌치엣져(손으로 피할하기 위한 도구) 등 가죽공방용 다양한 도구를 생산, 주문제작한다.

이러한 도구들은 2010년대 초만 해도 대부분 프랑스, 일본 등지에서 사람이 직접 가서 사오는 방식으로 조금씩 유통되던 것들이다. 유통 라인이 확립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원하는 도구를 구하기 힘들었고, 비싸기도 했다. “보통 한 다리 걸쳐서 누가 직접 구매해 가져오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가격대 거품이 상당히 심했어요. 그런데 저희 제품이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상당히 잡혔죠. 저희의 목표는 여러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게 제품 가격을 많이 낮추는 일이었어요. 프랑스 제품의 경우 같은 구성으로 30만원이 넘어가서 초심자들이 접근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컸었는데, 저희가 일본, 프랑스 제품에 비해 절반, 많게는 1/3까지 가격을 낮췄습니다.”

태화철형이 생산한 제품들이 국내 가죽공방 도구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했다는 증거는 인터넷에서도 쉽사리 찾아볼 수 있었다. 가죽공방 문화는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었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쉽게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데, ‘태화철형’이라고 검색하기만 해도 많은 정보들을 볼 수 있다. 외국 제품과 태화철형 제품을 비교 분석하며 ‘가성비’와 품질이 출중하다는 언급도 제법 찾아볼 수 있고, 중고 물품을 판매할 때도 ‘태화’ 제품이라고 언급된다. 가죽공방 업계에서는 ‘태화’라는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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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저희밖에 못 만드는 제품이 많아요. 워낙 정교한 수작업이기 때문에 다른 철형집에서는 잘 만들지 못해요. 목타를 포함해서 저희가 만드는 제품이 수십 가지가 됩니다. 아주 기본적인 목타는 기계로 깎아서 저가형으로 나오는 제품들이 있지만, 기계로 깔거나 깎거나 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어요. 기계로 할 수 없는 것들은 저희가 수작업으로 제작합니다. 기계가 못 만드는 제품이죠.” “한때 선착순 판매를 할 적에는 2~3분 만에 완판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저희가 꾸준히 생산을 해서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대기가 2, 3달 정도 됐던 적도 있어요. 지금도 특정 사이즈는 그 정도 기다려야 합니다. 수작업이다보니 한 달에 만들 수 있는 수량이 한계가 있어요.”

가죽공방용 제품들은 거의 수작업이기 때문에 한 달에 만들 수 있는 수량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도 특정 사이즈는 주문하면 한 달이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저희는 외주가공을 하지 않고 다 직접 만듭니다. 외주를 할 수 있는 업체도 사실 없지만, 외주를 해도 이 가격에 맞추기는 쉽지 않아요. 저희가 가격대 기준을 높게 잡았으면 전체 시장의 평균 가격이 비싸졌을 거예요.”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까다롭다. 일본 사람들은 자국제품을 선호하고, 거칠고 투박한 핸드메이드 제품도 좋아하는 한편 한국사람들은 소위 ‘폼생폼사’다. 가죽공방용 도구도 실용성만 있으면 끝이 아니라 겉보기에도 심미적으로 만족감을 줘야 한다. “저희는 장인정신을 갖고 도구를 만듭니다. 대한민국 다른 곳에서 못 하는 것들도 저희는 할 수 있어요. 이렇게 자부심을 가지는 까닭이 있습니다. 같은 일을 40년 동안 해오고 있지만, 저희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늘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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