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봉제인] 김성규 - 솔로몬패션 대표 (1/3)

in #zzan5 years ago

“이것 좀 보세요” 대뜸 기자에게 자신의 책상 위 컴퓨터 화면을 가리켰다. “이것은 모든 생산 관련 정보를 누구와도 실시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신개념의 봉제공장 스마트화를 위한 프로그램이죠. 실시간으로 생산 공정이 파악되어 적재 적소에 최상의 공정을 계획할 수 있어요. 미리 납기일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파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모든 생산장비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현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동영상, 사진, 음성, 이미지가 첨부된 문서로 직접 작업 지시를 내릴 수도 있습니다. 9월 중 현장 적용을 목표로 지금은 프로그램 개발회사와 적응 테스트 중입니다.”

스마트공장化의 첫단계로 생산정보의 네트워크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솔로몬패션’ 김성규 대표. 그는 “봉제공장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마트공장’이 답”이라며 “급변하는 봉제생산환경에 대응키 위해 자동화 생산 시스템 구축은 필연”이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현장 작업자들에 대한 데이터가 전무했어요. 늘 해오던 방식대로 ‘이렇게 해야 된다’라는 것만 있었지, 작업자 개개인의 객관적인 능력 범위를 가늠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번 시스템 구축으로 기계가동시간은 얼마이고, 어느 품목을 얼마만큼했는가 등이 데이터화 되어 작업 지시에 도움이 클 것으로 기대합니다.

어떤 작업자가 어느 공정에 적합한지에 대한 것도 파악 가능하지요. 그렇게 되면 생산라인 전체에 공정 분배가 원활해져 생산성은 물론 인력 절감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합니다.” 솔로몬패션은 숙녀복 하의(바지)생산 전문 업체다. 패션의류기업 (주)한섬의 메인협력사로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역 인근, 한섬 팩토리아울렛 건물 4층에 공장을 두고 한섬의 숙녀복 브랜드 ‘SJSJ’를 생산하고 있다. 이 건물에는 솔로몬패션을 비롯해 한섬의 주력 브랜드인 타임(TIME), 마인(MINE), 에스제이(SJSJ), 시스템(SYSTEM) 등을 생산하는 여러 협력사 공장들이 입주해 있다.

“원래 한섬 오너가 패션 쪽 일을 해서 생산에 대한 배려가 깊고 협력 공장의 입장도 많이 헤아려 주는 분이죠. 생산을 하면서 그 분과 면담도 자주 했는데 애로사항을 많이 들어주는 편입니다. 한섬 오너는 아울렛몰 ‘마리오’가 이곳에 들어선 다음 해에 ‘나도 이런 걸 해야겠다’며 앞으로 생산이 어려워질 것이니 협력공장을 가까이에 두어 생산을 안정화시키는게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해요. 당시 부평 쪽에 팩토리아울렛을 준비하려다가 서울에 있는 협력공장들이 부담스러워 해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가 봉제공장을 처음 시작한 곳은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이었다. 이후 인근 상도동으로 옮겼다가 2007년 10월에 한섬의 팩토리아울렛 빌딩에 제일 먼저 입주했다. 지금에 이르는동안 김성규 대표의 봉제 인생도 결코 평탄치만은 않았다. 1997년 5월, 달랑 재봉기 5대를 들여놓고 공장 간판을 내걸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의 고향은 전남 신안군 조그만 섬마을이다. 지금이야 다리가 연결되어 뭍을 나오기가 수월하나 1970~1980년대만 해도 오지 중의 오지였다. 고교시절 하키선수였던 그는 1982년에 하키 특기로 대학 진학을 할 수 있었으나 집안 형편 상 대학의 꿈을 접어야 했다. 당시 전남권에서 광주일고와 조선대가 하키로 명성을 날리던 때다.

심란한 마음에 무작정 상경을 결심했다. 무슨 목표가 있었던 게 아니다. “누나 자취방에 머물며 낯선 서울거리를 배회하던 중 우연히 ‘라사라양재학원’을 찾게 되었어요. 옷 만드는 것을 배우는 곳이란 설명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주인집 아주머니한테 ‘이런데가 있든디 어쩌요?’라고 물어봤죠. 그 분 말씀이 ‘내 동생이 옷 만들다가 군대갔는데 입대 전까지 월 100만원씩 벌었다’고 하더군요. 순간, 촌놈 깜짝 놀랐지요. 그때 100만원은 엄청 큰 돈이었거든요. 누나에게 말해 곧장 학원에 등록했죠. 팔자에 없던 옷 만드는 일은 그렇게 시작된 겁니다.” 6개월간의 교육을 마치고 첫 취업한 곳은 블라우스 생산공장이었다.

동대문구 장안동에 소재한 수출봉제업체로 작업인원만 300명이 넘었다. 그는 재단반에 배속되었다. 다섯개 재단테이블을 오가며 왼종일 연단만 하다보니 너무나 힘이 들었다. 양재학원에서 배운 건 패턴인데 패턴을 실습해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3개월만에 뛰쳐나와 시장 제품을 하는 공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칼(재단)을 잡아 보기 위해서다. 사장에게 재단 일을 속성으로 배워 6개월 만에 정식 재단사가 되어 칼을 잡았다. “급히 먹은 밥이 체한다고 했던가요. 재단 사고를 내고 말았습니다. 원단 결을 맞춰 잘라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재단을 했습니다. 동료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결이 잘못되었으니 이제 너 큰 일 났다. 네가 받는 월급으로 턱도 없다’며 내게 잔뜩 겁을 주더군요. ‘일을 쳤구나’ 싶어 어린 마음에 수습하기 보다 일단 모면해야겠다 싶어 그 길로 공장을 나와 고향으로 튀었습니다. 도망을 간 거죠.”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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