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에 올라탄 이야기 -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이야기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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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가 Cisco를 퇴사하며 한 스타트업 회사 (퇴사 전인지라 이름을 되도록 적지 않으려 합니다 혹시나 회사 사람들에게 검색될까봐.. 제 블로그에 가시면 어느 회사인지 알 수 있습니다.) 로 이직하며 블로그에 적은 글을 스팀잇에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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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에 자리가 나면 올라타라는 말이 있지요. 참 적절한 비유인것 같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지요. 처음 지금다니는 회사에 인터뷰 하러 영국지사 오피스에 갔을 때, 2명밖에 없었고 (2명이 곧 입사할거라는 말과 함께), 사무실은 우리집 거실만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더 큰 사무실로 옮겼고, 직원이 20명도 넘습니다. 미국 본사에는 80명이 더있고요. 곧 영국지사는 임대사무실을 떠나 사옥으로 이사 한답니다. 이제 한달후면 로켓에서 내리는데, 막연히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자기손으로 사무실 청소하고 과일 사다놓고 비품 주문해서 쟁여놓고 하는 부지런한 디렉터의 모습은 이제는 다시 보기 어렵겠죠. 혹은 제가 나중에 스타트업을 시작해서 그런 디렉터가 될수도 있겠죠. ^^

회사가 Series-C 펀딩을 얼마전에 받았고, JP Morgan 외에 굴지의 회사들이 투자하고있어서 아마도 몇년 안에는 매각이나 상장으로 exit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퇴사후 스톡옵션을 행사 하려고 합니다. 딱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결정한것은 아니고, 회사와 직장동료들의 수준과 비전을 믿고 싶습니다. 나중에 회사가 망하고 종이쪼가리가 되면 할수 없지요. 가서 멱살이나 잡던지 할까요? ㅎㅎ 혹시 비상장주 투자같은것에 일가견이 있으신분이 계시면 작은 조언이라도 부탁드립니다 ^^


2015년 10월 10일, 스타트업 기회

작년부터 다른분야의 새로운것들을 접하고싶은 욕망이 넘쳐 흐르고 있는데, 큰 회사에서는 그런 기회를 갖는것이 어려운것이 사실입니다. 뻔뻔하면 가능할것 같긴 한데, 제가 그렇게 뻔뻔하지도 못하다 보니, 회사에서는 일에 관련된 것들 위주로 할 수 밖에 없더군요. 게다가 워낙 팀이 세세하게 나눠지다보니, 우리팀은 ABR 비디오 시큐리티에 몹시 집중 하고 있습니다. 사실 DASH ISO가 상용화 단계에 이른 지금, ABR 비디오쪽만 드립다 파더라도 끝도 없다는것은 알지만, 그보다는 ABR이라는 프레임이 조금 지겨워진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이런저런 회사에 꾸준히 지원을 했지만, 전부 낙방했지요. 주제에 맞지 않게 너무 높은 스탠다드를 둔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것을 하고싶어서 이직하는것이 가장 큰 이유면서도, 원하는 연봉의 기준을 낮추고싶지는 않다는 이중적인 마음을 떨쳐 버리기가 참 힘들더군요. 그러다보니 테크쪽도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같은곳만 지원하게 되고.. 그 외의 분야는 금융쪽만 기웃거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세상에 열정으로 가득찬 잘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마음가짐으로 지원해서 남들보다 반짝일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8월 말에 리쿠르터를 통해 제안받은 스타트업 포지션이 있었습니다. 그때 부모님이 오셔서 2주간 머무실 계획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 하고 거절했었죠. 그런데 부모님이 귀국하시고 또다시 연락이 와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뭐랄까, 너무 재밌을것 같은겁니다. 저의거의 모든 관심사가 집중되어 있달까요. 게다가 하는 일과 크게 상관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C++ 개발자를 찾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한번 지원해 보겠다고 했죠.

며칠후 전화인터뷰를 하고싶다는 연락을 받고, 한시간정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스타트업과의 인터뷰는 처음이었는데,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특히 프로젝트와의 연관성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구지 C++엔지니어를 뽑는 이유에 대한 대답을 듣고, 이 회사는 한번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이와서, 온사이트인터뷰일정이 잡혔습니다. 워낙 괴물같은곳을 몇번 갔다와서인지 전혀 긴장도 안되고.. 아무 준비 없이 가서 디렉터와 차한잔 하면서 이야기 했습니다. 나에 대해서 화이트보드 한가득 설명하고, 그들의 회사에 대해서 또한바탕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재밌었습니다. 1시간 일정이었는데 2번의 인터뷰를 마치고 보니 3시간이 지났더군요. 각각 1시간 30분씩 소요된 셈이죠. 인터뷰를 하면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아닌, 진짜 사람대 사람으로 엔지니어대 엔지니어로 이야기하는 느낌을 받은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회사는 Series B 펀딩을 마치고 이미 프로핏을 내고 있는 미국 회사인데 유럽으로 확장하기 위해서 영국에서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기대했던 것처럼 맨땅 스타트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영국팀은 현재 4명밖에 고용되지 않은 상태였지요.

멤버중 저를 인터뷰한 두명은 오라클에서 25년, 17년 일한 노장들인데, 오라클 나오고서야 접하고 있는 요즘 기술이 너무 재밌다면서 아이처럼 이야기 하는게 인상깊었습니다. 저또한 요즘 nodejs, webkit, vagrant, docker, angularjs 등등에 관심이 많은데, 회사에서는 거의 접할 기회가 없다보니 혼자서 끄적대고 있었는데 그사람도 그런것들이 재밌나보더라구요. 사실 저도 웹은 거의 13년 만에 들여다보는건데, 백엔드고 프론트엔드고 말도안되게 변해버렸으니 신기할 정도입니다. 덕지덕지 붙은 프레임웍은 물론 거부감이 들지만... 그렇게 이런저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누고는 집에 왔습니다.

그리고 그저꼐, 미국본사의 엔지니어들과의 화상 인터뷰 스케쥴 잡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45분씩 4명하고 한다고 하는데, 인터뷰 스타일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네요. 솔직히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인터뷰 프로세스가 간단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힘들어서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페이스북과 인터뷰 했을 때, 전화 인터뷰까지 다 합쳐서 대충 7번의 인터뷰를 봤거든요. 근데 여기도 이미 벌써 3번 보고 앞으로 4번 더본다니 좀 놀랍더군요. Bar가 높다는게 오히려 안심이 되는 부분입니다만, 시스코를 떠나면서 스타트업으로 가는데 이정도로 노력할 가치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복잡 미묘 합니다.. ㅎㅎ

하지만 고인 물은 썩고, 지금 가진 기술로 평생 먹고살수 있는 세상이 끝난지는 한참 지났으니, 지금 큰 회사에서 쉽고 편하게 일하고 있다고 안주하는건 몹시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20세때 선배가 하는 벤쳐 기업에서 판자 깔고 자는 폐인 생활 하면서 다진 가닥으로 지금까지 버텼으니, 지금 또 한번 전쟁터로 나가서 칼을 갈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든 너무나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 인터뷰 이후로 또한번 흥미진진한 기분을 느끼고 있습니다. 뭐든 진전이 있으면 또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

2015년 10월 29일, 스타트업 기회 - 인터뷰 후기

지난글에서 언급했던 스타트업 회사와의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인터뷰는 미국 본사의 4명의 엔지니어와 각각 1시간씩 구글행아웃을 통해서 이루어 졌습니다. 원래는 45분씩 하기로 했었는데, 하다보니까 시간이 모자라서 계속 시간이 밀리더군요. 결국 좋은 징조였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인터뷰어였어도, 지원자가 별로면 바쁜 시간 넘기면서까지 길게 인터뷰를 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결과적으로는 합격 하였고 오퍼를 받았습니다. 아직 완전히 결정한것은 아니어서 자세한 정보는 여기서 밝히지 않고,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우선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행아웃에 화면공유기능이 아주 유용했습니다. 특히 그동안의 전화인터뷰나 온사이트 인터뷰에서, 제가 했던 일을 짧은시간에 핵심만 설명하는것이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백그라운드를 설명하지 않고서는 세부 내용을 설명 해 봤자 듣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할수 있는 만큼 아무리 단순화 시킨다고 해도, 제가 원하는 수준의 대화는 불가능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행아웃을 사용한다고 하길래, PPT로 간단히 그림을 두어장 그려서 준비해 두었습니다. 덕분에 인터뷰 중에 PPT를 공유해서 좀더 논리정연하게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저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시스코에서 했던 프로젝트가 상당히 재밌고 기발한면이 많습니다.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상용 솔루션이고, 프로젝트 시작 멤버이고.. 그런데 그걸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려웠거든요. 암튼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인터뷰를 행아웃으로 하시게 된다면 제가 썼던 방법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그 회사의 인터뷰어들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친절하고 합리적(?) 이었습니다. 페이스북 인터뷰어들이 의외로 고지식하고 조금은 무례했던것에 비해서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페이스북 인터뷰때 인터뷰어들의 링크드인 프로파일을 미리 볼 수 있었는데, 다들 페이스북 들어오기 그 이전회사가 거의 들어보지 못했던 작은 회사에 다니던 엔지니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조금 편하게 (솔직히 말하면, 만만하게)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막상 만나서 이야기해보니, 상당히 거만하고 내려다보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약간의 장사군 기질도 상당히 있었구요. 런던지사의 특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스타트업회사도 인터뷰어들의 이름을 미리 알려주어서, 인터뷰 전에 링크드인을 통해서 미리 확인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선입견이었는지, 만만한 상대들을 기대했었는데 의외로 모두가 쟁쟁한 회사 출신들이고, 이전에 했던 일들이 제가 약간 자신 없는 분야들이어서 조금 쫄았었습니다. Oracle, VMware, Intel 출신들. 근데 역시 스타트업이라 그런지, 다들 정말 친절하고 합리적이었습니다. 코딩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그동안 워낙 큰회사 인터뷰어들과 코딩인터뷰를 해오다 보니, 실수에 굉장히 민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부분은 크게 따지고 들지 않을것이고 생각하는 방식에 거의 모든 비중을 두겠다고" 미리 알려줘서, 크게 부담갖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단 인터뷰어중 한명은 CTO였는데, 그 스타트업의 핵심기술의 inventor였습니다. 그사람과의 인터뷰는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일단 제가 C++개발자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pure c로 코딩하기를 원하더군요. 그걸 보고싶다고요. 게다가 입력/출력이 다중값이었습니다. 벡터같은걸 쓰면 깔끔할텐데, 그걸못쓰니 정말 답답하더군요. 덕분에 정말 오랫만에 구조체를 정의하고, 더블포인터를 사용해서 여러 데이터를 주고받는 등의 코딩을 했습니다. 문제 자체는 솔직히 별로 어렵지 않았는데, pure c 코딩이 익숙하지 않으니까 아는것까지 자꾸 어리버리 하게 되더군요.

마침내 전화인터뷰를 시작으로 6명과의 토탈 8시간정도의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 그 다음날 오퍼를 받았습니다. 현재 일주일째 협상 및 조정중에 있습니다만, 왠만하면 가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잡시큐리티를 생각하면 많이 불안합니다. 이사도 가야하는데, 자칫 잘못되어 회사가 망하거나 짤리기라도 하면 손가락 빨아야 되는것 아닌가 해서 염려가 많이 됩니다. 이제 혼자가 아니다보니 더더욱 신중해지게 되는것도 같구요. 하지만 여러가지 금전적인 조건도 좋고, 지리적인 위치도 좋고, 다른 무엇보다도 일이 너무 재밌는(정확히는 제가 관심이 가는) 분야라서, 마음속으로 계속 가자 가자 하며 스스로를 푸쉬 하고 있습니다. 일단 뛰어들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추후 모든게 확정되면 또 업뎃 하겠습니다.

2015년 11월 10일, 새로운 시작

지난달 말, 스타트업으로부터 오퍼를 받았고 긴 고민끝에 오퍼를 수락 헀습니다. 잡 시큐리티에 관련된 여러가지 걱정이 많았지만, 디렉터가 저를 설득했고 저는 설득 당했(?)습니다.

이직의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고 스킬을 쌓고 싶은 욕심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큰폭의 연봉 인상도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나태하고 게을러진 저 자신을 열정적이고 부지런하게 만들어줄 자극이 필요했습니다. 새로 가는 회사는 세가지를 다 갖추었기에, 함께 일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빨리 이직하고 싶은 마음만 앞섰는데, 막상 떠나게 되고 회사에 노티스를 하고 나니, 5년 넘게 같이 일해서 이제는 가족같은 팀원들과 이별하는것이 못내 아쉽네요. 동료들도 너무 아쉬워하고 좋은 조언을 많이 해줘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작은 프로젝트하나를 마쳐야 해서퇴사하는 날까지 짬이 없다는것이 참 아쉬우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다음달이면 5년 넘게 살며 제2의 고향같이 느껴지는 Southampton을 떠나네요. 혹시 Southampton에서 지낼 계획이 있으신 분들께 Chandlers Ford라는 지역을 추천합니다.

옮기는 회사는 Reading에 있는데, 근처의 좋은 타운을 찾다가 Twyford라는 지역으로 이사가기로 결정 하였습니다. 혹시 Reading이나 근처에 거주하시는분 계시면 연락 주세요.
앞으로 많은 고생이 예상되지만, 이를 계기로 저의 잠재력을 끌어 낼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앞으로의 새로운경험도 많이 공유하겠습니다.

2016년 2월 22일, 너무 오랫만에.. 짧게 한줄

너무 오랫동안 블로그에 글을 적지 못했네요. 오늘도 마찬가지로 적지 못하고 로그오프 해야할것 같은데...

암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의 일은 무척 바쁘지만 무척 재밌습니다. 옮기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멋진 사원증도 없고, 회사 샤워실도 없고, 회사 식당도 없고, 어디가서 회사이름 말해도 아무도 모르지만, 하루하루 발전하는 즐거움은 그 모든걸 무색하게 만드네요!

글이 없어도 잊지 않고 찾아와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곧 시간을 내어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을 글로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

2016년 8월 19일, 스타트업 8개월차

시스코를 떠나 스타트업에서 일한지 8개월차. 아직까지는 순조롭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끄적거리기만 하던것들을 실전에서 사용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C++만 줄창 하면서 다른 새로운것들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환경에서 조금 답답했었는데, 역시 스타트업에 오니 활용할 기회가 무궁무진 하네요.

주로 사용하는것들은 Node JS, Python, C++11, Redis, Docker, AWS 정도인데, 이젠 어디가서 대충은 안다고 말할정도는 됩니다. C++은 이전회사에서는 03에 갖혀(?) 있었는데, 여기서는 11이고 14고 내 맘대로 사용할수 있습니다. ㅎㅎ

브라우저쪽 코딩도 많이 했는데, JQuery랑 Ajax 그리고 기초이지만 AngularJS도 사용했습니다. 그러니 이제 어디가서 풀스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해도 될것 같습니다. 아직 프론트엔드쪽은 초보수준이지만, 백엔드쪽은 자신있으니까 어찌 어찌 커버가 되지 않을런지.

회사 생활은 편하고 즐겁습니다. 그런데 예상했던것보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네임드 개발자가 너무 많아서, 회사 내에서 존재감을 내비치기가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언어적인 장벽뿐만 아니라, 지식도 경험도 모두 뒤쳐지다보니 거의 항상 조언을 듣는 쪽이 되네요. 시스코에서는 그게 그냥 당연한거라고 받아들이면서 지냈는데,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회사다보니 스스로가 욕심을 더 내고 있는것 같습니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대체불가능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겠습니다.

회사는 상당히 잘 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파트너를 확보하고 있는 단계네요. 주요 고객은 은행이나 금융권 기관들이 많습니다. 특히 일본, 미국, 영국은 상당히 많이 진전이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연락이 왔다고 해서, 해당 회사 이름을 보니 구글이고 네이버고 어디에서도 검색도 안되는 전혀 모르는 회사더군요. 해적회사같기도 하고. 암튼 한국시장에도 진출할 날이 머지 않아 올 것 같네요. 얼마전, 주요기술에서 미국 특허 취득 했으니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 같습니다.

올해 12월에는 첫 1/4 스톡옵션을 받습니다. 양이 아주 적지는 않은 수준이어서, 회사가 상장만 된다면 보너스로 괜찮을것 같습니다. 그 스톡옵션을 받고 나면, 다음 목표를 위해 또 도전을 할지 아니면 최소 2년까지는 채울지 고민해 봐야겠죠. 회사가 대박나면 참 좋겠는데, 그런 날이 올런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여기까지 입니다. 마치 표류기 같군요. ㅎㅎ

이후로 블로깅이 뜸해져서, 스타트업에 관해서는 더이상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네요. 하지만 그 이후로도 만족스럽게 회사 생활을 했습니다. 단, 왠지모르게 회사 내에서 뒤쳐지는 느낌을 계속 받으면서 슬슬 다른 회사와의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고, 결국 이 마지막 글을 쓴지 1년만에 이직하게 되었네요. 스타트업들이 모두 같지는 않겠지만, 제가 일하고있는 스타트업은 일단 나이대가 높고, 경력이 길고, 좀 강한(?) 스타일의 사람들로 꽉 차있습니다. 인터뷰가 워낙 어려웠기 때문에, 결국 그런사람 아니면 마지막까지 가지를 못한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도 어떻게 패스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때는 제가 스타트업이니까 조금 만만하게 보고 세게 나갔었는데 그 덕분이었나 싶어요.

처음에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기로 결심할 때는, 주니어 엔지니어들을 리딩하는 기회를 가지고싶은 것도 상당히 컸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시니어/프린시펄 말고는 뽑지를 않으니 그런 기회는 결국 갖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두가 원어민 (미국/영국)인데, 저는 그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영어가 아직 모자란지라, 원어민들하고 토론하다보면 조금만 토론이 격해지면 결국엔 쫒아가는 입장이 되어 버립니다. 좀 앞서나가면서 생각할 여유도 있어야 의견피력도 제대로 할 수 있고 그러면서 주목받는건데, 그게 안되니까 더 좋은 의견이 있어도 먼저 내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되고, 손해보고있다는 생각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이건 극복하기는 어려울것 같고, non native speaker들도 좀 있는 회사로 가는게 답인것 같다는 생각을 항상 해오던 차에 결국 큰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네요.

퇴사를 결정하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시작을 하던 예전의 제 글을 읽으니 기분이 묘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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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과 대기업 자유로이 왕래하면 서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는 20대 스타트업에 뛰어들었지만, 30대 부터 대기업에서 근무했습니다.
다시 스타트업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만, 텀이 너무 긴것이 좀 아쉽네요...

큰 회사에서는 배울점이 참 많습니다 : 경험 + 인생 + 안정된 삶의 양면성
스타트업은 재미가 없으면 참 어렵운것 같아요.

제 생각에도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왔다갔다 하는게 이상적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저와 kdj님은 공통점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습니다.

저도 20대 초반에 학교선배가 꼬셔서 휴학하고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가 몇년후 토사구팽 당한 경험이 있고, 대기업 다니다가 다시 스타트업으로 옮긴 경험, 스타트업에서 다시 대기업으로 옮기는 경험 등.. 굉장히 비슷하네요. 이제 나이도 있고 가정도 있으니 또다시 스타트업으로 뛰어들 용기를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원하는것은 "스타트업같이 일하는 안정적인 대기업"인데, 그런회사는 아직 못찾았고 최대한 비슷한 회사가 페이스북과 아마존인것 같습니다. 일단 두 회사 모두 작은팀 단위로 움직이고, 프로젝트에 대한 팀의 오너쉽이 매우 높고, 1.5년~2년마다 팀간 이동을 장려한다는 특징이 있어서.... 물론 다 소문으로 들은 내용인지라, 이번에 가서 한번 파악해 보겠습니다.

스타트업은 너무 오래있으면 지치는것 같습니다. 다음 10년을위한 재충전이 완료되면 좋은 포지션 찾아 슬슬 뜨는게 좋은것 같아요.

이런 경험의 공유는 정말 값지지요. 다시 정리하시면서 감회가 새로우셨겠어요~ ^^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이런 경험이 필요해서 구글을 검색하는 누군가에 의해 읽히길 기대합니다. ^^

새로운 도전!! 꼭 대박나시길 기원합니다 :)

응원 감사드립니다... 팔로우 하였습니다 ^^

치열하게 사셨군요. 그 열정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뭔가 부지런하게 해봐야할텐데요 😂😂

감사합니다. 열정이 계속 되어야할텐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누워있고만 싶네요 ^^;;

와우 시스코에 계셨었군요ㅎㅎ 게다가 스타트업이 jp모건에 투자받은곳이라니... 대단하네요 뭐 인생한방 exit가 계획되있을거라 하신건 ceo분도 그런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나보군요 나스닥 상장이라도 하는달에는 그냥... 초대박이죠? 정말 다양한 경험을 쌓으신 것 같습니다. 그 까다로운 채용 프로세스들을 겪어오시는 것도 대단하시구요^^ 잘되서 대박내시길 바래요ㅎㅎ 모건이 투자할정도면 성장 비전은 확실하겠네요ㅎㅎ

CEO 는 IPO를 통한 exit가 목표라고 했지만, 뭐 합병을 통한 exit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제가 4년을 채우지 못한지라, 스톡옵션을 1/3 조금 넘게밖에 받지 못해서, 상장되더라도 초대박은 아닐것같습니다. 그래도 기분이 좋을것 같습니다. ㅎㅎㅎㅎㅎㅎ 소고기 사먹어야죠. 남들은 꽃길만 걷는데 전 왠지 다양한 헤딩을 하고있는것같은 기분도 듭니다.. 만 뭐 인생이 다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자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asbear님의 글을 보면 엄청나게 열심히 노력하셨던 것 같아요.

개발자로서 본받아야 할 모습인거 같기도 하구요. 그리고 능력이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것 같아서 부럽습니다.

물론 얼마나 실력이 좋으신지는 모르지만... 나오는 회사들이 다 후덜덜해서... 추측으로는 엄청난 고수가 아니실까 생각해요. 헤헤..

재미있는 글 고맙습니다. 특히나 @asbear님의 글은 kr-dev 쪽에 많아서 언제나 잘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헤헤

고수는 절대로 아닙니다. 저는 객관적으로 개발실력이 딸리고, C++ 말고는 깊이도 별로 없어요. 이직이야 열심히 준비하고 무모하게 들이대면 되는겁니다. 그렇다고 실력의 깊이가 깊어지는 것은 아닌지라, 고수보다는 뭔가 방랑자 같은 스타일인듯 합니다. 개발자로써 본받아야 할 모습은 전혀 아닙니다. 극구 말리고 싶습니다....... 각자가 살아남는 법이 있습니다. 천재들은 가만히 있어도 사방에서 러브콜이 오고, 노력파는 원하는곳을 향해 꾸준히 걸어가면 됩니다. 저같은 잔머리꾼은 열심히 두리번거리며 기회를 노리는 방법으로 삽니다.. ^^; 자주 글읽어주시니 넘 감사합니다!

천재들이야 그들만의 리그가 있으니 별그대...
TDD 10년차에 C++ 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면 고수가 맞는것 같고요.
5년전에 메타프로그래밍 하다가 막힌게 있습니다. 갑자기 asbear님에게 넘기고 싶은 충동이... ㅋㅋ

이후 생활도 올려주시면 또 감사히 보겠습니다. 여담입니다만, Southampton에서 Chandlers Ford 지역을 거주용으로 추천하시는 이유가 어떤 건가요?

반갑습니다 ^^ 녹지가 우거지고, 대학생들이 안살아서 조용하고 안전하고, 조경도 예쁘고 고급스럽습니다. 동네주민들도 친절하고요. 그리고 아이가지신분들 이야기로는 주위 지역에 비해 학군이 매우 좋다고 합니다.

아 괜히 이런 게 궁금해서요 ^^; 감사합니다.

ㅎㅎㅎ 저는 혹시 그쪽으로 이사가시나 했습니다 ^^

새로운 출발을 하시는군요^^ 인생의 하나의 갈림길인데 꽃길만 걸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고구마님도 꽃길만 걸으시길~ 감사드립니다 ^^

멋지시네요~!!

성공트레이너님 감사합니다. 팔로우 하였습니다.

아이고 부럽습니다. ㅋㅋㅋ
아직 회사에 매여있는 1人 입니다.

ㅎㅎ 회사가 맘에 드시나보네요. 종이한장 (사직서) 차이입니다. -_-ㅎㅎㅎ

function 이직(){
if(나=="ICO 코인 대박")
"사표 가능";
else
"월급인생";
}

입니다. ㅋㅋ

월급이 적은 편은 아니어서 걍 다닙니다.

ICO 투자 대박 나길 기원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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