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출근 둘째날, 팀을 만나다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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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서의 첫 1주일을 마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금요일이 되었다. 한국을 떠난 이후로, 단지 힘들다는 이유로 주말을 이렇게까지 기다려본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출퇴근도 힘들고, 회사도 페이스가 빠르고 에너지틱해서 따라가려니 조금 힘이 든다. 스타트업에서도 잘 달렸는데.. 아마도 출근길부터가 지치니까 나머지도 같이 힘들게 느껴지는게 아닌가 싶다. 이제서야 차분히 앉아서 소소한 이야기를 적을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출근 두번째 날의 이야기를 적어볼까 한다.

출근 두번째 날이었던 지난 화요일, 아침 7시 기차를 한번 타보기로 했다. 6:30분은 너무 이른것 같아서 다양한 시간대의 기차를 타보며 가장 한가한 시간대를 찾기 위해서였다. 7시 기차가 와서 타보니 앉을 자리는 커녕 발 디딜 틈도 없다. 정말 오랫만 (8년만)에 서서 출근하니 너무 힘들었다. 예전 서울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출근을 했나 싶을정도였다. 물론 지금보다 훨씬 어렸으니까 아무래도 조금 더 쉬웠겠지… 그래도 그때는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는 와중에도 술도 참 많이 마시고 약속도 거의 매일 만들곤 했는데. 체력 관리가 필요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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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워털루역에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도착했다. 회사에 도착하니까 8시였는데, 팀원이 두명이나 와있었다 -_- 얘들 왜이렇게 부지런하지? 둘다 막 학부 졸업한 풋풋한 새내기들인데, 무슨 출근을 아침 8시까지 하나.. 아참 나도 군기 바짝들었을때 그랬었지.

간단히 인사를 한 후, 책상에 앉자 마자 패스워드를 입력했다. 시스템에 퍼지는데 딜레이 되어서 그런것 같다고 했으니, 지금쯤은 당연히 되겠지 하고 패스워드를 입력하였는데 여전히 작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또 하루를 낭비할 뻔 했는데, IT부서에가서 실갱이 끝에 잘 해결되었다. 별것도 안했는데 점심시간이 되었다. 애들과 함께 근처 길거리 마켓에 가서 간단한 음식을 사와서 키친에서 다함께 먹었다. 마켓에 가는길에 Lloyd 빌딩과 워키토키 빌딩이 보여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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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형태로 유명한 Lloyd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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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가든으로 유명한 워키토키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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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사러 간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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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에서 팔던 빠에야>

다같이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다문화라서 그런지 서로의 문화에 관심도 많고 각자의 경험을 재밌게 주고받는것이 재미 있었다. 특히 외국인이 대부분이다보니 영주권 있는사람이 별로 없기때문에 영주권을 얻고 자유의 몸이 되고싶어하는 애들이 많았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나 말고는 비자/영주권이 필요 없으니 전혀 이야기나눌 거리가 안되었는데, 여기 오니까 애들이 워킹 비자로 있는 애들도 많고 해서 비자 이야기를 많이 했다.

밥을 먹고 들어왔더니 갑자기 화재경보기가 울렸다. 영국은 일주일에 한번 꼭 화재경보 훈련을 하는데, 거의 대부분은 경보만 울리다가 말지만 때로는 진짜로 밖으로 나가는 모의 대피 훈련을 해야 한다. 아마도 얼마전 런던 아파트 화재때문인지, 이번에는 경보로만 끝나지 않고 실제로 나가야 했다. 동료들은 어디로 다 사라졌는지, 나혼자 나가서 심심하게 있다가 왔다. 둘째날이라서 팀원 말고는 아무도 모르니까 20분정도 길거리에 서있는동안 스팀잇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빨리 친구들 많이 사귀어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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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대피훈련할때 모이는곳, Cornhill Fountain>

팀원은 나까지 여섯명이다. 그중 개발자는 다섯명인데, 두명은 아마존에서 오래 일한애들, 나머지 두명은 나보다 한달 일찍 입사한 갓 대학졸업한 병아리들, 그리고 나. 나머지 한명은 개발 매니저 개리였다. 이중에 영국인은 개리 한명 뿐이다. 그동안 일했던 회사와 너무 다르다. 이전 회사들에서는 팀원 전원이 영국인이거나 그중 몇명만 외국인이었는데, 여기는 완전 인터네셔널이다. 물론 영어들은 다 잘하지만, 그래도 영국인이랑은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 모두 외국인일 뿐만 아니라 나라도 다 다르다. 영국 (서유럽), 브라질 (남미), 한국 (동아시아), 인도 (남아시아), 폴란드 (동유럽), 아랍 (중동) 이다. 거참.. 일주일 지난 지금도 적응이 잘 안된다.

그러나 영국애들 틈에 껴서 이야기 할때보다는 확실히 편하다. 우선 영국애들만 아는 이야기 (한국으로 치면, 어릴때 먹던 불량식품이나, 오래된 코미디언, 티비프로, 학교이야기 등등) 할때마다 드는 소외감이 없다. 그리고 미묘한 뉘앙스를 캐취해야 한다거나, 빙빙 돌려말할때 요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거나, 영국식 농담속의 진의를 파헤친다거나, 젠틀한모습을 보여야 하는 등의 스트레스가 적다. 이런점들때문에 미국애들하고 이야기하는게 훨씬 수월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외국인들이 대부분인 곳에서 생활하니 대화가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영국인인 개리도, 팀원들과 미팅할때는 상당히 직접적인 화법으로 이야기하는것을 많이 목격 했다. 역시 쪽수가 깡패구나 싶다.

화재 경보가 끝나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서, 다음날 있을 부트캠프를 대비하여 개발환경 셋업을 하였다. 둘째날밖에 안되었는데 차분히 시작할 틈도 없이, 해야할것들 목록이 쏟아졌다. 이때 개발 환경을 설정하면서 상당히 힘들었는데, 한편으로는 상당히 놀랐다. 전부터 프로젝트에 AWS를 사용했는데, 아마존 애들도 AWS를 빌드 및 개발용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인스턴스를 생성하는 방식이, 상용 AWS에서 하던 방식과는 천지차이였다. 편리한 인터페이스로 클릭 몇번으로 생성할수 있던 EC2를 무지 복잡한 절차로 생성해야 했다. 이미 조립되어있는 레고를 사는것과, 조립되지 않은 레고블럭의 차이라고 할정도로 그 절차가 복잡했다. 그리고 그 절차가 엄청나게 세밀하게 조정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매뉴얼을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는데도 반나절이 소요되었다. 설정을 다 마치고 나니 진이 다빠졌다. 앞으로 2일동안 열릴 부트캠프에서는 이 개발용 클라우드 인스턴스를 이용하여 여러가지 실습을 한다.

어쨌든 그렇게 둘째날도 마무리되었다. 출근 이틀째인데 7시가 다되어 퇴근하고, 집에와서는 집안일 좀 하다가 침대에 누워서 그대로 쓰러져서 죽은듯이 잤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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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직장에서 적응해가며 알게모르게 굉장이 긴장이 되어지고 있으신거 같은 느낌 이네요 글속에 그냥 그렇게 써있는거 같아요ㅋ 일적은 부분에 내용은 전혀 이해불가지만요. 음식을 사신 마켓을 사진이 보이기 전까진 그냥 슈퍼마트 이런 상상을 했는데 아니군요 정말 마켓 이었어요 ㅋㅋ 신기 하기만 합니다. 외쿡문화 생활환경이 마냥 신기 하구요 덕분에 늘 잘 구경하고 여행다녀 온것같아요 ㅎㅎ

@allpass님 안녕하세요 ^^ 뭔가 어리버리해 보이죠? ㅎㅎ 이나이에 신입들하고 같이 우루루 다니니까 기분이 묘해요. 하하 그러고보니 마켓하면 저는 길거리 마켓이 떠오르는데.. 수퍼마켓을 떠올릴수도 있겠네요. 올패스님 너무 감사합니다. 참, 오늘 놀러갔다가 재밌는 광경을 목격했어요. 까페에 가이드독들이 우루루 모여서 쉬고있는데, 옷도 벗고 놀길래 물어보니 휴가라고 하더라구요. 일주일에 한번씩 휴가 가진대요.. ㅎㅎ 깜지랑 닮은 가이드독도 있었는데.. 조만간 포스팅 하겠습니다!!

아핫 기대됩니다 ㅎㅎ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빌드용 aws라니 신기하네요

신기합니다. 그런데 AWS의 내부를 들여다보니 오히려 좀더 신뢰가 가더라구요 ^^ 얼마나 오랫동안 고민하며 다듬어왔는지 보였습니다..

생생하네요. 팀구성원이 정말 인터내셔널합니다. 그래도 의사소통이 더 편하시다니 다행입니다. 생활환경이 바뀌니 적응하느라 피곤하실듯하네요. 얼른 몸이 적응해야될텐데 ~ 화이팅외쳐봅니다 ^^

외국인에게는 아무래도 외국인이 주류인 쪽이 편한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어떨지 계속 체험해 봐야겠지요?

항상 그랬듯이 곧 적응하게될거라고 믿고있으니.. 큰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 당장 허리가 아픈게 힘드네요 ㅎㅎ 톡톡님 응원 너무 감사드립니다..!!

고생하셨네요. 역시 아마존.. 입사하자부터 빡세게 굴리는 군요.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선망이랄까 힘들겠지만 무척 흥미롭고 재밌을 거 같아요.작년에 링크드인 통해서 아마존 전화 면접 봤다가 떨어진 기억이 나네요.ㅎㅎ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해외에서 일하는것은 꼭 겪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아마존뿐만 아니라 비슷한 회사들에 꾸준히 지원하시고 면접 보시기를 추천드려요. 원래 한번에는 붇기 어렵습니다.. 실력문제가아니라 익숙하지 않고 요령이 없어서 그래요. 계속 지원해보시고 궁금한것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가능한 한에서 도움 드릴게요 ^^

잘보고가요~~

@jaytop님 안녕하세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자주자주 뵈요 ^^

이런 생활이야기 무척 좋으네요. 잘 읽었습니다.

@yoon 님이 잔잔한 생활이야기를 좋아하시니 이런 글을 더 자주 적어보아야 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그나저나... 잘 지내시죠?

독일로 장기 출장을 갔던 신랑이 한국에서 처럼 익숙한 야근을 하다가 회사에 갇혔던 일이 있었지요 그것도 8시에.자동으로 셔터가 내려왔었다구요. . 한국처럼 야근을 많이 하는 회사도 드물다고 하더라구요.. 출근전쟁은 어디든 마찬가지인가봐요~~저도 주말이라 치열한 일상이 예상됩니다. 보팅과 팔로우하고 갈께요

아.. 정말 놀라셨겠습니다. 독일도 대도시라면 그럴일 없었겠지만.. 지방이라면 정말 충분히 가능한 일인것 같아요. 저도 지방서 일할 때 한번 8시까지 남아있던적이 있었는데, 무서워서 도저히 계속 못있겠더라구요. 적막하고.. 문도 잠길것같고. ^^; 반갑습니다 ^^

대단하세요, 저는 새로 적응하는 것이 이젠 귀찮아서 이직을 생각도 안하는데 ㅎㅎ

허리케인은 무사히 지나갔길 빕니다.. 저도 여기서 좀 오래 다니다가 한국으로 들어갈까 그런생각을 하고있습니다 ^^ 귀찮기는 한데, 제가 천성이 게으른 탓에 한곳에 오래 있으면 발전이 없더라구요. 해야하는 만큼만 하는 스타일인지라.. ^^ 그래서 스스로를 오지로 내몰고 있습니다. ㅎㅎ

건강 관리 잘하면서 일도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외국 생활 하는 분들이 많이 부럽네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cjsdns님 안녕하세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벌써 허리가 아파서 자다가도 깨네요.. 관리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언 정말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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