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단상 20180621

in #kr6 years ago

며칠 간 난민 이슈를 지켜보다보니 한국 사회의 다른 종류의 '갈등'과 '혐오' 문제도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갈등, 건물주와 세입자의 갈등, 사회에 만연한 갑질, 경상도와 전라도로 나뉘는 지역 갈등, 서울 대 지방으로 나뉘는 지방 혐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미투 운동까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페미니즘 운동과 이에 대한 백래시로 더 노골적이고 만연해진 여성 혐오, 이에 따른 레디컬 패미니즘의 부상과 탈코르셋 운동에 따른 페미니즘 내부의 노선의 충돌 및 같은 여성들끼리의 갈등, 성소수자 이슈, 모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이하 'PC함')의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베, 최근 난민 문제로 인한 난민 혐오 및 이슬람 혐오의 확산 등등

맨 정신으로 매일 터지는 이슈들을 보는 게 참 힘들 지경이다.
한편으론 이럴 때 진보를 자처하는 '프로 불편러'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오류가 바로 도덕적 우월함 같다.
'페미니즘은 지능의 문제'라거나 '동성애 반대한다는 데 무슨 중세시대 사람이세요?'라는 식으로 비꼬는 말들은 그 당시에는 쾌감을 줄 수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꽤 효과적인 전략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이루고자 하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내가 이만큼이나 인권감수성이 풍부하다는 자랑 아닌 자랑처럼 비취거나 심한 경우엔 자신이 PC함을 추구한다는 사실이 어떤 행동에 면죄부를 준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 것 같다.

표면적으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내세운 유럽의 결과가 더 극심한 네오나치와 민족주의, 이슬람 혐오와 난민 혐오 등을 낳았고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역대 최고로 '힙'한 대통령이었던 오바마의 8년의 결과가 트럼프인 걸 생각해보면 결국 의도가 어떻든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낯설음을 무시하고 '모르면 공부하세요'만 외치는 건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말 뿐인 도덕적 우월감은 결국 어떠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이런 때 일수록 서로를 보듬어주고 힘든 시기를 함께 견디는 게 더더욱 절실해진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서로가 지치지 않도록.
그리고 그 함께 서로를 보듬어주는 '우리'라는 집단이 비단 나와 비슷한,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인류애라는 거창한 이름보다 그저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잘 지내는 법을 배울 수 있었으면...

그것을 위해 나는 말이 아닌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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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PC함을 추구한다는 사실이 어떤 행동에 면죄부를 준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 것 같다.
제가 이랬던 적은 없는지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그러게요, 어떻게 모두를 보듬으며 살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더 조심하게 됩니다 요즘.

좋은 글 감사합니다. PC만큼 지적/도덕적 허영을 자극하는 것도 드문 것 같아요. 사실 대놓고 말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대놓고 말하지만 않을 뿐 현실적으론 같은 것이 나은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어떤 톤과 뉘앙스로 하는지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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