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 투자가 수익이 나는 원리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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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알파J인베스트먼트 대표, Alpha J 입니다.

간만에 또 퀀트 가이드글로 찾아 뵙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으로 정말 중요한 글이라 생각합니다.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한 글이니, 잘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

퀀트 전략 기반의 로보 어드바이저 사업을 하고, 강의도 하다보면 가끔씩 제게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퀀트 투자가 정말 수익이 나나요? 난다면 대체 어떤 원리로 수익이 나는건가요?

특히, 가치투자를 하시던 분들께 이런 질문을 많이들 받습니다. 전통적인 가치투자자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특히 워렌 버핏이나 피터 린치와 같은 대가들의 관점으로 접근해서 투자를 하는 분들에게는 결국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 모델, 즉 비즈니스에서 나옵니다.

기업체가 어떤 수익모델로 돈을 벌고, 그 미래 이익을 주당 순이익으로 환산해서 현재 주가 대비 몇 % 수익률이 나오는지.. 따져서 투자를 하지요. 저도 가치투자와 관련된 강의도 하는 만큼, 잘 이해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분들 입장에서는 오로지 계량적인 수치만을 보고 투자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업체가 영위하는 비즈니스는 수치만으로 평가되는 것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영진이 누구인지도 봐야하고, 사업 모델, 기업이 세우고 있는 비전, 제품 기획 미래 계획, 연구 및 개발의 진행척도 등등.. 수치로는 표현이 안되는, 고려해야 할 정성적인 척도가 너무 많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럼, 과연 퀀트 투자는 어떤식으로 수익을 낼까요? 계량적인 지표로 저평가된 주식을 골라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먼저, 계량적인 지표로 주식을 선별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간단하게 한 번 살펴봅시다.

대부분의 최근 유행하는 "팩터 인베스팅", 혹은 "스마트 베타"... 등등의 퀀트 전략이 저평가된 주식을 골라내는 방법은, 바로 소위 말하는 "밸류 지표"들을 보는겁니다.

여기서 밸류 지표란, PER, PBR, PSR, PCR 등등... 현재 시가총액 대비 재무제표 수치의 비율로 계산되는 지표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PER은 기업체의 당기순이익 대비 시가총액이 어느정도 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체가 버는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몇배수로 형성되어 있는지를 나타내주는 지표입니다. 그리고 PBR은 장부가치, PSR은 매출액, PCR은 현금흐름..을 가지고 PER과 동일하게 계산되지요.

이런 지표들을 조합해서 종목을 스크리닝 하게 되면, "현재" 재무제표의 수치 대비, 주가가 저렴하게 형성된 주식들을 매수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현재"라는 말을 강조 한 것에 주목하셔야 합니다.

가치투자자의 관점에서, 결국 투자로 수익을 내려면 기업의 "미래"가 어떨 것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100억원이고 시가총액이 500억원이라서, PER이 5로 형성되었다고 합시다. 이를 싸다고 판단해서 매수했는데, 기업체의 당기순이익이 다음해에 10억원으로 줄어버렸다면 어떻게 될까요?

PER은 순식간에 50으로 뛰어버리고, 주가는 폭락을 할겁니다.

즉, 현재 PER이 5라서 싸다는 확신이 들어서 투자를 했다면, 이 PER이 미래에도 유지될 것이라는 계산이 되야 계산이 맞는겁니다.

하지만, 퀀트는 이러한 것을 고민하지 않고 투자를 합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수익이 난다는 겁니까?

여기에는 몇가지 근거 및 가설이 있습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가설은

저평가된 주식은 "심하게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라는 겁니다.

보통 밸류 지표를 낮게 받는 주식들은 둘 중 하나에 속하게 됩니다.

먼저,

  • 정말 기업에 심각한 악재가 닥쳤거나, 사업 모델이 안 좋아졌거나, 수익이 안나는 사업을 하고 있어서 투자자들이 외면해서 밸류 지표가 낮게 측정된 경우. 이런 주식은 밸류 지표를 낮게 받은 이유가 있는.. 소위 말하는 안 좋은 주식들 입니다. 위 예제와 같은 일이 벌어질 확률이 높은, 사면 돈을 벌 수 없는 주식들입니다.

다른 하나는,

  • 저평가가 될 이유가 있는데 그것보다 너무 심하게 저평가된 경우, 이유 없이 저평가가 된 경우. 이런 주식들은 악재가 닥쳤지만, 별다른 악재가 아니고 다음 분기 이익이나 사업모델에 큰 영향이 없음에도 투자자들이 여기에 너무 과민 반응을 해서 주가가 과도하게 내려갔거나, 돈도 잘 벌고 별다른 악재가 없는데도 별다른 이유가 없이 주가가 낮아서 밸류 지표를 낮게 받은 주식들입니다.

자, 그럼 질문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과연, 밸류 지표를 낮게 받은 주식들은 1과 2, 어느 카테고리에 많이 속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정답은, 단연코 2번입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우매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주식에 투자를 하는 사람 중에서, 제대로된 가치평가를 하고 투자를 하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요? 그리고, 가치평가를 제대로 했다고 해도, 그것을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요?

미국 같은 선진국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증시를 놓고 생각해봤을 때, 저는 90%가 넘는 투자자들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테마주, 급등주, 차트분석.. 이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주식을 사고파는 투기자들이 아직도 많은게 현실이고, 심지어 제대로된 가치투자를 하시던 분들도 기업에 악재가 닥치거나 조금이라도 조정장이 오면, 주가의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주식을 던지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주식 투매 역시, 이유없이 저평가된 주식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겁니다. 1번에 해당하는, 정말 제대로된 이유로 저평가된 주식이 많으려면,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제대로된 가치평가를 하고, 그 평가가치에 따라 투자를 해야합니다.

과연, 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이런 제대로된 투자를 하고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2번에 해당하는, 이유 없이 저평가된 주식이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시장이 그만큼 비효율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실제 통계, 즉 백테스트가 증명합니다.

아래 백테스트 결과는 "왜 단순한 투자 전략이 아직까지 먹힐까?" 라는 글에서도 소개한 적 있는, "저PER + 저PBR" 전략의 백테스트 결과입니다.

2015년 1월 1일부터, 2018년 3월 19일까지

  1. 저PER+저PBR 합산순위를 매긴다
  2. 상위 20개 종목을 매수한다
  3. 1달마다 리밸런싱 한다

라는 정말 단순한 전략 만으로도, 3년간 64%라는 수익률을 낼 수 있었습니다.

복리로 치면, 15~20%에 해당하는 수익률이고, 코스피가 같은 기간 30% 오른 것에 비하면, 30%나 초과수익을 낸겁니다.

이는, 현재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보유했음에도 성과를 냈다는 말이고, 위에서 설명한, 이유없이 저평가된 주식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가치투자 퀀트는, 이유없이 저평가된 주식이 많다는 시장의 특성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당연히 저평가된 주식들을 사다보면, 정말 저평가 될 수 밖에 없는 주식을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유없이 저평가된 주식이 더 많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 퀀트는 분산투자를 합니다. 10~20종목, 전략에 따라서는 50종목까지 분산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 많이 분산투자를 하면 지표 값 자체가 올라가서 이유없이 저평가된 종목이 걸릴 확률이 오히려 낮아지지만, 적정량의 분산투자를 해서 확률만 높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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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서, 퀀트들은 퀄리티 지표나, 모멘텀 같은 지표를 혼합해서 이유없이 저평가될 종목들을 산출할 확률을 높힙니다.

퀄리티 지표는 ROE나 ROA, GP/A와 같이 기업이 가진 자산/자본 대비 얼마의 수익을 냈는지 나타내주는 지표로, 기업의 현재 수익력을 계량적인 수치로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만약 밸류지표 값이 낮은데, 퀄리티 지표의 값은 높다면 주식이 이유 없이 저평가되어 있을 확률이 올라가는 것이지요. 모멘텀 지표는 과거 대비 주가가 상승했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지표로, 만약 밸류 지표가 낮은데도 모멘텀이 존재한다면.. 주가가 올라가려는 기미가 보이려는 징조로 보고, 이유없이 저평가된 주식을 고를 확률을 높히는겁니다.

결국, 확률론적 얘기잖아?이유없이 저평가될 주식을 고를 확률에 베팅하라는 것이 말이나 되나?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더 할 말은 없습니다. ^^.. 제가 설명한 원리가 결국 이유없이 저평가된 주식을 랜덤하게 골라내서 돈을 번다는 것이 맞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국 가치투자도 확실한 "확신"이 아니라, 확률론적인 "예측", 즉 불확실성에 기반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결국 기업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정도 확률적으로 틀릴 확률이 있다는 말인겁니다.

가치투자에서 "안전마진"을 강조하는 게 그런 이유이지요. "예측"이 틀릴 수도 있으니, 예측보다 보수적으로 가치평가를 하라는 겁니다. 버핏도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지요.

모든 기업에 대해 잘 알 필요 없다. 정확하게는 아니더라도, 대충이라도 맞으면 돈을 벌 수 있다

퀀트 역시, 비슷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개인적으로 이런 시장의 비효율성은 앞으로 최소 5년, 10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과연, 급등주, 테마주를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이런 주식 비효율적인 시장이 내일 하루 아침에 급격히 효율적으로 변할까요?

다시 말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거니와, 빠르게 변하지도 않습니다. 아주,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급등주와 테마주 같이 "쉬운 길"을 따라가는 것은 사람의 본능입니다.

올바른 주식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써, 수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어보면.. 퀀트 전략이 먹히지 않을 정도로 시장이 효율적으로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사람들 때문에 퀀트가 돈을 법니다.. ^^;)

어떠셨나요? 이게 "퀀트 투자가 수익이 나는 원리"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 이런 주제에 대해 이런 장문의 글을 남기느냐? 라고 물으시는 분이 아마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모든 투자는 수익이 나는 원리와 법칙을 이해하고 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원리와 법칙에 대한 고민, 이해가 없다면, 본인의 투자결정을 신뢰할 수 없고, 결국 그 신뢰의 부족으로 인해 투자를 유지할 수 없어 궁극적으로 수익을 낼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퀀트 투자를 시작하시려는 분들, 혹은 퀀트 투자를 이미 하고 계신 분들이 퀀트 투자가 과연 어떻게 수익이 나는가?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이해하려고 한다면 장기적인 투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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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것은 저평가된 주식이 인정받기위해서는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자본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 자본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쭉 저평가가 될 수 밖에 없고 나의 투자로 그 평가가 상향될 정도의 자본이 되지 않는 이상은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생각되네요.
누중에 제대로 평가받을 정도의 자본이 들어온다면 그때 그 가치만큼의 수익이 발생하겠지만요.

알고리즘에 의해서 점점
체계화 되어가는 시장에 맞서려는
개인투자자들이 적지 않음을 생각하면...

님 말대로 비효율적이라는 단어는 지속적으로 따라 올거 같습니다.

리스팀 덕에 새로운 분을 알게 되었네요. 진심으로 환영 인사 드립니다.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 을 읽고 저도 퀀트 투자를 했었는데,
지금은 한국 주식 다 처분하고 없네요ㅎㅎ

앞으로도 좋은 글들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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