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abcteacher (63)in #kr • 6 years ago (edited)

며칠 전, 제자 *현환 학생에게 메일이 왔다. 이 친구는 아직도 고등학생이면서, 오래전 나와 함께 연극을 했던 학생이다.

그 연극은 장애인식 개선 연극이었다. 거의 2년 동안 연극 공연을 하면서, 틈틈이 우리는 자원봉사활동을 다녔다. **에 연꽃요양원이란 중증장애시설과 연계하여, 일일찻집이나 명랑운동회를 했었다. 우리는 함께 성인 중증장애인들과 팥빙수를 만들어 먹었다.

시골이라 방학에는 장애 어린이들이 갈 곳이 없다. 그래서 '열린 학교'라고, 장애인 어린이를 모아 작은 학교를 운영한다. 현환이와 나는 이곳에도 찾아갔다. 우리는 장애어린이들과 함께 연극놀이, 페이스페인팅, 연극 공연을 했다.

_{열린학교 자원봉사 중인 *현환 학생}

시골 지역의 학생들과 나는 연극을 했다. 나는 학생들을 데리고 자원봉사를 다녔다. 어떤 교장 선생님은 왜 장애학생에게 그렇게 많은 예산을 쓰느냐고 했다.

하지만 나는 싫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인정받는 학교가 싫었다. 내 눈에는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 노래를 좋아하는 친구, 바른 인성을 가진 학생들이 보였다.

학생들은 고작 중학생들이었지만, 내 생각 이상으로 잘해주었다. 전교 2-3등 하는 친구였지만, 예고에 진학한 학생도 있었다. 자폐성 장애 동생이 있던 한 여자아이는, 3년이 지나고 내 연극의 포스터를 직접 그려줄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그리곤 공립사범대 미술학과에 진학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어느 철학자가 말했다. 나는 이 말은 대사에 넣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연극 함께 했던 학생들은, 자신들의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살아갔다.

자원봉사가 시간을 뺐는 것이 아니라
봉사활동이 그 아이를 어른으로 만든다.

현환이는 예전에 전국 인성 스피치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나는 그저 3~4번 PT를 도와줬다. 우리가 원하는 건 상이 아니었기에, 그 정도만 연습하고 말았다. 하지만 중학생이었던 현환이는 고등학생들을 다 제치고 대상을 받았다.

이번엔 청소년 스피치 대회에 나간다고 한다. 원고를 보내왔고, 나의 조언을 듣고 싶다고 했다.

현환이라면 상을 바라고 대회에 나가는 것이 아니니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이 친구의 꿈은 '이태석 신부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는 종교가 없다. 그저 현환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나보다 몇 배는 더 좋은 사람이 될 것이라 믿는다.

벌써 이 친구는 작년부터 매달, 할머님들이 계신 요양원에 봉사활동을 다녔다.

솔직히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