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의 폭행 사건을 바라보며...

in #dclick6 years ago

특수교사가 장애학생을 폭행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부끄러웠다. 부끄러워서 어디로 숨고 싶었다. 내 직업이 특수교사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같은 특수교사로서, 나는 아이들에게 욱! 하는 감정을 품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았다.

누차 언급한 것은 나는 무늬만 특수교사라는 점이다. 특수학교엔 나 같은 무늬만 특수교사 말고, 진짜 특수교사들도 있다.

아이들을 위해 성심성의껏 노력하는 선배들이 있다.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은, 아이들 소풍에 수고해 주신다고 버스 기사님들 김밥도시락까지 챙기시는 분도 있다. 때론 아이들에게 맞고 물려도, 또 다시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손 잡아 주는 후배들도 있다.

사람이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걸 아는 분들이 있을까? 내가 그렇다. 나는 성격이 살살 맞지 못하다. 경상도 머스마고, 성격도 모나고 까칠하다.

주변에 정말 훌륭한 특수교사들이 있다보니, 솔직히 나는 많이 배운다. 여기서 배운다는 것은 업무가 아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특수교사가 되어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그것이 배움이다.

서울대를 나온 사람보다, 훌륭한 특수교사 1명에게 나는 더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다. 그것이 내가 가진 직업에 대한, 마지막 자존심이자 프라이드다.

그래도 이제는 나 같은 놈도, 비가 억수 같이 내리는 날엔, 자발적으로 교문 앞에 교통지도를 한다. 그것이 특수학교다.


사람들은 이상하다.

특수교사가 아이들을 때린 것은, 죽을 죄이고 엄청나게 욕을 한다. 그런데... 왜 누차 장애학생의 취업률이 문제이며, 대기업/중견기업이 장애학생들의 취업문제를 외면한다는 사실을... 그냥 흘려들을까?

1명의 개인이 잘못한 결과의 사회적 파장보다... 수 천 명, 수 만 명의 장애학생들의 생존문제가 더 큰 사회적 문제인데도 말이다. 왜 이런 목소리는 나랏님들이 들어도 모른척 하는 걸까?

발달장애학생의 취업률은 약 6%이며, 나머지 94%는 복지관이나 보호작업장에서 한 달에 몇 만원 정도 받는 것이 다이다. 아니면 식물처럼 그렇게 장애연금 20-40만원 정도 받고 생존해야 한다.

페이스북에 연예인들의 소식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른다. 하지만 과연 장애학생들을 비롯한 우리 사회 소외계층에 얼마나 관심을 가져왔는가.... 난 참 그것이 이상하다.

스팀잇엔 적어도 아이들과 짜장면 먹으라고, 일하는데 티셔츠 사는데 보태라고 보팅을 해주셨는데... 아쉽다...


언론에선 공무원을 씹는다. 교사도 씹는다. 근데 왜... 한 개인이 잘못을 그 직업군으로 싸그리 묶어서 보도할까? 자극적인 기사가 클릭을 부르고, 그 클릭이 인터넷 언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인가?

잘못된 점은 징계하고, 그 한 개인을 처벌하면 되지 않을까? 왜 우리는 그렇게 매도되어야 하는 걸까?

오늘도 우리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대형마트에 갔다.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함께 마트에서 장도보고, 점심에는 맛있는 밥도 사먹었다.

주저 앉아 가지 않으려는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휠체어에 함께 아이를 옮겨 놓는다. 점심으로 나온 돈가스를 썰어서 먹기 좋게 세팅해주고, 함께 웃으며 맛있게 먹는다.

교실에서 벗어나 산책 한 번 해보겠다고, 특수교사, 실무원, 사회복무요원이 줄줄이 아이들을 공원으로 데려간다. 혹시나 차량이 급하게 나올까.. 나는 깃발을 들고 마트 내리막 출구를 통제한다.


우리 사회 장애인 복지, 장애인 취업... 늘 특수학교에만... 늘 복지관에만 갇혀있어야 하는 아이들의 사회적 문제, 우리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졸업하면 갈 곳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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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s classic and elegant :)

좋은 사회가 되길 기원합니다.

^^ 보클하고 갑니다~~

여전히 약자들에겐 힘든 세상인거같아요..
적어도 스팀잇세상에선 훨훨 꿈을 펼칠수 있는 공간이 되길..

큰애가 다니는 시골 초등학교는 한학년이 열명 남짓인데 반마다 발달이나 행동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한두명 있고 특수교사분들이 배치되어 계십니다. 실제로 그분들이 하시는 수고로움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아들내미한테 전해듣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드실지 약간은 짐작이 갑니다. 늘 힘내시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쌤 글에 쌤의 안타까운 맘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쌤은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대한민국이...그런점에선 멀엇죠,,,,그러나 점점 나아질거라봅니다...교사들문제야 극히 일부분이엿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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