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식대학과 경북 영양군 논란에 대한 나름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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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재규입니다.
오늘은 피식대학의 경북 영양군 비하 논란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적어보겠습니다.

피식대학은 코미디언 이용수, 정재형, 김민수씨가 만드는 유튜브입니다.

피식대학의 컨텐츠 중에 경상도의 각 지역을 여행하는 '메이드 인 경상도' 컨텐츠가 있습니다. 지난 5월 11일 피식대학은 경북 영양군을 방문했는데, 여기서 '중국 같다', '특색이 없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해 지역 비하 논란이 일었고, 이에 피식대학은 5월 18일 사과문을 게시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제 입장에서 피식대학이 경북 영양군을 조롱하는 컨텐츠를 제작한다 해도 그것은 그들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본인들의 자유의지로 벌인 행동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특정 지역, 집단을 겨냥한 컨텐츠라면 당연히 그로 인한 반발은 감수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다만, 그들의 자유를 법적, 제도적으로 가로막지는 않는 것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피식대학의 조롱은 왜 공감받지 못했나

하지만 이와 별개로 피식대학이 '경북 영양군'을 조롱의 대상으로 정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들이 사회의 주류에 해당하는 인물이나 집단의 위선에 대해 조롱하고 폭로하는 내용을 만들었다면 대중의 반응은 지금과 매우 달랐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의 절대 다수의 정체성은 누가 뭐라해도 노동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필연적으로 생계 유지를 위해 자기 자신이 아니라 회사를 위해 노동력을 제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회사원들이 자신을 지배, 억압하는 상사나 회사, 사장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갖고 있는지 알 것입니다.

저는 풍자, 폭로, 조롱이 그 자체로 웃음을 유발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풍자, 폭로, 조롱이 사회의 지배적이고 주류적인 개인이나 집단을 겨냥할 때 대중은 거기에서 시원함과 기쁨을 느낀다고 봅니다.

(한편, 사회적 소수자들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컨텐츠가 대중의 큰 호응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별도로 글을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반면 경북 영양군은 주류와는 거리가 먼 존재로 보입니다. 영양군은 인구 1.6만에 불과한 작은 지역이며, 언론을 보면 경북의 대표적인 인구소멸 위기 지역으로 나옵니다.

그렇다고 경북 영양군이 군 차원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피식대학이 영양군의 위선과 모순을 폭로한 것도 아닙니다. 영양군은 가만히 있었는데 피식대학이 찾아와서 일방적으로 조리돌리고 비웃고 간 것입니다.

반면 피식대학은 유튜브 구독자만 300만 명이 넘고, 2023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 작품상을 수상할 정도로 주류 문화의 일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피식대학 멤버들은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들은 이 사회의 주류에 가깝습니다.

주류 집단에 가까운 피식대학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외지역인 영양군을 조롱하는 모습에 대해, 누군가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은 이성 이전에 감정적으로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예능은 일종의 대중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향후 피식대학 제작진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좀더 대중의 눈높이에 어울리는 컨텐츠를 제작하길 바랍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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