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붉은 잎
나무들을 적시며
내린 가을비
갓태어난 병아리같은 눈을 뜬다
세상은 잔잔한 소리들로
악기들 같다
내 앞에 서 있는 붉은 남천
비가 거친 후 세상을 밝히는 햇빛
햇빛은 자비롭다
오랫동안 굳어 있는 내 마음을 치유한다
요 뾰족한 잎을 가진 남천도
아픈 걸까?
햇빛에 감사한 듯 바스락거린다
이파리의 몸짓, 그 몸짓은
뭔가 이야기하려는 것 같다.
오래 사귄 친구같이 악수하는 것 같다.
가을은 이별의 계절인가
자꾸 이별의 추억이 마음 한 구석에서
뾰족한 남천처럼 발을 내민다.
새 친구들을 기다려야겠다.
쓸쓸한 가을을 채워주는 햇빛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