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초예측-표지보다 가벼운 내용, 마치 잡지 같다

in #zzan5 years ago

'서초북페이백'을 최근 애용하고 있다. 한 달에 3권 원하는 신간을 고르고 책을 산 뒤, 3주 안에 동네 서점에 책을 반납하면 다시 돈을 환불해주는 시스템. 소장해도 좋을지 고민이 되는 신간을 가장 먼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물론 마음에 드는 책은 반납하지 않고 취소 후 개인 소장도 가능하다.

'초예측'이라는 제목과 '유발 하라리'라는 이름에 혹해서 산 책이다. 일본의 저널리스트 '오노 가즈모토'가 각기 다른 시기 인터뷰했던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지식인 8인과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그는 이 인터뷰의 큰 주제를 '인공지능'과 '격차'라는 키워드로 엮었다고 밝힌다. 지성인들의 인류의 미래에 대한 관점과 통찰을 통해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려보고 대비하는 마음을 독자들이 갖길 원하며 책을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2-3시간 만에 책을 완독 했다. 무겁고 딱딱해 보이는 표지와 달리 내용은 술술 막힘 없이 읽힐 만큼 쉽고 가볍다. 이 책의 가장 좋았던 점은 탁월한 저자들만 모아놓은 실패 없는 큐레이팅에 있다. 최근에 각광받는 분야 혹은 개념의 전문가(닉 보스트롬, 조앤 윌리엄스), 이전부터 유명하긴 했지만 지금 다시 통찰과 생각할 거리를 주는 막강한 저자들(제레드 다이아몬드, 린다 그랜튼)의 이야기를 편안한 문체로 들을 수 있다. 나처럼 아직 그들의 책을 접하지 못했거나 생소한 사람이 접근하기에는 참 좋은 책이다. 다음 책, 읽고 싶은 책을 한 가득 발견할 수 있고 모두 검증된 책이니 이 책이 교두보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역시 가볍고 너무 피상적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까지 기대하지 않았지만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의 한 챕터 정도 깊이가 있길 바랐는데 역시 욕심이었다. 책이라기 보단 잡지 인터뷰에 가깝다. 석학들의 책을 직접 읽을 때만큼의 감동은 느껴지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도 없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의 주제로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다기보다는 각자의 인터뷰가 넓게 펼쳐있을 따름이다. 이미 저자들의 책을 읽어 본 사람이 굳이 이 책을 찾아 읽을 이유는 없다. 초예측이란 제목이 억지스럽게 느껴졌지만 달리 다른 제목을 붙이기에도 마땅치 않다. 부제 '세계 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가 그나마 책의 정체성을 정확히 표현한 제목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지한 나의 지평을 넓혀주는 새로운 시선과 새로운 저자를 알게 해 준 책에 감사함을 표한다.



인상적인 구절

'유발 하라리'

현실과 허구를 구별하는 최선의 방법은 대상으로 삼는 것이 고통을 느끼는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고통은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입니다. ...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허구에 의해 우리가 고통을 느끼는 일이 어리석게 보입니다. -18p

'제레드 다이아몬드'

많은 사람들이 인구 감소를 큰 문제로 간주하지만, 사실은 환영할 일입니다. 미래의 큰 위기 중 하나는 자원 부족이 될 것입니다. .....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자세가 나쁜 건 아닙니다만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은 기뻐할 일입니다. -65p
인류는 현재 지속 가능한 경제를 만들 수 있는가, 전 세계적으로 일정 수준의 생활이 평등하게 보장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엄청나게 소비하고 있습니다. .... 만일 성공하지 못한다면 50년 후, 100년 후 세계는 '살아갈 이유가 없는' 곳으로 변모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88p

'닉 보스트룸'

우주의 무한한 자산이란 광활한 우주에 흩어져 존재하는 자원의 총량을 말합니다.... 미래에 기술이 더 발전하면 이 막대한 양의 물질이나 에너지를 인류가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일 우리가 섣부른 판단 때문에 지구를 파괴한 경우 현재 보유 중인 자원은 물론 우주의 무한한 자산이라는 가능성까지 잃어버리게 됩니다. 인류의 실존적 위험, 즉 멸종 여부와 밀접하다는 뜻이지요. -101p

'린다 그래튼'

3단계의 삶이 끝났다는 것입니다. 인생을 교육-일-은퇴라는 3단계로 설계하는 기존의 발상은 이제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풀타임 근무나 정년퇴직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더욱 세분화된 인생 단계에 따라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살게 될 거예요.

앞으로 주택, 현금, 예금 같은 유형 자산보다는 건강, 동료애, 변화에의 대응력과 같은 무형 자산이 훨씬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117p

'다니엘 코엔'

디지털 경제에서 우리는 자신이 일하는 영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저 혼자서 둘, 셋, 넷, 다섯 사람의 일을 처리할 수 있어야 그만큼 성장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미래에 디지털 경제가 심화되면 인간마저 디지털화된 정보 재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기억, 경험, 감정, 정체성 등 인간성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디지털 신호로 변환되고 인공지능이 그것을 마음대로 조작해 우리를 통제할지도 모르죠. 규모의 경제가 성장의 동력이 되는 디지털 경제에서는 인간성을 보존하면서 성장하기란 어려운 일이 됩니다. - 153p

'조앤 윌리엄스'

그들의 삶은 이미 아메리칸 드림과 점점 멀어지고 있어요. 1940년대에 태어난 대부분의 미국인은 자기 부모보다 수입이 늘었지만, 오늘날에는 그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본인이 그 입장이라면 화가 날 만도 하지 않나요?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낳은 막대한 부는 극소수의 엘리트들에게 쏠렸습니다. 오히려 제조업이 몰락하고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빚을 지게 되었지요. -1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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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인구 감소를 큰 문제로 간주하지만, 사실은 환영할 일입니다. 미래의 큰 위기 중 하나는 자원 부족이 될 것입니다. .....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자세가 나쁜 건 아닙니다만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은 기뻐할 일입니다. -65p
인류는 현재 지속 가능한 경제를 만들 수 있는가, 전 세계적으로 일정 수준의 생활이 평등하게 보장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엄청나게 소비하고 있습니다. .... 만일 성공하지 못한다면 50년 후, 100년 후 세계는 '살아갈 이유가 없는' 곳으로 변모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음모론의 관점에서는 세계인구의 감소가 굉장히 무서운 일인데 조금은 미화한 느낌이 없잖아 있네요. 물론 자원의 고갈이나 환경문제를 생각하면 인구의 감소는 필연적이기는 하지만요. 그 방법에 있어서 앞으로 있을 일들은 굉장히 무서운 일들일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인용한 문구는 그동안 많은 분들이 이야기해주셨던 의견과 다른 관점이라 인상깊어서 소개해드렸어요. 분명 긍정적인 부분도 또 부정적인 부분도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어떻게 지혜롭게 돌파해나갈 수 있을 지 고민해봐야겠죠.

제가 악플을 달면 고통받으시나요? ^^
리뷰 잘 봤습니다. 연금보다 건강에 신경써야 겠네요 마지막 남은 재량권입니다.

읭?? 무슨 말 인지 잘 모르겠어요. raah님의 악플은 받아본 적이 없는데. 악플이 달린다면 순간엔 기분이 안좋지만 어쩔 수 없다고 넘기겠지요. (하고 가슴이 철렁하긴 하죠 ㅋ)

연금보다 건강은 참으로 맞는 말입니다.

좋은 책이네요~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가볍게 접근하기 좋은 책 같아요. 파치님도 스윽 읽어보시길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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