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잡기 20-18]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in #zzan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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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떤 모임에서 지인이 무슨 이야기 끝에 말했다.
"제 딸들은 굳이 결혼 안시킬 겁니다. 한국 사회는 여자들에게 절대 불리해요. 당장 와이프만 봐도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서 또 일하잖아요."

우리들은 모두 고개를 주억 거렸다. 가족을 위해 끊임없이 동동 거리는 엄마, 아내를 떠올리면서. 가족이 편안해지려면 누군가의 노력이 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끔찍히 사랑하는 내 딸이 그 일을 맡는 것은 싫다는 의미를 이해했다.

그런데 하나 가정을 해 보자. 그 사랑하는 딸이 혼전 임신으로 아이를 낳겠다고 한다. 아이 아빠는 진작에 도망갔다. 이른바 미혼모가 될 상황. 어쩌겠는가?
대개의 부모는 서둘러 낙태를 종용하고 이것이 안 통하면 아이를 낳을 때까지 집에 못 오게 한다. 미혼모가 도움을 받을 곳이 별로 없다. 결국 생활고에 시달린 미혼모는 아이를 입양 보내게 된다. 국가에서 위탁가정이나 입양가정에게 주는 혜택 만큼만 미혼모에게 지원해도 아이가 외국인 부모를 찾아 비행기를 타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 텐데.

두번째 가정. 혼자된 엄마가 죽도록 고생해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돈을 벌어야 하는 엄마는 바쁘고 피로하다. 어느새 아이는 왕따가 되어 있거나 게임에 빠져 있다. 기적적으로 학교 성적을 높게 유지 하더라도 한부모 가정의 아이라는 딱지가 떨어지지 않는다. 비정상 가족이다.

그러다 이 엄마가 해고를 당했다. 파리 목숨 같은 비정규직이니 하소연 할 곳도 없고 모아 놓은 돈도 다 썼다. 절망 상태에 빠진 엄마는 엉뚱한 결정을 한다. 아이와 함께 세상을 버린 것이다. 다음날 뉴스에 '생활고를 비관한 모자의 동반 자살'이라고 떴다. 아이는 동의한 적 없는데.

혹은 이 엄마가 다른 남자와 재혼을 했다고 치자. 남자에게도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아이가 심하게 말썽을 피워 혼내주다가 그만 아이가 사망에 이른다. 뉴스에 '비정한 계모, 아이 폭행해 사망'. 그것 봐, 팥쥐 엄마도 계모였어.
가슴으로 낳아서 눈물로 키우는 엄마들도 많다.

너무 암울한가?
그렇지만 흔히 듣는 뉴스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정상 가족'이 아니면 철저히 내치는 우리의 가족 개념이다. 한부모, 재혼, 이주민, 다문화 가족 등은 다 비정상 가족이다.
'정상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다. 훈육을 위해 매를 드는 것, 놀 시간에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 엄마도 매달려야 하는 입시 등.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일이다.

그러면 한국인에게 가족은 왜 이리 중요한가?
저자는 그 이유를 근대와 현대에 들어와 성장하는 것에만 급급했던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않은 것에서 찾고 있다. 교육도 개인에게, 실업도 개인에게 떠넘기므로써 믿을 곳은 가족뿐이라는 의식이 오늘날도 계속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중에 아이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고 소유물로 생각하여 학대하는 부모가 생기고 아이들이 다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 동반 자살'은 명백히 잘못된 표기이고 '자녀 살해 후 자살'이 되어야 맞다고 저자는 강력히 주장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저자는 가족의 짐을 사회가 받아줄 것을 주장한다. 육아의 어려움을 국가가 분담하고, 아이들의 인권도 충분히 존중되어 부모의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아울러 개인의 삶은 존중하되 함께 할 수 있는 사회 공동체가 많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상 가족'이라는 집에 들어 앉아 '비정상 가족'을 불안하게 흘끗거리지 말고 우리 모두가 열린 공동체의 마음을 지녀야 할 것이다.

김희경/동아시아/2019/15,000원/2017/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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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살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저립니다. 아이들도 과연 동의한 걸까 하고요. ㅠㅠ

그래서 일가족 동반자살이 아니라 자녀 살해후 자살로 명칭해야 한다고 해요. 괜히 온정적으로 비춰진다네요. ㅜㅜ

정상과 비정상의 선을 긋지 않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란 생각이 듭니다.^^

맞습니다. 아무도 온전하지 못한데 선을 긋네요.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우리들이지요..
물론 관심을 주는 것은 좋지만 정도 이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조금은 자제하여야~~~

관심이면 좋지만 비교하고 무시하고 끝내 나쁜 짓도 하지요. 경비원 괴롭힌 그 사람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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