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잡기21-12] 철도원 삼대(황석영)

in #zzan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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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 박수근 화백의 화풍이 떠오른다. 무수한 점들로 흐릿해진 주인공 대신 분위기가 이야기를 하는 느낌.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해줄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보니 소설의 핵심인 '사랑'조차 하나의 점이 되는 이야기들.

이백만은 일제시대에 철도공작창에서 일 했다. 그는 주안댁과 혼인하여 아들 둘을 두었다. 기차를 보며 성장한 한쇠(일철)이와 두쇠(이철)는 기관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일제가 고등 기술을 쉽게 내 줄 리 없었지만 여러모로 뛰어난 일철이는 철도학교에 입학한다.

주안댁은 아이들이 성장하기 전에 사망하는데 그녀는 혼령이 되어 가족들에게 위험이 닥치면 어김없이 현신하여 도움을 준다. 특히 며느리인 신금이에게는 분명하게 알려주는데, 예를 들면 사회주의 활동을 하던 이철이가 곧 풀려날 것이라던가, 북쪽으로 넘어간 아버지를 만나러 간 손자 지산이가 육이오 전쟁통에 구사일생으로 귀가하는 날에 새벽에 나타나는 식이다.

조선 사회주의 운동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이철은 하부조직원으로 인쇄물을 유포하고 윗선을 보호하며 파업을 주도하다가 잡혀서 두 번의 옥살이 끝에 사망한다. 이에 자극 받은 형 일철이도 안정적인 직장인 철도 기관사직을 버리고 사회주의 노선의 한 역할을 맡다가 해방되고 극우세력이 장악하자 월북을 하게 된다.
어머니인 주안댁, 아내 신금이 심지어 아버지인 이백만조차 이들의 활동을 막지 않는다. 빨갱이 집안으로 낙인이 찍혀서 인가. 이들의 손자인 이준오는 오늘날 굴뚝에서 400일 째 농성중이다. 그의 회사가 공장을 해외로 옮기고 직원들을 다 해고했기 때문이다.

굴뚝의 텐트에서 생활하는 준오는 먼저 세상을 뜬 동료를 만나고, 어릴 때 친구도 만난다. 또한 타워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하다 사망한 선배와 금이 할머니도 만난다. 그들은 다 그의 정신적 지주였다.

그가 굴뚝에 올라 뭐라고 부르짓던 세상은 무심하게 흘러가고, 같이 살자고 외치다가 스러진 사람들이 잊혀진다. 얼마나 슬픈 일인지. 같이 먹고 살자고 외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될것이다.

솔직히 황석영의 작품은 너무 많은 지식과 정보를 마구 쏟아 놓은 느낌이 들어서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일제시대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영향 아래 노동조합 결성과 파업, 그로 인해 탄압 받은 무수한 사람들이 있었음을 알게 하는 이런 소설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황석영 / 창비 / 2020 / 20,000원 /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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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내기 어려운 작가중 한분 -ㅅ-.. 그저 바라만 봐야지 ㅋㅋ

좀 집중을 요하는 작품. ㅎㅎ

dozam님의 왕성한 독서 생활이 부러워요
오랫동안 건강이 안좋아 인지 능력도 저하되고
시력도 많이 떨어져 좋아하는 독서도 손놓다시피 하니 낙도 줄어들고 서글퍼요

아... 저도 눈이 취약지구입니다. 아껴 써야 하는데 자꾸 혹사하네요. ㅜㅜ

2020년에 출판된 신작이네요???

네. 나온지 얼마 안됐어요. 정독을 요해요.

황작가님 글은 좀 봐야지요.

도잠형 책 진짜 많이 읽는듯ㅎㅎㅎ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해줄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보니 소설의 핵심인 '사랑'조차 하나의 점이 되는 이야기들.

그리고 이 표현 너무 좋다...ㅎㅎㅎ

아 진짜?
좋다고 해주니 더 좋다, 뉴발형. ㅎㅎㅎ

"뉴발형"을 다르게 읽어 버렸어요.

와...황작가님 신작이 나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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