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8 시 읽기 <주치의 h>

in #zzan5 years ago (edited)

Notes_190708_225846_9b8_1.jpg

Notes_190708_225847_e11_2.jpg

어디서 텍스트를 긁어 올까 하다... 그냥 썼다.
시에 관한 책을 읽다가 이 시를 봤다. 황병승 시인의 <주치의 h >다. 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그래도 처음 듣는 이름이다. 해설이 달려 있지 않아서 의미는 커녕 내용조차도 알기 힘든데 어딘가 끌리는 매력이 있어서 좀 붙잡아보고 싶었다. 분명 한국말 문장이긴 한데 하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읽고 읽고 계속 읽으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하며 내멋대로 추측해 봤다.

이야기 속의 '나'는 가족과 단절을 했다. 그런데 그것은 내 쪽으로 부터다. 적어도 가족은 나를 적극적으로 밀어내지 않았다. 그리고 첫 여자친구도 떠났는데 그 역시 내가 여자친구를 밀어낸 쪽에 가깝다. 많은 입을 달고 먹고 떠드는 가족들은 사실 조용한 사람들이었고 버려진 고무 인형같은 여자친구는 사실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족은 나를 나무라지 않고 여자친구는 버려진 고무 인형처럼 되었어도 나를 맴돈다.

나는 가족의 일원이나 남자친구로서 자격미달인 상태다. 그래서 자책감을 느끼고 있다. 가족도 여자친구도 말이 없는 사람들이다. 나 역시도 말하지 않는 사람이다. 도끼로 담장이나 찍을 뿐인. 그런데 나는 닥치라고 하고 싶을 만큼 그들의 말이 크게 들린다. 아무도 나를 책망하지 않아도 나는 그들의 책망을 듣는다. 그 말을 들려주고 듣게끔 주치의 h는 내가 고통 속에 있을 때면 되려 내 잘못을 곱씹어주며 입이 하나라 부끄러운 나를 많은 입을 달고 떠드는 괴로운 가족들의 식탁으로 보낸다. 오물거리는 여자친구의 입술을 받아적은 h가 말한다. '네가 기르는 오리들 한심하네.' 녹은 태양이 정수리에 똑똑 떨어지며 박히는 기분.

h의 처방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 가족을 단절하고 새로운 애인들을 만나지만 h는 나와 살며 함께 늙어가며 오래 전부터 변함없이 같은 처방을 지금도 계속 한다. '야, 네 오리들의 농담 수준도 그렇지만 물장구질은 또 어떻고?' 아마 그 시점에서부터는 합병증의 시간이겠다. h는 나를 무엇들과 계속해서 단절시켜나갈 것이다. 주치의 h는? 내 속의 나다.

산만하고 좀 1차원적인 해석인 것도 같은데(졸려서..) 여기가 내 한계다. (아는 사람이 보면 되게 (비..)웃겠다..) 아무튼 '나'는 예민하고 자책을 하는 사람이다. 자책하는 사람은.. 약이 없다.ㅋ

이렇게 정리를 하고 문득 이 시에 대한 것이 인터넷에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봤더니 별다른 작품 해설 같은 건 없다. 백퍼센트 적중은 어불성설이지만 그래도 내 방향이 얼추 맞는지 삐딱선을 얼마나 탔는지 좀 궁금해서. 이 시인은 시 쪽에선 흔치 않은 퀴어시를 쓴다고 한다. 이 시는 '여장남자 시코쿠'라는 시집에 수록돼 있다. 시인의 정체성이 그럴 수도 있는데 굳이 더 찾아보진 않았다. 여튼 시의 성향을 알고 보니 이 시가 좀 더 보인다. 더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싶지만, 시간도 늦었고 졸리구나.. 하암~~

Coin Marketplace

STEEM 0.32
TRX 0.11
JST 0.034
BTC 66384.36
ETH 3272.25
USDT 1.00
SBD 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