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별건가요 / 김순이]
[사는 게 별건가요 / 김순이]
내 힘으로 사는 거 같지만
실은 내 힘으로 되는 일들은
너무도 작은 것 들인걸요
세상을 밝히는 일도
잠시나마 다 잊고
잠들 수 있는 것도
하루가 하는 일 들인걸요
메마른 대지를 적시며
천이랑
만이랑
벼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숨통을 열어주는
어마어마한 일도
온 천지에 꽃을 피우고
곱게 단풍들게 하는 일도
당신이 내게 베푸는
은혜였음을
그리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보기에 좋았다고
사랑할 만 하다고
살만한 세상이라고
늘 읊조리며 사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