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로 도착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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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는 깨끗하고 조용했다. 우리 외에는 투숙객이 없다. 너무 조용해서 이상하다.

저녁에 동생 내외가 운영하는 치킨집에 들렀다. 가게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닭을 튀기는 식용유냄새가 코속으로 밀려든다. 치킨과 김밥을 먹으며 동생과 오랜만에 대화를 나눴다. 서로 멀리 떨어져 살아서 자주 못본다. 일년에 한 두번 보는 정도.
백화점에 들러 여행 때 쓸 작은 가방을 샀다. 튼튼하고 가볍다. 큰도시에 오면 미루었던 쇼핑을 한다.

밤이 늦도록 잠이 오지 않는다. 배도 고프고 잠도 오지 않고 해서 야식을 먹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 주방에 컵라면과 햇반이 비치되어 있다. 새벽 3시 쯤 겨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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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을 먹는다. 시리얼, 토스트, 오렌지주스. 앞으로 자주 먹게될 메뉴들이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오는데 게스트하우스 마당의 큰 개가 꼬리를 흔든다.

인천공항에서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는 Aeroflot, 러시아 항공사의 비행기다. 비행시간은 9시간 30분. 아내의 캐리어는 중량초과(7kg)로 기내반입이 안되어 화물로 부쳤다. 보통은 중량제한이 10kg인데, 모스크바에서 환승하는 비행기는 작은 비행기라서 기내에 반입할 수 있는 가방에 더 제한이 있었다. 캐리어가 제발 우리를 잘 따라오기를 기도하며 비행기에 탔다.
이륙, 불안감이나 긴장감은 없다. 사고가 나면 죽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 사고가 이번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
두번의 기내식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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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은 맛있다. 지금껏 맛없는 기내식은 없었다. 다만 소화가 잘 안된다. 높은 고도의 환경, 낮은 기압 때문인지, 움직이지 않고 계속 앉아있어서 그런 것같다. 가끔씩 기내를 걸어다니는 것이 소화에 도움이 된다. 차라리 기내식을 먹지 않고 굶는 것이 내 몸에는 더 좋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기내 화장실에서 개수대의 물을 나오게 하려고 이것저것 버튼을 누르니 밖에서 여승무원이 문을 두드리며 소리친다. 아 유 오케이? 내가 비상버튼을 눌렀나보다. 아 임 오케이. 여승무원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노려본다. 러시아 여승무원들은 미소가 없다. 무표정한 얼굴이다. 좀 무섭다. 근데 이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에 도착.
입국심사대에 줄을 서는데 줄을 잘못 섰다. 두 줄의 입국심사대 줄이 있었는데 한줄은 남자심사관, 또 한줄은 동양계 젊은 여자심사관이었는데 나는 여자심사관쪽이 좀 까다롭지 않을 것 같아 그쪽에 섰는데 아니었다. 선입견은 늘 문제다. 우리가 오슬로에서 다른 곳으로 가는 항공권이 없다는 것을 그녀는 문제삼았고, 그녀의 질문에 내가 대답을 잘 못하자 나에게 짜증을 낸다. 말이 안통하니 답답하고 서러웠다. 우리는 재심사을 받으러 어떤 사무실로 끌려갔다. 우리 뒤에는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줄을 서 있었는데 아무런 말없이 우리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그 여자심사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우리는 일주일 뒤에 다른 나라로 갈 거야. 어디로 갈지는 아직 모르겠어. 코펜하겐이나 베를린으로 갈까 생각중이야.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되면 그때 항공권을 구입할거야. 그러니 걱정하지마. 우리는 일주일 뒤에 여기를 반드시 떠날 거니까. 그런데 혹시 모르지. 여기가 좋아서 더 머무르게 될지도. 어쨌든 3개월은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 것 아니야? 뭐가 문제야?"
재심을 받으러 간 사무실에는 두 명의 노련한 여직원들이 있었다. 직원들은 내 여권을 유심히 살피고 우리의 숙소예약문서를 들여다보고, 이것저것 좀전의 젊은 여심사관이 했던 것과 똑같은 질문을 했다. 여기 왜 온 것인지, 어디에 머무는지, 언제 어디로 갈 것인지. 오슬로에는 뭉크미술관을 보러 왔다고 말해 줬더니 관심을 보인다. 중년의 여직원들은 미소를 지으며 여권에 입국도장을 찍어준다. 우리는 아무도 없는 입국심사대를 지나 공항을 빠져나간다. 벌써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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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지하철역에서 시내로 가는 표를 구입한다. 승차권구입기계 앞에서 이것저것 버튼을 누르며 표를 구입한다. 낯선 여행의 시작이다. 유럽에서 한국어가 지원되는 기계는 본적이 거의 없다. 가끔 박물관의 오디오해설기기가 한국어가 지원되는 것이 있기는 하다.
영어를 모른다면 배낭여행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읽기는 좀 하는데 말하기는 아기 수준이다.
우리가 머물 아파트에 도착하고 파닐라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 지금 아파트 앞에 도착했어. 지금 만나자. 기다릴께."
파닐라는 젊은 여자였다. 파닐라의 안내로 아파트로 들어갔다. 파닐라는 우리에게 문여는 법, 주방기구 사용법, 세탁기 사용법, 쓰레기 처리법 등을 알려줬다. 나는 파닐라와 뭔가 대화를 더 하고 싶었지만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무슨 얘기인지 대충 알아듣고 나는 예스만 반복해서 말했다. 파닐라가 떠나고 드디어 자유의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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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가구들, 그런데 주방의자는 우리에게 너무 높다. 우리가 키가 작은 것인지. 주방에는 식기세척기와 오븐이 있다. 이것도 잘 써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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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진 팔걸이의 거실 소파는 편안했다. 소박하지만 실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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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 춥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였다. 실내온도조절기는 보이지 않았다.
이불이 가벼우면서도 굉장히 따뜻했다. 구스이불이었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편히 잠들었다.


여행지 정보
● Rubina Ranas gate 6-10, Oslo, 노르웨이



오슬로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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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항공은 화물이 잘 분실된다고 해서 전에 패스했던 기억이 있네요 ㅎㅎ
입국심사대에서 부터 피곤하네요 ㅎㅎ 그래도 잘 해결되서 다해입니다

러시아 항공 서비스 괜찮았습니다.
반면에 유럽 저가 항공이 좀 불안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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