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릉미 만끽, 서산 팔봉산을 걷다

in #tripsteem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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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友들 단톡에 '서산 팔봉산'이 떴다. 가보지 않은 곳이라 얼른 참석 댓글을 달았다. 여덟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있어 八봉산이다. 이미 걸음했던 제천 三봉산, 양주 七봉산, 홍천 八봉산, 진안 九봉산이 그러하듯 이 산 역시 봉우리 숫자가 곧 산이름이다. 누군가 고민 1도없이 내키는대로 붙여 놓은 것 처럼. 이런 산은 대개 암릉이라 아기자기하다. 하여 산 타는 재미만큼은 쏠쏠하다.

팔봉산 들머리 양길주차장 등로안내판에 표시된 1, 2, 3, 4, 5, 6, 7, 8봉을 보며 일본의 성씨가 떠올랐다. 성씨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이다. 10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의 300개 남짓 성씨에 비하면 어마무시하다. '밭 가운데서, 다나까(田中)' '산 속에서, 야마모토(山本)' '작은 숲에서, 고바야시(小林)' '시골 우물가에서, 무라이(村井)'... 이런 식으로 아이를 갖게 된 장소가 곧 성씨가 되었다하니... 정말로 숙고없이 마음 내키는대로 성씨를 지었을까? 고민없이 봉우리 갯수를 산이름에 갖다붙인 것처럼.


각설하고,

여덟개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팔봉산은 서산의 진산으로 통한다. 구간은 짧고 고도는 낮지만 올망졸망한 섬들이 떠 있는 서해 바다를 내려다 보며 걸을 수 있다는 것에 산꾼들은 방점을 둔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오전 10시 무렵 팔봉산 들머리 양길주차장에 멈춰섰다. 하늘은 높고 뭉게구름은 두둥실, 완연한 가을이다.

적당히 선선해 걷기 또한 그만이다. 이런 날 산을 찾지 않으면 산에 대한 배신(?)이기에.
양길주차장을 벗어나 완만한 임도로 들어섰다. 20분 남짓 걸었을까, 그새 제1봉이다. 1봉은 산길에서 70m 정도 살짝 비켜나 있다. 암봉의 모양새가 곡식을 수북이 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벼슬아치의 감투를 닮았다고도 해 노적봉 또는 감투봉으로도 불린다. 해발 210m의 나지막한 암봉에 서니, 하늘과 맞닿은 바다와 갯벌 그리고 황금들녘이 곱게 눈에 들어온다.

1봉을 내려서면 2봉을 거치지 않고 운암사지를 경유해 우회하는 갈림길이 있다. 갈림길에는 팔봉산의 주봉인 3봉까지 우회해 올랐다가 원점회귀하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유는 암릉이라 위험하기 때문이라는데, 실제로 걸어보면 철제 계단과 안전 밧줄이 잘 설치되어 있어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2봉으로 향하는 길, 탁트인 서쪽 풍경에 홀려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된다.

위험천만, 절대 흉내 내선 아니된다. 인간 날다람쥐로 통해는 J만의 '바위놀이'다.

2봉 지나 3봉으로 가는 암릉 길목에서 길다란 코를 땅에 박고 있는 코끼리를 만났다. 이처럼 2봉에서 3봉까지가 팔봉산에서 가장 아기자기, 아슬아슬한 코스다. 바위 터널도 통과해야 하고 곧추선 철계단도 빡세게 올라야 한다.

3봉은 팔봉산(362m)의 주봉이다. 아무렇게나 부려놓은 돌무더기 같다. 바위 사이 철계단은 산꾼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긴 하나 미관을 해치는 것도 사실이다. 안전하면서도 미관도 해하지 않는 디자인의 구조물이었으면 좋겠다.

봉우리 바위턱에 엉덩이를 걸치고서 사위를 조망한다. 해발 362m에 불과한데도 주변 산들이 머리를 조아린다. 해발 327m의 홍천 팔봉산과 산세가 무척이나 닮았다. 여덟 봉우리가 그러하고 높이도 엇비슷하다. 빼어난 주변 풍광도 마찬가지다. 서산 팔봉산은 서해바다를 품고 홍천 팔봉산은 홍천강을 끌어안은 것이 어쩌면 전생(?)에 형제지간이 아니었을까?

3봉(정상)을 내려서는 산길(철계단 포함)은 폭이 무척 좁다. 교행은 매우 어렵다. 다행이도 거꾸로(8봉에서 1봉 방향) 걷는 산꾼들은 거의 없다.
4봉을 지나 8봉까지는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편안한 솔숲길이다.

마지막 봉우리 8봉을 찍고 서태사 방면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금세 발아래 허름한 산막과 임도가 눈에 들어왔다. 다가서니 산막이 아니라 조그만 절집, 서태사다. 이곳서 날머리인 어송주차장까지는 널찍한 임도다. 산행거리가 짧아 2% 부족한 감이 있지만 서산9경에 이름을 올린 명산답게 주변 풍광이 모자란 2%를 채워주었으니...



암릉미 만끽, 서산 팔봉산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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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산이네요 기회되면 꼭 가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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