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통일이 필요한 이유 하나 더... 평안도만두집

in #tasteem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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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이란 말에 도무지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덥고 땀 나는 것 참 싫어라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날씨가 점점 후덥지근해지고 꾸덕꾸덕해지는 요즘에도, 땀을 흘릴 각오로 찾아가서 먹는 만두전골이 있다. 광화문 근처에 직장을 두고 있는 많은 분들이 아는 집이지만, 남북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이 끝났고, 온 나라가 통일 무드에 젖어 있는 가운데, 북한식 음식점 하나를 소개한다.

편집부 신입이었던 2010년 어느날엔 회사에 자칭타칭 미식가로 이름난 당시 부국장이 오전 11시 넘자마자 나가자더니, 굳이 길을 두 번 건너 새문안로까지 끌고 갔다. 대체 만두전골이 얼마나 맛이 있기에 이렇게 부산인가 싶었다. 만두전골이야 대충 육수에 이것저것 던져 넣고 만두 몇알 넣어서 팍팍 끓이며 먹다가 칼국수 사리 끓여 먹는, 조미료에 맛이 좌우되는 음식 아니었던가.

하지만 부국장이 부산을 떨만 했다. 오전 11시 30분이 넘으면 자리가 없다. 그날 떠 먹어 본 국물 맛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이런 맛도 있구나. 육수는 고기의 맛인가, 생선의 맛인가, 야채의 맛인가? 셋 모두의 맛이다.

조금 인터넷을 뒤져 봤다. 1992년부터 여의도에서 장사를 하던 평안북도 용천 출신의 가족이 2005년에 광화문에서 연 가게다. 26년이면 '노포'라기엔 조금 시간이 짧은 듯하지만 고향에서 가져온 진짜배기 맛은 "조국통일 만세"를 부르짖기에 부족함이 없다.

만둣국을 시켜 먹는 사람들이 많다. 평양냉면 국물처럼 슴슴한 국물에 손으로 만든 만두가 댓개 들어간다. 국물은 양지로 육수를 냈으며, 고춧가루인지 고추기름인지 아주 약간의 붉은 양념이 돼 있다. 만두는 완전 북한식으로 숙주, 두부, 돼지고기, 씻은 김치로 소를 했다고 한다.

나는 무조건 전골을 먹는다. 첫 만남에서 느낀 신비로운 맛을 절대 포기할 수가 없다. '소'짜를 시키면 만두 여섯알이 들어있다. 둘이 먹으면 배가 찬다. 옆에 별 게 다 들어있다. 쑥갓, 팽이버섯, 도가니까지. 특히 눈에 띄는 건 전이다. 조그만 녹두전과 생선전이 둘이 충분히 먹을만큼 들어있다. 처음엔 무슨 전을 국물에 적셔 먹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을 숟가락으로 끊어서 국물과 함께 입안에 넣으면, 누구든 젖은 전의 매력에 빠지리라 장담한다.

가장 신비로운 건 국물이다. 위에 언급한 양지 육수를 썼을 텐데, 여기에 생선전에서 우러나온 육수, 버섯과 야채에서 나온 채수, 만두의 돼지고기에서 나온 육수가 다 섞였을 테다. 온갖 육수가 다 섞여서 복잡하기 이를 데 없을 것 같은데 정말 숨막히게 깔끔한 맛이다. 요리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으로서 정말 궁금한 건, 그렇게 많은 재료가 들어갔는데 국물 위에 기름 한 방울이 안 떠 있다. 대체 국물에 무슨짓을 한 걸까? 이 역시 조국이 통일돼서 북한음식 레시피를 네이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날이 되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겨울엔 일주일에 한 번은 생각나고 한여름에 먹자 해도 달려갈 수 있는 만두전골이다. 녹두만 갖고 만들었다는 녹두빈대떡도 늦으면 재료가 떨어진다. 칼칼한 김치말이국수도 시원하다. 저녁 약속을 잡으려면 꼭 보쌈을 미리 예약해 두길 추천한다. 왕년 보쌈집 아들로서 말하건대, 예약해야만 먹을 수 있는 보쌈은 정말 맛있는 보쌈이다. 조국통일 만세.


맛집정보

평안도만두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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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동 새문안로3길 30


[6월]통일이 필요한 이유 하나 더... 평안도만두집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내가 소개하는 이번 주 맛집에 참가한 글입니다.


테이스팀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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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에 보쌈집 아들이셨으면 고기맛은 제대로 아시겠네요.
만두전골은 안 맛있을 수 없는 조합으로 끓였네요.
경상도에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 지역 사람들은 명절이 지나고 나면 전으로 탕같은 걸 끓여먹습니다.
저도 전을 국물에 적셔먹다니... 했는데, 먹어보니 색다른 맛이더라구요.
물론 전 때문에 국물 맛이 좋아진 건 당연하구요.

장마가 온다고 꿉꿉해지는 날씨지만, 만두전골은 땡기네요^^

오 전을 담가 먹는 게 그렇게 특이한 건 아니었나봐요.

오.. 만두 진짜 맛있어보여요 북한 음식하면 냉면만 생각났는데 만두라니!!

점심시간이 다가와서 그런지 사진만 봐도 입에 침고이네요 ㅋ

저도 여기 처음 가봤을때 정말 충격적이었죠. 맛이 너무 깔끔하고 맛있어서 놀랐죠.

가보셨군요 ㅋㅋ

와 조국통일만세, 대한독립만세 그 맛을 보고 싶네요
광화문은 그래도 가끔 가니
응원드리고 , 북마크도 찍습니다.
테이스팀 1등 가즈아 ^^
제 포스팅을 밟고 올라서시길...ㅎㅎㅎ
그리고, 시호님!! 저 올레드 샀어요 요즘 축구보는 맛이 있습니다. ㅎㅎ
https://steemit.com/booksteem/@raah/booksteem-4-n-shiho-tv

ㅋㅋㅋ 올레드 사셨다니 부럽습니다. 써 보니 좋습니꽈?

한장의 사진과 설명이
이건 꼭 먹어봐야되 하고 각인시키네요^^
너무 궁금해지면서
처음 먹었을 때 그 느낌을 느껴보고 싶어요^^

꼭 드셔보셔요. ㅋㅋ

너무 글을 맛깔나게 쓰셔서..먹고싶다는 생각이 막드네요!!

정말 맛있기 때문에 쓸수 있었습니다. ㅋㅋ

제목과 테이스팀의 만남 ㅎㅎ
흥미롭네요^^

이것저것 다 들어간 짬뽕같은데~
맛은 기가 막히는군요 ^^;;

통일되면 여기부터 ㅎㅎㅎ 신비로운 맛이르..어떤 맛인지 궁금한데요 ㅎ

통일이 되면 평안도로 원정을 떠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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