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으로 몸보신

in #ta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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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두 명과 지난 겨울에 방문했었던 당뫼산장. 귀곡산장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추어탕을 맛있게 끓이는 집이다. 큰 길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농로 옆에 위치해 있어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장사하기는 애초에 어렵다. 아는 사람과 함께 오지 않으면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곳이다.

증상은 이랬다. 졸리고 눕고 싶고 몸에 기운이 없다. 어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만사가 귀찮다. 빨리 걷지 못하고 그나마 발을 질질 끈다. 말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 차가운 물이나 음료만 찾고 다른 음식은 잘 먹지 않는다. 먹는다 해도 깨작대기 때문에 밥상머리에서 아버지께 혼나기 일쑤다.
째째파리에 물리거나 비정상적 호르몬 분비로 갱년기 장애를 겪고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비슷해 보이는데 더위 먹은 초등 5학년의 증세다. 어머니께서 익모초라는 약초의 즙을 짜 주셔서 그것을 마시고 원기를 회복했던 기억이 있다. 엄청 쓴 맛이 나는 즙을 한 컵 가득 주셨었다. 단번에 마시고 설탕 한 숟가락을 먹었던 것 같다. 이 쓴 약을 잘도 마신다고 어머니는 칭찬해 주셨지만, 너무 써서 두 번에 마실 용기가 나지 않아 한 번에 털어 넣은 것 뿐이었다.
평소에 건강 관련 식품이나 약을 멀리하는 편이다. 보약, 비타민제, 건강 보조 식품, 각종 즙, 등등 누가 공짜로 줘도 잘 먹지 않는다. 백숙이나 장어같은 보양식도 일부러 즐기지는 않고 누가 먹으러 가자고 하면 한 끼 식사 삼아 먹는다. '먹고 나니까 보양되는 느낌이야' 라는 건 잘 모른다. 그랬었는데 생애 겪어 보지 못한 더위에 지칠대로 지쳐서 보양식이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운이 없고 틈만 나면 잠이 오니 예전 더위 먹었던 때와 증상이 비슷했다. 여름의 한가운데는 지났어도 8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가 선택한 보양식은 추어탕.

당뫼산장에서 현관을 등지고 찍은 사진에는 벌판과 비닐하우스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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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뫼산장 앞을 지나가는 농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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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보잘 것 없다. 가정집을 개조했다. 음식만 팔면 됐지 내부 인테리어는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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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북부식 추어탕이며 특이하게 된장을 쓰지 않는다. 약간은 첨가된 듯 하지만 국물맛의 기본은 고추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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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추어탕 한 가지고 선택은 통째 먹을래, 갈아서 먹을래, 둘 중의 하나. 가격은 둘이 와도, 셋이 와도, 넷이 와도 2 만원. 같은 양의 추어탕이 나온다. 여기에 공기밥(천원)만 추가하면 끝. 미꾸라지 외에는 텃밭에서 가꾼 채소들이 주재료여서 철마다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겨울에는 주로 직접 말린 채소들로 추어탕을 끓인다. 말린 호박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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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갈아 나오는 추어탕을 주문했다. 미꾸라지 때문에 국물은 걸쭉하고 갈아 놓은 뼈가 약간 까끌한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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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다 보니, 몸보신 하려는데 왜 이 집이 생각났는 지 알 수 있었다. 내일 아침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공무원이 자주 찾는다는 건 보장된 숨은 맛집이라는 것이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1석2조가 따로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이 아주 느릿느릿
장사하시는 이집은,,, 맛있다.

가게 앞의 밤나무.
나와 다르게 밤송이는 이 여름을 잘 보내고 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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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정보

당뫼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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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평화로574번길 87


추어탕으로 몸보신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내가 소개하는 이번 주 맛집에 참가한 글입니다.


테이스팀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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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양식으로 추어탕 드셨으니 기운이 팔팔 넘치게 되길 바랍니다 ㅎㅎㅎ
저도 건강식, 영양제 멀리 했었는데 나이가 드니 저절로 찾게 되더군요
이런 일이...ㅎㅎㅎ.

저만 그런게 아니군요. 이제 좀 찾아 먹어야겠어요..
아, 기운 빠져...ㅎㅎ

안녕하세요 muksteem 전국 맛지도 등록 알림봇입니다. 본문에 있는 주소 [대한민국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평화로574번길 87]로 본 글이 먹스팀 전국 맛집 지도에 등록되었습니다. (혹시 주소가 틀리다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확인하러가기먹스팀 맛집 지도는 https://muksteem.com에서 이용가능하며, 새롭게 업데이트 됐습니다.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약소하지만 보팅 하고 갑니다.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수고하셔요..

비쥬얼이 너무 좋네요 ㅎㅎㅎ

다른곳 하고는 모양새도 좀 다르답니다.

맛으로 승부하는 식당인가봐요 :) 추어탕 맛있어보여요. 힘이 불끈 솟을것 같은데요 :) 가격도 좋네요 !!

늙으신 노부부가 운영하시는데 잇속없이 장사하시는 것 같아요. 맛이 끝내준답니다.

가끔..
익모초즙,양파즙,민들레즙등등 드세요...
더위에 힘들고 지치면 가족이 고생합니다 ㅎㅎ

추어탕도 여름철 보양식으로 최고지요^^*
홧팅!!요

민들레 즙도 있군요.. 한우님 포스팅보고 민들레는 먹고 싶었다는...
익모초.. 넘 써요..ㅠㅠ

저는 추어탕 먹은지가 얼마 안되서
처음 보는 비주얼이네요~!! 매운탕 느낌 나요^^
보기만해도 입맛 돌고 기운나는 음식일 것 같아요~!!

매운탕과 비슷한 느낌인데 덜 매콤하고 미꾸리의 담백함이 살아 있습니다.. 맛은 보장!!

효과가 있으셨나요?

지금 손님없는 낮 시간인데요.. 안 졸고 있슴다..ㅎㅎ

저희 집 사람도 좀 피곤하고 힘들면 추어탕 먹으러 가더라고요.

먼 데 계셔서 아쉽지만, 임진각 가실일 있으면 들렀다 가시는 것도 괜찮겠네요... ㅎㅎ

오 다른거 다 필요 없고 비주얼 끝짱이군요.
꼭 가야쥐.
벌떡 인나셨어요? ㅋㅋ

근처에 오실 일 있으면 들리시길 추천합니다. 황당한 장소와 황당한 맛에 놀라실거에요..
어제 먹었는데 오늘 졸리지는 않네요..ㅎㅎ

추어탕이 좋긴 하지요~ 추어탕 못 먹은지 오래됬내요 ㅠㅠ

가끔 기분 전환 삼아 드시면 기운도 나고 좋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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