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태어난 아들/노자규steemCreated with Sketch.

in #sun6 years ago



두 번 태어난 아들


                      노자규





“종훈아”

“엄마 잘한 것 맞지 말해줘”



엄마에게 아들은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 존재입니다

가지마다 단물을 적시듯

나의 가슴에 피가 되고 맥이 되는 

생명 같은 아들이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해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자기가 원하는 

직종에 취직까지 하든 날을

엄마는 잊지 못한다 말합니다


180cm 건장한 체구로 

한사코 내려 달라는 엄마를 업고

 동네를 한 바퀴 돌며

내 가난한 짐을 벗겨주려는듯

넙죽넙죽 인사해가며 

슈퍼 아저씨 

과일가게 아줌마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 다보란 듯


“저 취직했어요“


“우리 엄마 이제 요구르트 장사

      안 하고 제가 편히 모실 거예요“


창피해 하는 엄마를 

내려 놓은 곳은 동네 귀퉁이 중국집


“ 오늘 엄마 생일인데

            오랜만에 외식해요“


“이제 돈 많이 벌어 

엄마 마당 있는 이쁜 집 사줄게요“


“그런 소리 말고

좋은 색시 얻어 너나 장가가“

아들은 준비한 듯 생일선물이라며 작은 상자를 내어놓습니다

그것은 “칫솔“

늘 아침에 세수할 때마다 칫솔모가 

몽땅 누워버린 칫솔을 보며 아들은 

마음이 많이 아팠다 말합니다

엄마는 칫솔모가 

안 보이게 거꾸로 넣어두었는데 

그걸 보았냐며 고개를 숙입니다

마음껏 먹이지고

 입히지도 못하고 

아버지 없이 가장 노릇해가며 

잘 자라준 나의 아들

빈 들녘 

헤매는 바람이 된 엄마에게 그날은

생에 최고의 날이었다 말합니다


취직을 한 후

줄 곳 야근에 잔업에 새벽에 들어와 

아침에 다시 출근하는 아들을 보면서

못난 애미 집 사준다며 저렇게 한 푼 

더 벌겠다고 하는 모습에 엄마는

 늘 죄 지은양 미안해 합니다


그날 비가 

추적추적 창문 틈에 내려 고이든 날

새벽녘에 전화가 울립니다

아들의 전화일 거라 예감하고

“아들이니“

웬 낮선 남자의 음성 속에 다급함과 초조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여기 xx 대학병원 응급실입니다..”


나쁜 예감은 왜 이리도 적중하는지

초저녁 잠든 꿈에 

지 아버지가 울더니만..

황급히 달려간 응급실

이리저리 닫힌커튼까지 열어 재쳐 

봐도 아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수술 중이란 노오란 불빛 아래

긴 나무의자에 앉아 아들의 옷가지를 부여잡고 

울고 있는 엄마


"제발 살아있게만 해달라고.."


"병신이 되어 평생 업고 

다녀도 좋으니 살게만 해달라고..."

무겁게 내려앉은 눈물은 

           엄마곁을 떠날 줄을 모릅니다


수술을 마치고

 나온 의사에게서 나온 말은

엄마를 그 자리에 주저앉히고 말았습니다


“의식불명”

                  “뇌사상태”


이건 아니야...

             이럴 순 없어...

“내 아들 살려주세요”


이 한세상 살아내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실신해 겨우 실눈 뜬 엄마에게

구급대원이 다가와 

“지하철에 술 취한 사람을 구하고 

아드님은 미쳐 피하지 못하고....”


그 말에...그 말에..

엄마는 ...엄마는...

눈 한번 감았다 떠니 엄마에겐 

빈 하늘 자락만 남은 것 같습니다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들을 보러 엄마가 왔습니다

애미에 대한 정 못다 받고

         여러 날을 누워있는 

아들을 보는 순간 죽음을 예감하고

 가슴을 쥐어뜯었습니다

"삶의 또 다른 이름은 눈물인가요"

"아니면 아픔인가요"


뇌를 크게 다쳐 수술은 했지만 

깨어나지 못하거나

깨어나도 식물인간이 될 거라는

 의사에 말에

 '엄마는 노 없는 빈 배가 되어 

눈물과 함께 떠내려 갑니다"


다음날 의사들은 

뇌사 판정을 내렸습니다

이제 엄마의 가슴에는 

       빛 한톨 머물 곳이 없습니다

세월의 귀퉁이마다

 새겨진 기억들을 뒤로하고


“얘가 이제 날 떠나는구나“ 


“선생님 그러면 

혹시 장기 이식은 할 수 있나요“


틈틈이 

병원에 rcy 봉사활동을 다녀와서는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장기기증 서약을 하고 싶다 말한

아들의 말이 생각 낫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조금이라도 이 세상에서

더 살길이 달리 떠오르지 않았어요

'장기 하나라도 

        펄득거리며 살아준다면...'


병실 문을 나서 장기기증센터로 향하는 

40여 분간 엄마는 

아들의 손을 꼭 붙잡고 말합니다


“종훈아”


“엄마 잘한 것 맞지 말해줘”


14일 오후 4시

최종 뇌사 판정이 내려줬고

떨어진 꽃잎이 다음 봄날에는

       돌아오지 못하듯 

그날로 장기와 조직을 때 놓는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아들이 마지막 수술을 받는 동안

저 눈멀어 사라진 봄날의 꽃잎들처럼 

아들에게 엄마는 

관에 넣을 편지를 써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내 아들 종훈아

다시는 너를 만져볼 수 없는

 먼 곳으로 보내며 이 글을 쓴다

너와 함께 이 하늘 아래서 숨 쉴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결정한 거야

장하다 내 아들

너를 보내며 울지 않으려 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파

“잘가 우리 아들”

“다음 생에도 우리 꼭 만나자”」


산장은 만성 신부전증으로 8년간 기다려온

 30대 50대 남성이 받았고

양쪽 각막은 70대 여성과 40대 남성에게

 기증되었습니다

젊고 건강한 장기를 받았기 때문에 

수술 결과도 좋다 말합니다


엄마는

수혜자들이 내 아들 몫까지

잘 살기를 바랄 뿐이며

  그저 행복하게

    살아줬어면 하는 맘뿐입니다"


꼭 홀로 남기진 아들을 두고 나오는듯 

애잔함에 병원 문을 나서는 엄마는

 자꾸 뒤돌아봅니다


왜 나들 두고 떠났는지...'


왜 좀 더내 곁에 

오래 함께 있어주지 않았는지‥'


그저 아픔에 시간 안에

 혼자 외로이 견뎌내는 슬픔과 원망보다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한 감사와

      함께한 기억은 행복이었다고 

                                     말합니다


아들의 심장이 

이 세상에 뛰고 있는 한


'살렵니다 '

        " 살아가 보렵니다"


아들에 사랑은

 바람과 같아서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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