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포탈들] 숨겨진 인연들 여섯,

in #stimcity2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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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유니콘의 가슴에 박힌 검을 잡았다. 검을 타고 유니콘의 기억과 상처가 마법사에게 타고 흘러들었다. 마법사는 갈등했다. 번민에 휩싸였다. 마법사의 손에 잡힌 검은, 부러지지 않는 검은, 유니콘의 생명을 끊어놓으려 하고 있다. 마법사는 자신의 내면에서 버티는 힘과 뚫고 나오려는 힘이 서로 크게 맞부딪혀 서로를 밀어내려 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마침내 마법사는 크게 한숨을 쉬고는 검을 유니콘의 가슴 깊이, 더 이상 검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밀어 넣었다. 유니콘의 가슴뼈를 뚫고 근육들을 가르며 밀려들어 가는 검의 감각이 마법사의 손에 그대로 전해졌다. 유니콘은 거대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리고 마법사의 눈동자는 검게 물들었다.



'이게, 이것이 위키드란 말이지...'



마법사는 쓰러진 유니콘을 뒤로하고 몇 걸음을 걷다 그대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고는 툭하고 검은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마법사님, 거친 인생이었어요. 전쟁이 멈추지 않았죠. 그리고 나는 언제나 나의 사랑하는 것들과 이별해야 했어요. 죽지 못하는 유니콘의 인생은 상실로 쌓여 갔답니다. 그것은 형벌이에요. 소중한 것들과 연결되었다 끊어지기를 반복하는 생 말이죠. 더는 견딜 수 없어 죽음을 갈구하는 제 가슴에 대왕의 기사가 검을 박아 넣어 주었죠. 그러나 죽지 못했어요. 나는 유니콘이니까요. 수많은 기사들과 전사들이 이 검을 뽑으려고 도전했어요. 나의 소망도 모른 채 그들은 나를 연민했죠. 하지만 나는 죽고 싶었답니다. 나는 나를 상실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이 형벌이 끝이 날 거라고... 감사해요. 마법사님. 생은 이별이랍니다.'



유니콘은 마지막 숨을 헐떡이며 유언 같은 말을 전했다. 하지만 마법사는 유니콘의 말을 들을 수가 없었다. 온몸에서 검은 눈물이 쏟아져 내려 귀를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대지는 마법사가 쏟아내는 검은 눈물과 유니콘의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피로 검붉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들의 피와 눈물에는 상실에 대한 모든 기억이 녹아 있었다. 그것은 끝도 없이 흘러나와 대지를 덮고 바다로 밀려들었다. 그리고 치유의 능력을 가진 유니콘의 뿔은 자신의 피와 마법사의 검은 눈물에 잠겨 녹아내렸다. 물에 닿으면 닿은 물을 정화하고 해독작용을 한다는 유니콘의 뿔이 자신의 피와 마법사의 눈물에 닿은 것이다. 녹아내린 유니콘의 뿔은 자신의 아픈 기억과 마법사의 슬픈 상처를 치유하고, 대지를 덮은 그들의 피눈물로 번져나가 세상을 해독하고 있었다. 물론 박살 난 밴드의 아픈 기억도.



유니콘과 마법사의 피눈물이 차오르고 있는 대지 위에서 박살 난 밴드의 두 멤버는 물 위를 걸으며, 검게 변해버린 눈과 입술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Just where you are
Just where you are
that’s where I’ll 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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