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ic Catch] 그것은 달아나고 만단 말이야
“결혼만 해도, 하다 보니 그렇게 됐지. 나하고 아내는 영화에 함께 출연하면서 어느 틈엔가 가까워졌지. 로케이션에서 함께 술도 마시고, 차를 빌려서 드라이브도 하고 말이야.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몇 번인가 데이트를 했지. 주위에서도 우리는 잘 어울리는 커플이고, 결혼을 할 거라고들 생각했지. 결국 흐름에 밀리듯 결혼했던 거야. 자네로선 이해가 안 갈지 모르지만, 여긴 정말 좁은 세계야. 뒷골목 안의 연립에서 살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고. 한 번 흐름이 형성되기만 하면, 그건 완전히 현실적인 힘을 띠게 된단 말일세. 하지만 나는 그녀를 정말 좋아했지. 그녀는 내가 인생에서 손에 넣은 것 중 제일 값진 것 가운데 하나였지. 결혼하고 나서 난 그 사실을 깨달았어. 그리고 나는 어김없이 그녀를 내 것을 만들려고 했지. 하지만 글렀어. 내가 진정으로 그것을 잡으려고 들면, 그것은 달아나고 만단 말이야. 여자도 그렇고, 배역도 그렇고, 상대방이 원하면 난 최고로 잘 해낼 수 있어. 하지만 나 자신이 요구하면, 모두 손가락 사이에서 쓱 빠져 달아나고 말아.”
_ 댄스 댄스 댄스, 무라카미 하루키
Unit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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