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자폐

in steempress •  18 days ago

제목을 써놓고 보니 참 무서운 주제인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아니 초은이에게 발달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후로 쭉 생각해온 문제이다. 그냥 내 머릿속의 생각을 조금 적어보려고 한다.

​나는 국민학교 4학년 때부터 기독교인으로 살고 있다. 중학교 시절, 학교에서 친구들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너는 왜 신을 믿냐? 하나님이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
그 당시 나는 친구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하나님이 있다는 증거를 찾는데 열을 올렸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그 증거들을 설명했지만 무신론자와 유신론자의 대화는 통할리가 없다. 게다가 중학생 수준에서는 더더욱... 그때는 아마도 내가 믿음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 같다. 어린 나이니 그럴 수밖에...

​요즘 큰 딸과 믿음, 신앙, 하나님, 예수님, 이런 주제들로 이야기를 하곤 한다. 내가 시작하는 건 아니고, 채은이가 먼저 내게 질문을 한다. 그리고 어제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눈 앞에 있는 컵이 있다고 믿는 것은 믿음이 아닌 것 같아. 눈 앞에 컵이 없을 때 그래도 컵이 있다고 믿는 게 차리리 믿음이 아닐까? 물론 바보같지. 하나님은 눈에 보이지 않잖아. 그리고 하나님이 계신다는 것도 증명할 수 없고. 그런데 하나님이 계신다고 믿는 게.... 그런게 믿음인 거 같아.
물질적인 것에 눈과 마음이 현혹되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그 믿음을 갖고 지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래도 믿음은 아이들에게 가르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 물론 그 믿음 또한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은 왜 자폐를 만드셨을까?
뭐... 만드신 게 아니라면
왜 자폐가 세상에 존재하게 허락하셨을까?
선한 신이 세상에 악을 허락한 것에 대해서 글을 읽거나 누군가와 대화를 할때, 세상에 악의 존재하는 것에 대한 나의 물음은 불난 집 구경하는 듯했다. 세월호가 침몰해 아까운 청춘들을 잃었을 때, 나도 가슴이 아팠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만 하지 않았다. 그 사건 당시에도 악의 문제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었다. 국가, 해상 관련 정부 기관, 선박회사, 안전관리자, 감독자들 사이에 악이 결국 그 참사를 불러온 것은 아닐까? 모든 이들이 자신의 책임을 선하게 수행했더라면 그런 참사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신은 왜 세상에 악을 허락해서 이런 사단이 나게 허락했을까? 선한 신이 그냥 세상을 온통 선하게 만들 수는 없었을까? 하지만 이런 고민 역시 당장 내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공허한 생각으로 끝나고 말았다.

​초은이와 함께 살면서 이제 이런 질문을 한다.

하나님은 왜 자폐를 만드셨을까? 하나님은 왜 자폐를 허락하셨을까? 하나님은 왜? 나에게 자폐를 허락하셨을까? 하나님은 왜 우리 초은이를 자폐아로 만드셨을까?
물론 자폐가 악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세월호와 차이점이 있다면 이건 내 문제이다. 내가 이 질문을 목사님들께 하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예상 되는 답변들이 몇 가지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 물음은 불난 집 구경에 불과하다. 예전에 자폐아를 키우는 목사님을 만난 적이 있다. 그 분 역시 나와 같은 질문을 하는 듯 했다.

​병든 자를 고치시고, 죽은 자를 살리신 예수님은 왜 우리 초은이를 고치시지 않을까? 그냥 성경책 속의 이야기일 뿐일까? 성경도 그냥 신화인가?

​다양한 삶의 문제는 사람들이 믿음을 버릴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인생의 어려움에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는 신이 원망스러워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경우도 많다. 나도 초은이를 키우면서 그런 생각이 문뜩 든 적이 있다.

하나님이 있기는 한 거야?
결국 믿음은 참 어려운 것 같다. 하나님이 왜 자폐를 만드셨는지? 왜 초은이를 나에게 주셨는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모르겠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데 평생을 써야할지도 모르고, 답을 찾지 못한채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건만으로도 행복할 때가 많다. 소리도 못내던 초은이가 소리를 내고, 의미 없는 소리를 내던 초은이가 한 음절 단어를 말하고. 두 음절 단어. 세 음절 단어. 한 단어 문장. 두 단어 문장. 이렇게 조금씩 성장할 때 그 행복감 역시 크다.

​지금도 초은이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 문제를 하나씩 하나씩 아내와 해결하려고 매일 대화를 나누고 계획을 수립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아내와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그런 강한 아내를, 엄마를 내게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우리 아내... 정말 훌륭한 사람이다. 갑자기 아내 자랑?ㅋㅋ

​요즘 아내와 내가 생각하는 초은이의 목표는 영화 마라톤에 나오는 초원이다. 공교롭게 이름도 비슷하다. 그 수준에만 이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예전에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가능해보이는 것 같아 희망을 갖고 매일 매일 초은이랑 별짓을 하고 있다. 언니랑 동생 틈에 치어서 불쌍해보일 때도 있다. 그때 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Posted from my blog with SteemPress : http://filtered.co.kr/index.php/2019/02/04/god-aut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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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道無親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하늘의 도는 사사롭지가 않다는 뜻이죠. 초은이의 자폐증은 하늘의 뜻도 아니고 다만 因緣일 뿐이겠죠. 그러나 그 인연이란것이 원인과 조건에 의해서 결과(초은)가 일어났다는 뜻인데 과거의 업이 현재의 삶을 불러왔다는 차갑고 냉정한 결정론이 되어버리죠. 주홍글씨처럼요. 이러한 해석때문에 원망하고 분노하는 마음도 일어나지요.(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시바!)

그러나 천도무친이라는 말을 잘 곰삭여서 이해한다면 여기에는 불확정성의 희망이 있고 의지가 있습니다. 과거는 지나가서 없고(되돌릴수 없기때문)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오지 않았으니 미리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음) 없는 것이고 따라서 현재의 충실한 삶만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계속 만들어가는 창조의 현재이죠.

지금 초은이와 딸바보 엄빠와 언니, 동생이 함께 無親한 삶을 親하게 만들어가는 현재겠지요. 그게 바로 하느님이 주신 달란트(사명)겠죠. 불교로 해석하자면 카르마의 능동적이고 건설적인 의지이고요. 저는 충실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가는 푸른잎님이 존경스럽습니다. 공자할아버지가 그랬잖아요. 修身濟家治國平天下라고요. 가정도 이루지 못한 저같은 어른애나 수도한다고 혹은 다 하느님의 뜻이라고 퉁치고 깝치는 일부의 가식적 성직자 나부랭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죠.

올해도 圓滿한삶을 기원드립니다.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