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제 할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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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제 할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cjsdns

엊그제 아침이다.
계속되는 비로 논두렁 걷기를 며칠 못했는데
강둑을 걷다 바라본 논, 깜짝 놀랐다.
벼가 팬 것이다.
벌써 벼가 팬 것이다.
장마가 길던 비가 매일 오던 세상이 시끄럽던 개념치 않고 벼는 팬 것이다.
이런 걸 보면 세월은 세상 탓하지 않고 제할 일 다하고 제 갈길을 다 가는 것이다.
마음의 푸근함은 물론 눈까지 시원해지는 풍광에 감사할 뿐만 아니라 경외하는 마음까지 생기는 것이다.

나의 경우 작년부터는 모든 농사를 짓지 않고는 있지만 농업은 이 세상 직업 중에서 가장 존귀한 직업인 것은 맞다.
말 그대로 생명을 키우고 생명을 살리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또한 가장 정직한 것이 농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런 말도 들은 적이 있다.
내일이 세상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사고 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 그와 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또한 어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육이오 때의 일이다.
난리통인데도 그 와중에도 피난을 가면서도 씨를 뿌리는 어머니를 보고, 이 난리통에 피난은 안 가고 뭐 하냐, 그거 심어야 먹지도 못할 텐데 뭐 하러 심냐, 빨리 피난이나 가라 그랬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는 말씀을 이리 하셨다고 했단다.
피난은 피난이고 씨를 뿌려야 할 때이니 뿌려야지, 지금 때를 놓치면 결국 농사를 망치는 것이고 이렇게 씨를 뿌려 놓으면 누가 먹든 먹을 거 아니냐, 더군다나 이런 난리통에는 먹을게 귀한데 이렇게라도 뿌려놓고 하늘에 맡기면 된다.
그러면 나중에 누가 먹던 먹을 거라면서 씨를 뿌리셨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그렇게 지은 농사가 결국은 나중에 많은 사람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는데 기여를 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농사는 꼭 내가 먹으려고 나만 위하여 짓는 게 아니다. 농사뿐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하는 게 아니다 하고 하셨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무엇을 하면서 무엇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는가.
제 할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세월이 기뻐하며 꽃 피울 그런 일을 나는 지금 하고 있는가 묻게 된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감사합니다.

2024/07/27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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