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송창식의 선운사와 김소월의 진달래 꽃steemCreated with Sketch.

in #oldstone6 years ago (edited)

송창식의 선운사를 들으면서 김소월의 진달래 꽃을 떠올린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선운사를 부르는 송창식의 목소리에서 진달래 꽃을 즈려 밟고 가시는 님의 모습이 생각난 것은 무슨 연유일까 ? 아마도 둘 다 이별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소월의 진달래 꽃은 학창시절때 한국인의 가장 대표적인 정서라고 하면서 배웠던 시다.

진달래 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내가 송창식의 선운사를 들으면서 김소월의 진달래 꽃을 떠 올리게 된 것은 둘다 이별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둘 다 이별을 노래하지만 묘한 차이가 있다.

송창식의 이별이 아직 절망적이지 않은 상태라면 김소월의 이별은 절망적이다. 송창식은 그리하여 선운사의 뚝뚝 눈물 흘러내리듯 떨어지는 동백꽃을 보고 사랑하는 님이 마음을 돌렸으면 좋겠다는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는 듯 하다. 그런 여운이 있기에 노래가 더 애잔한 것이다. 아무런 희망과 기대가 없으면 그 때는 암흑뿐이다.

그러나 김소월의 이별은 절망적이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을 맞이했다. 아마도 님은 나 보기가 역겨워 떠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뭔지 모르지만 어찌 할 수 없는 사연으로 떠나게 된 것이리라. 나보기가 역겨워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여지를 남겨 놓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슬픔에 빠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내님은 나를 싫어해서 떠나가야 한다고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런점에서 송창식의 선운사는 김소월의 이별과 조금 다른 듯 하다. 송창식의 님은 이제 사랑이 다해서 떠나는 것 같다. 그래서 떨어지는 동백꽃을 보고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김소월의 진달래 꽃은 나를 더 이상 보고 싶어하지 않으면 매달리지 않고 잘 가라고 보내주겠다는 것이지만 그 의미는 매우 다르다. 님은 내가 싫어서 그리고 역겨워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상황.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는 한편 진달래 꽃을 밟으면서 그 부서지는 모습이 나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가라고 하는 것 아닐까 ? 나는 '사뿐히 즈려 밟고'라는 말에서 임을 떠나 보내는 여인의 마음을 절절히 느끼곤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당신을 떠나 보내는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보여주기 위해서 꽃을 뿌려드리지만 그래도 살짝 밟아서 조금만 부서지게 하시라는 것이다. 꽃잎이 많이 찢어지면 떠나는 님의 마음이 너무 아플 것이니 내 마음이 조금만 아프다는 것을 아시고 가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이 이 시를 읽는 나를 더 슬프게 만들곤 했다. 여인 아픔에는 아무런 희망도 없다. 그야말로 절망의 끝이다. 그 절망의 끝에서도 사랑하는 님의 마음의 끝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학창시절에 이 시를 배울때 선생님께서 절망적인 사랑앞에서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며 이것을 한이라고 한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너무 절망적이고 한스러운 것은 나를 너무 슬프게 한다. 그래서 같은 이별이지만 아직 돌아설 여지가 있는 선운사의 동백꽃이 마음에 와 닿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송창식의 선운사를 듣는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사랑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다만 아직 절망을 맞이하지 못해 동백꽃이 떨어지는 모습을, 그런 내마음을 님에게 보여주고 싶을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송창식의 이별이 더 슬픈지도 모르겠다. 김소월의 이별은 그 슬픔을 감내하고 있지만 송창식의 이별은 감내할 수 없는 것 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감내할 수 없는 이별을 맞이 하는 사람은 절망과 한을 노래할 힘도 없다. 거기까지 가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송창식의 이별은 절망을 맞이할 힘도 없는 상태를 그리는 듯 하다. 그래서 송창식의 노래가 더 슬프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사랑이 김소월의 진달래꽃처럼 길가에 뿌려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선운사 길을 걸었다.
선운사 가는 길 왼쪽에는 하천이 흐는다. 느리게 흐른다. 마치 시간이 느리게 가듯이 물이 느리게 간다.
영변 약산의 진달래 꽃은 고창 선운사의 동백꽃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

김소월의 증손녀인 성악가 김상은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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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진달래꽃하면 마야의 '진달래꽃'이 생각납니다.^^
좀더 파워풀한 마야의 노래에 더 깊은 한이 느껴지더라구요.

그렇군요. 전 김소월의 증손녀라는 점에 그만 넘어갔습니다

송창식의 선운사와 진달래꽃의 이별마음을 이렇게 떠 올릴 수 있다니....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별은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이별을 노래할 수 있는 것은 다시 만날 수 있는 기대감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이별은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절망감이 있어야 아름다운 듯 합니다.

전 이글을 읽으면서
선운사가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이시가 떠오르네요.

"살얼음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때문에
다시는 울지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선운사 동백꽃 - 김용택」

신영미 시인의 시와 비교해보면 남자와 여자의 이별이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저도 국어 시간에 이 시를 공부하면서
주제가 무엇이냐고 물으시는 선생님 말씀에
승화된 애수라고 참고서에서 본 얘기를 그대로했습니다.
그 뜻을 설명하라고 하셔서 한참 얼버무린 기억이 있습니다.

나에게 이별의 날이 오면
꽃을 뿌려 줄 수 있을까 했던 생각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지요.

참고서가 참 그렇지요. 저도 열심히 외웠던 생각이 납니다.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 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여성적인 정서를 나타내는 시지요.
진달래꽃의 주인공이 하는 독백 같습니다.

윗분처럼 10여년전에 가수 마야가 진달래꽃을 노래로 써먹은걸 여기저기서 하도 많이 듣다보니 그 멜로디만 먼저 떠오르네요 ㅎㅎㅎㅎ 그것도 이제 옛말이겠지만.

대박사건!!

글을 읽었을 뿐인데...

머릿속에서 노래가 무한 반복이네요. ㅎㅎ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

네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저는 다른분들처럼 문학성이 없어서.ㅋㅋㅋㅋ
인사만 드리고가요.

즐거운 추석명절되세요.~~~~~~~~~~

네 감사합니다. 행복한 명절되세요

노래는 왜 슬픈 노래가 더 많을까요?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울고 싶어서 그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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