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28 한국 반도체 산업과 텅스텐 문제

텅스텐은 반도체에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정을 지탱하는 핵심 금속이다. 반도체 칩은 수십억 개의 회로를 층층이 쌓아 만든다. 이때 전기를 전달하는 금속 배선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알루미늄이 쓰였지만, 미세 공정으로 갈수록 저항이 낮고 열에 강한 금속이 필요해졌다. 텅스텐은 녹는점이 3,400도 이상으로 매우 높고, 전류를 안정적으로 흘려보낸다. 특히 화학기상증착(CVD) 공정에서 육불화텅스텐(WF₆)이라는 기체 형태로 투입되어, 미세한 구멍과 배선 공간을 채우는 데 쓰인다. 이 과정이 없다면 고성능 메모리든 시스템 반도체든 생산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텅스텐은 선택이 아니라 기반이 되는 원자재다.

그런데 2026년 4월, 한국으로 들어오는 텅스텐 분말 수입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3월에만 61톤이 수입되었는데, 한 달 만에 겨우 1톤으로 줄어들었다. 숫자만 보면 통계의 문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텅스텐산화물 수입 의존도는 98.7%이며, 그중 93%가 중국산이다. 특정 국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공급망이다. 이미 충분한 수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수입을 줄인 것인가, 아니면 한 달만에 수요가 떨어진 것인가? 그렇지 않다. 같은 시기에 중국 세관은 텅스텐 관련 품목에 대해 “추적성 검토”를 강화했다. 행정적 조치라고 했지만 결과는 즉각적인 공급 축소였다.

한국 정부는 빠르게 움직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기관은 긴급 공급망 점검 회의를 열었고, 텅스텐을 고위험 전략물자로 재분류했다. 정부의 대응은 이미 준비된 가이드라인에 따른 움직임이었다.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은 2019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 사안의 성격이 2019년과는 다르다는 데 있다.
2019년 7월 1일, 일본은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세 가지 소재의 수출을 제한했다. 당시 한국은 강하게 반발했고, 수년간 연구개발 투자와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일정 부분 국산화에 성공했다. 시간이 걸렸지만 해결 가능한 문제였고, 오히려 기술의 자립이란 측면에서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기술과 설비, 자본을 투입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텅스텐은 조금 달라 보인다. 이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자원에 있다.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고순도 텅스텐 분말은 특정 광물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 광물은 지구상에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 현재 전 세계 텅스텐 매장량의 약 60%, 생산량의 80% 이상이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 게다가 더 중요한 점은 정제 기술이다. 고순도 분말로 가공하는 공정 역시 중국 기업들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으며, 생산 비용 역시 다른 나라들과 큰 차이가 있다. 그러니 단지 수입선 변경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문제다.
한국에도 텅스텐 광산이 있었다. 지리 교과서에서 배운 적도 있는 강원도 영월 상동 광산은 한때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였다. 그러나 1994년 생산이 중단되었다. 이후 광산은 해외 자본에 넘어갔고, 현재 소유 기업은 캐나다의 알몬티 인더스트리다. 이 기업은 이미 미국의 공급망 정책에 맞춰 생산 물량을 배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광산이 재가동되더라도 한국이 우선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광산 개발에는 최소 수년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

그리고 반도체 공정으로 이어진다. 텅스텐 분말은 일본 기업으로 넘어가 육불화텅스텐으로 가공된다. 일본의 간토덴카와 센트럴글래스는 이 분야에서 세계 생산 능력의 약 25%를 차지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들 기업에 최대 80%까지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2026년 5월, 이 일본 기업들은 한국 기업에 재고가 6월을 넘기기 어렵다는 통보를 했다. 동시에 2026년 하반기 가격이 70~90% 인상될 것이라는 예고도 전달되었다.

문제가 명확하다. 텅스텐 분말이 줄어들면 육불화텅스텐 생산이 줄어든다. 육불화텅스텐이 부족하면, CVD 공정이 멈춘다. 그 결과 HBM, 3D NAND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직접 타격을 받는다. 단지 비용 상승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이 중단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2019년과 비교해 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시간이다. 불화수소는 비축이 가능했고, 공정 변경을 통해 대체가 가능했다. 그러나 고순도 텅스텐 분말은 유통기한이 짧아 보통 3~5개월 내에 사용해야 한다. 장기 비축이 어렵고, 공급이 끊기면 그 즉시 영향을 받는다. 이 구조라면 정부의 재정 투입이나 기업의 자금 투자로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일본을 거치지 않고 중국 기업과 직접 계약을 추진하거나, 생산량 조정과 재고 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새로운 공급업체를 도입하려면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의 인증 기간이 필요하다. 반도체 공정은 미세한 변화에도 수율이 흔들리기 때문에 단기간에 공급망을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위치다.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은 전 세계 DRAM 생산의 약 40%를 차지한다. 생산은 중국에 있고, 원자재도 중국에 의존한다. 동시에 핵심 공정 소재는 일본을 거쳐야 한다. 세 나라 사이에 얽힌 구조 속에서 어느 한 축이라도 흔들리면 전체 시스템이 영향을 받는다.
한국 언론은 이것을 두고 “공급망 리스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실제로는 산업 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칠 듯이 날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AI 산업의 성장과 함께 상승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AI 서버의 핵심 부품이 되었고, 그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공급망이 흔들리는 순간 주가 상승은 지속되기 어렵다. 양적완화로 시장에 풀린 돈들이 이미 반도체 주식에 몰빵되어 더이상 투자될 돈이 없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원, 공정, 정치가 동시에 작동한다. 2019년의 위기가 기술 경쟁의 문제였다면, 2026년의 위기는 구조와 자원의 문제다. 앞선 문제는 시간과 자본으로 해결했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격차를 만들 것이다.

지금 성과급 잔치까지 벌이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과연 언제까지 그 엄청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 현재의 공급망 구조를 보면 그다지 낙관적이진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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