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2 국제정세를 보는 시각, 미국이 중러의 결속을 미리 예측했다면 그에 따른 부수적 효과까지도 예측했을까?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가를 판단하기 매우 어렵게 만드는 사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외형적으로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되었지만, 사실은 미국의 유인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또 합리적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침공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필자는 미국이 전략적으로 자살을 하려한다고 판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패권 경쟁은 필연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을 초래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글로벌사우스에 의해 단극체제를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중국과 러시아는 결속을 강화했고 이들을 중심으로 브릭스가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사우스가 세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만일 미국이 이런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고 이런 상황을 조성하려고 했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해보아야 하는 것은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의적으로 이런 상황을 조성한 것인지 아니면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이제까지 필자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와 중국의 결속력 강화를 전략적 자살과 같은 실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만일 미국이 이런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상황을 조성해 나가면서 중러의 결속강화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할 것인가?
최근들어서 미국이 중러의 결속을 충분하게 예측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국제정치의 변화를 판단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미국내 각종 연구기관과 언론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이 초래할 우려에 대한 생각이나 보도를 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예상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중러의 결속이 초래할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제까지 미국내주류세계에서 그런 우려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이상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리하여 미국이 중러의 결속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을 경우에 대한 가정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반대고찰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나의 판단이 얼마나 타당한지를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이 중러간 결속을 했다고 한다면 그로 인한 파급효과도 예측했어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러간 결속으로 인해 관찰되는 파급효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완전하게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후 러시아에 반대되는 입장이었다. 이들이 그런 태도를 취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의 반러시아적 태도뒤에는 미국의 영향력이 작동하고 있었다고 하겠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기를 확보하고 중러가 긴밀하게 결속하면서 중앙아시아는 조용해졌다. 이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중간에서 안전과 이익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입장변화는 미국이 더 이상 중앙아시아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두번째는 동유럽 국가들의 이탈이다. 헝가리, 세르비아, 조지아가 집단서방과 다른 대외정치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들 동유럽 국가들이 집단서방의 입장과 다른 태도를 취하는 것은 그들이 중국 및 러시아와 경제적 정치적으로 훨씬 강력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헝가리는 중국 자본의 진출로 특징지을 수 있다면, 세르비아는 과거 미국과 NATO에 대한 역사적 앙금이 남아 있다. 여기에서 특징적인 국가는 조지아이다. 조지아는 정치인들이 자국의 지정학적 상황을 매우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의 싸움에 조지아가 이용되지 않겠다는 분명한 방향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번째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탈서방이다. 사헬지방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에서 미국과 프랑스의 영향력은 급감했다. 특히 프랑스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프랑스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대해 노골적인 태도를 취하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는 자신의 식민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하겠다. 프랑스는 서구국가들 중에서 여전히 실질적으로 상당한 식민지배체제를 유지해 왔으며 그 기반은 아프리카였다.
프랑스는 마지막까지 아프리카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미국의 지원과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미국의 지원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하겠다. 실질적인 군사적인 능력이 거의 없는 프랑스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이라도 할 것같은 행동의 이면에는 아프리카에서 남아 있는 몇개국가에서의 실질적인 식민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국가들의 각성과 행동은 더 이상 막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아직 서아프리카 지역에 미국과 프랑스의 영향력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아프리카 전역에서 프랑스와 미국의 영향력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
네번째는 예멘에서 후티의 반미적 군사행동이다. 이전에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갈등을 석유가격과 연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한적이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군사적 충돌이 계속되면 주변 산유국에게는 모두 이익이라고 한 바 있었다. 사우디, 러시아, 이란에게도 유리하다.
심지어 미국도 세일가스를 생산하여 수출하는 상황이라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 미국에게도 이익이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것으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보면 당연히 에너지 가격 상승이 미국에게 유리하다 하겠다. 그러고 보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피해를 보는 나라는 누구일까? 유럽과 일본 한국 중국 정도가 아닌가 한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국제경제질서의 재편을 시도하는 미국에게 매우 유용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하겠다. 최근 두드러지게 유럽의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금리인하를 고려하고 있을 정도이다. 헝가리, 세르비아, 조지아가 유럽연합과 달리 독자적인 노선을 추구하는 것도 유럽연합의 경제적 침체현상과도 일정한 연관관계가 있다고 하겠다.
문제는 미국도 후티반군이 이렇게 강력하게 나오게 될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후티반군은 최근 들어 홍해에서 미국항모 아이젠하워호에 대해서 두차례에 걸친 공습을 감행했다.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하여 미국 항모를 타격했는데 이것은 성공여부와 관련없이 후티반군이 미국 항모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을 실시했다는 것 자체가 향후 국제정세의 전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군사력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러의 결속에 따른 이런 부수적인 효과까지 미리 고려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미국이 가장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은 아프리카가 아니었나 한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과의 경쟁을 동시에 진행한다고 했을 때,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중러의 결속에 따른 부수적인 변화까지 고려했을까 하는 점이다. 최근 미국의 행동을 보면서 충분하게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을 사전에 예측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필요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러의 결속과 이에 따른 부수적 효과까지 미리 고려했을까하는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