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넷플릭스 추천작5

in #netflix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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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코리아 10월호에 넷플릭스 추천작 다섯편을 소개했습니다. 책에 들어간 원고는 되게 짧아요. 편집되기 전 버전을 공개합니다. 윤이나, 황효진, 김봉석, 이다혜, 조지훈, 유지성 등 다른 필자들의 넷플릭스 추천작도 함께 실려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서점에서 구매하시면 됩니다.

<베스트 오브 에너미즈>

고어 비달과 윌리엄 F. 버클리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원수 같았다. 1968년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당 대회가 열리는 동안 둘은 피 튀기는 토론을 무려 10차례나 했다. 고어 비달은 진보 논객이고, 윌리엄 F. 버클리는 20대때 보수 잡지 <내셔널 리뷰>를 만들만큼 뼛속까지 보수 논객이다. 당시 시청률 꼴찌였던 방송사 ABC가 처음 시도한 정치 토론 프로그램에서 둘은 단 한번도 상대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물고 뜯었다. 생방송 중에 막말도 서슴치 않았으니 웬만한 전쟁 영화 저리가라할만큼 긴장감이 넘쳤다. 제목이 괜히 ‘최고의 적수’가 아니다.

<두기봉 : 경계를 넘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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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선 꼭 필요한 인원만 현장에 상주한다.” 전작 <고해발지련>(2012)을 중국에서 찍을 때 두기봉 감독은 놀고 있는 중국 스탭들을 보면서 인상을 팍팍 쓰며 시가를 연방 피워댄다. 칸의 단골 인사인 홍콩 거장 감독이 홍콩 밖에서 영화를 찍다가 스트레스 받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면만으로 이 다큐멘터리는 귀중하다. 감독과 제작자로서 홍콩과 대륙을 오가며 홍콩의 현재를 필름에 오롯이 새기는 일이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게 두기봉 감독이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감탄하는 이유다.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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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했는데 왜 월급이 고작 이 모양일까. 저축은커녕 월세, 생활비를 내고 나면 간당간당한 인생이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젊은 세대들이 하고 있는 고민이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보수, 아니면 진보?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했던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는 권력이 기업계와 금융계의 엘리트들에게 집중되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보수냐 진보냐를 놓고 티격태격할 게 아니라 부와 권력이 다수에게 재분배되어야 한다는 그의 경제학 강의를 들으면 속이 다 시원하다.

<오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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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가 강남에 50평 짜리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훨씬 더 불가능한 임무라고 생각했다. 동업자인 친구가 멕시코 카르텔의 돈을 빼돌린 대가가 미국에서 가장 오지인 오자크에 가서 800만 달러를 세탁하는 거라면 말이다. 주인공인 중산층 가정의 가장 마티가 돈세탁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나라면 어떻게 견딜까”였다. <오자크>는 현대 미국의 중산층이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어떻게 몰락했는지 생생하게 그려내는 경제학 드라마라 할만하다.

<마인드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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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라는 말조차도 전무했던 시절 범죄자(와 범죄)의 속내와 심리를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범죄자의 심리에 몰입되는 과정은 무척 짜릿하다. 드라마를 보고 난 뒤 원작인 동명의 논픽션 소설을 연달아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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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라이시는 워낙 유명한지라 책으로 먼저 접했는데 넷플릭스가 잘 풀어내서 참 좋아해요. 강의지만 영상과 번갈아 설명해주니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오자크와 마인드헌터는 파일럿만 보고 킵해둔지라 추천리스트에 올려놓고 시간되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전 반대로 넷플릭스 영화를 먼저 본 뒤 책을 구매해 읽었는데 확실히 명쾌하고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아마도 블록체인 경제학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로버트 라이시가 블록체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하기도 하고. 이 점에서 <오자크>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오자크>를 분위기가 독특한 스릴러 정도로만 알고 있는데 제가 봤을 때 이 작품은 (위태로운 중산층 가정에 관한) 경제학 드라마인 것 같아요. <마인드 헌터>는 데이빗 핀처의 <조디악> 같은 드라마니 천천히 감상하시길. ^^

조만간 넷플릭스 가입할 생각이었는데, 큐레이션 고맙습니다!

네 더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으니 가입하셔서 (쉽진 않겠지만) 육아 중간마다 드라마 한편씩 보시길. 키즈 계정도 있으니 종종 아이들에게 틀어줘도 될 것 같고요. ^^;;

짱짱맨 출석부 호출로 왔습니다.
다시 시작합니다.

오자크 정말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시즌2까지 정주행 해버린..
마인드 헌터도 한번 봐야겠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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