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 시들

in #momoggo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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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만들어 주신 @kiwifi 님 감사합니다.

키위파이님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해 주신 대문을 걸고 싶은데 대문의 주제를 "시와 함께"로 특정하다 보니 조금 난감해 졌어요. 요즘 시가 잘 안 써져서 손 놓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오마주 프로젝트가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고 대문 제작을 요청할 때부터 아마도 오마주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의 두 번째 오마주인데 스팀잇 초창기 시절 올렸던 시들입니다. 6, 7개월 지난 것들이네요. 물론 첫 번째 오마주도 그 당시 올렸던 시들이었습니다. 그 때는 거의 이틀에 한 편씩 쓰는 기염을 토했는데 그럴만 했네요. 대충 대충...ㅎㅎ... 요즘은 대충이라도 좋으니까 막 나와 주면 좋긴 하겠습니다.

자유로

거기가 다 뚝방길이었어
국민학교 때 그 길 따라 소풍 다녔어
한 2시간씩 행주산성까지 걸어 다녔지
장마 때면 항상 홍수가 나서
죄다 잠기고 그랬어

장인어른 모험담으로 다져진 흙길 위에
아스팔트 달린다
차를 잠시 세우고

보자기 둘러맨 꼬마들의 놀이터가 여기쯤일까
먼지투성이 무명색 옷 입고
달음질치는 저 아이에게 물어야겠다

때꼬장물 훔쳐대는 웃음소리와
보물지도 한 장위에
빼뚤하게 그려 놓은 유년기

누구든 이 구겨지고 퇴색한 메모
간직해 준다면 좋겠다

아내의 이마

늦은 퇴근
아내의 잠든 이마에 손을 얹는다
펄펄 끓는 몸으로
혼자 병원을 오간 것이
며칠째 채증으로 남아있다
어깨 뻐근하다 하여
혼신을 다해 주물렀는데
그러고 보니
내 손
네 이마 한 번 따뜻하게 짚어주지 않았다
입김 호호 불던 차가운 손이라서
잠 깨면 어쩌나
아이들의 코 고는 소리가 평화롭다
어렵게 반추하지 않아도 빚 진 삶이다
유난스러울 것 없는 일상을
싼값에 저당 잡히며 그럭저럭 걸어온 길
오늘 잠시 감사의 마음을 전한 들
잠든 네 머리맡에 놓아둔
깜짝 선물일 뿐
부스럭거리는 약봉지 안에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보태고
깨끗한 물 한잔 차려본다

아침 안개

바짓단 적셔 오는 이른 아침 안개 밭
속 깊게 차려입은 모시 저고리 품 안에서
전봇대 졸다 일어나 하품하며 마중 온다

무슨 속내 보여 줄지 돌아설 기미 없고
말없이 논길 따라 앞서기만 하는구나
시간을 휘휘 저어 가도 손아귀엔 찬 이슬

지난 밤 이야기꽃 하얗게 내리더라
문설주 기대앉아 희롱하던 꿈자락이
선잠에 뒤척이는 새 갈 곳 몰라 부서지더라

[오마주]프로젝트로 재 발굴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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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피님의 시는 마음속으로 그려지는 것 같아 좋아요.

시와 함께도 좋지만 포스팅 제목의 '시들 시들'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ㅎㅎㅎ

노렸던 바 입니다. 시들 시들도 맘속에 그려지는 것도...ㅎㅎ 당하신거에요..

정성 어린 손길 아주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시 잘보고 갑니당^^

다들 좋아해 주시니 모두들 복 받으실 거에요..ㅎㅎ

ㅉㅉㅉㅉㅉㅉㅉㅉㅉ
언어의 마술사입니다^^*
타고 나셨습니다...

문인이 되셨어야 되는건디...^^*

아우 고맙습니다만,,, 진짜 문인이 들으면 웃을지도 몰라요..ㅎㅎ

시, 멋진데요?
어려울 필요 있나요? 가슴을 흔들면 시죠.

아내의 이마 찡 하네요....

의도가 전달되었네요.
고맙습니다. ㅎㅎ

대문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키위파이님 만세~~

역시 피쉬님 퓌시님 글에는 잔잔함이 있어 좋아요~~~
대문을 저렇게 제작했으니 앞으로 많은 시 부탁드려요^^
너무 멋집니다. ㅎ

저도 많이 쓰고 싶은데 잘 안돼요..ㅠㅠ
호돌박님 맘에 들어 하시니 저도 기분 좋습니다.

지금부터 또 틈틈히 쓰시면 되지요.^^
제가 대문에 주문을 걸었으니 봇물 터지듯
시상이 막 떠오르실 겁니다.ㅎㅎ

주문 함 믿어 볼게요. ㅎㅎ
대문 진심 감사합니다..

따뜻함과 비애가 동시에 느껴집니다. 잘 봤습니다.
시와 함께..ㅋ 아주 격있는 패러디 제목이네요ㅎ

대문에 들어갈 문구라 한참 생각했습니다..ㅎㅎ..저도 맘에 듭니다.
잘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유년시절의 기억, 아내와 가정을 사랑하는 마음...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저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네요. 고맙습니다.

시에서 사랑이 넘치십니다.
저도 이런 글 재주가 있었으면 마음을 잘 표현 해 볼텐데...^^

충분히 잘하고 계신데요?? 한번 표현해 보시면 사모님 녹아나실 겁니다..ㅎㅎ
근데 저는 아직 안 보여줬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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