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잠시 일 하던 컴퓨터를 덮어두고, 피부 관리 받으러 갈 겸 교대역에 산책을 나왔어요. 아직 회사원들은 일할 시간이니까 사람이 많이 없을 것 같았는데, 역시 정말 많진 않더라구요. 한적한 길가에 과자들을 한아름 봉지에 담아 엄마와 손을 잡고 걸어가는 여자아이의 행복한 얼굴이 지나가고 있어요. 저 멀리 서두르게 달려가는 차들을 느긋이 앉아 지켜보는 할아버지의 콧노래가 마치 뭘 그리 서두르냐는 듯, 그들이 타이르는 듯, 공기 중에 두둥실 떠 흘러가기도 하구요. 맛집을 찾는 커플의 종종걸음이 골목골목을 두리번거리네요.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이 소리 없이 소란한 거리가 맘에 들어 사진을 남겨봤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완전 딴판인걸 찍은 것 같네요. ㅠㅠ 아쉬워요... 이런게 아니었는데...
그나저나 겨울이 정말 가긴 갔나 봐요. 아직 바람은 차가워 코트를 입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기세는 많이 줄어들어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이제 정말 조금 있으면 정말로 봄이 찾아오려나 보다 싶네요. 아, 여의도는 벌써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하니 벌써 봄일 수도 있겠네요! 역시 집에만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밖에 나오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사람들이 지나는 거리를 걷는 걸 좋아해요. 걷다보면,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가령, 지금 내 어깨 위에 올라앉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라던가요.
2016년 12월에서 이제 2017년 달력을 새로 꺼내 1년간의 계획을 짜보던 게 당장 어제의 일 같은데 벌써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이제 3월의 마지막을 코앞에 두고 있네요. 의식하고 있을 때는 심술이라도 부리는 건지 야속하게 느리게만 흘러가더니, 그렇게 1년 같다고 느끼던 하루, 또 하루가 이렇게 뒤돌아서보니 언제 벌써 이만큼 와버렸나... 싶게 늘어져 있네요. 이렇게 3월이 가면, 4월이 오고, 벚꽃이 피고, 지고, 태양이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을 만큼 머리 위로 가까이 다가오는 계절이 오겠지요. 그렇게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고. 또 그렇게 1년이 흘러가겠지요. 2016년이 그러했듯, 2017년도, 2018년도, 앞으로도.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중이에요. 잠시 제 인생을 위해 휴식기를 갖는 중이에요. 이런 상황 속에 선 저는 마치 시간과 줄다리기라도 하고 있는 듯 그렇게 바쁘게 한가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에요.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내 발걸음도 그 사람에게 더 빨리 가 닿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벚꽃이 예쁘게 피어나는 것처럼 제 꿈도 그렇게 피어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그저, 무엇이든 끝에는 해피엔딩이기를 바라고 있어요. 어쩌면 그렇지 않은 끝이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벚꽃이 예쁘니까, 하늘이 파란게 정말 예쁘니까, 좋은 끝을 맞을 수 있을거라 믿어요.
아, 이상하게 두서없이 말이 길어졌네요! 오랜만에 나와서 그런가, 이것저것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런가 봐요. 여러분은 어때요? 길을 걸을 때 어떤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