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용 장군의 국경선에 밤이 오다) 9 중공군과 야간전투 그리고 후퇴steemCreated with Sketch.

in leedaeyong •  15 days ago

후방을 방어하라는 임무를 받은 이대용은 버릇처럼 손목에 차고 있던 야광 시계를 쳐다 보았다. 이대용은 6.25 전쟁이 발발하기전 5월에 봉급을 받아서 춘천 시계방에서 산 것이었다. 비를 맞아도, 땀에 젖어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정확한 시간을 가리킨다. 이대용이 음성전투에서 중상을 입었을때도 이 시계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병원으로 이송될때 중대 선임 하사관 이한직 상사가 보관하고 있었다. 이상사가 낙동강변에서 적탄에 맞아 전사하고 이 시계만 남은 것을 중대 서기 정화수 2등 중사가 보관하고 있었던 것을 이대용이 퇴원하여 신령에서 다시 차게 된 것이었다.

드디어 밤 12시가 되었다. 기관총 소리가 났다. 조금있다가 적의 포탄이 아군 진지에 떨어졌다. 중공군이 푸른 예광탄과 우리의 붉은 예광탄이 유성처럼 선을 그으며 무수히 엇갈렸다. 낮에는 아군이 유리했지만 밤이되자 적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아군은 내일 계속 적을 돌파하여 자동차 행군을 하기 위한 것이어서 기다랗게 뱀처럼 도로 옆에 깔려 있는지라 방어를 효과있게 할 수 없었다. 제일 앞에 있는 부대들은 실탄이 점차 부족해졌고, 숫적으로 몇 배인 적군의 공격에 방어선을 유지하기가 곤란해졌다. 적은 전방뿐만 아니라 좌우측에서도 공격해왔다. 중공군은 야간 사격훈련이 잘 되어 있는 듯 야간 공격을 매우 효과적으로 했다.

연대의 제일 북방에 있었던 이대용은 남방에 위치한 제2,3 대대가 치열하게 싸우는 것을 보면서 빨리 날이 새기마늘 기다렸다. 적은 낮에 높은 산위에서 아군의 배치상황을 파악하고 용의주도하게 작전계획을 수립한 후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오전 1시 30분이 되었으나 전방의 아군은 계속 진지를 사수하고 있었다. 당시 전방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새벽 2시가 되자 전방의 아군진지에서 총성이 멎고 이쪽을 향한 총소리만 들렸다. 조그 후에 제2, 3대대의 방어선이 무너진 듯 전방에서 부상자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신작로를 따라 검은 인파들이 북으로 북으로 몰려들었다.

제2, 3대대 장병들은 완전히 분산되어 와르르 와르르 북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주간과 달라 야간은 서로 보이지 않아 한번 분산되면 적의 추격속에서 재편성이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제2,3대대는 지휘계통이 완전히 마비되고 말았다.

제1대대의 2중대와 3중대도 제3대대의 후방 왼쪽에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것도 무너진 것 같았다. 지금 적과 맞설 수 있는 것은 1중대 밖에 없었다. 제일 후방에 있던 중대가 제일 전방이 되고 만 것이다. 기관총이 불을 토하기 시작했고 적의 포탄과 총탄이 제1중대 진지에 떨어졌다. 부상자의 비명소리 중공군의 고함소리등이 사방에서 들렸다. 이대용은 여기가 자신의 무덤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 대대에서 파견된 전령 오달희 하사가 찾아왔다. 바로 밑에서 대대장이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친 것 처럼 빨리 뛰어 내려갔다.

대대장 김용배 중령은 이대용을 보더니 하늘을 보고 벌렁 누웠다. 그리고는 “제1중대는 여기서 별명이 있을때까지 적을 막아 내도록 해”라고 했다. 대대장 김용배 중령도 이곳을 자신의 무덤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대용은 대대작전주임 김윤환 대위에게 대대장을 모시고 7,8백 미터 후퇴하여 제1대대의 제2중대와 제3중대 병력을 수습하여 재편성하라고 이야기하고 중대로 돌아왔다.

적의 소수부대는 이미 제1중대 뒤로 들어왔으나 중대는 적의 주력부대를 막으려고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만일 이대용의 제1중대가 이곳에서 흩어진다면 뒤로 빠져나간 연대본부, 제2,3대대 그리고 제1대대의 주력이 재편성할 여유가 없어진다. 제1중대가 전멸을 당하더라도 연대주력이 멀리 이탈하여 재편성할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1중대도 대세를 돌이킬 수는 없었다. 적군은 제1중대의 몇십배였으며 인산인해의 3면 공격을 감행해왔다. 전투라면 이골이 난 이대용도 야간에 이렇게 동적인 전투는 해 본적이 없었을 정도였다.

치열한 전투가 시작된지 약 20분이 되었을까 말까할 상황에 제1대대 본부와 무전연락이 두절되었다. 마침 제3소대 진지가 중공군에게 유린되었다. 이대용은 전방 20미터 전방에서 알아듣지 못할 중공군 소리를 들었다 그러자그곳에서 소형 박격포를 발사하는 소리가 났다. 피리도 삐리릭하고 불어댔다. 박격포같은 화기를 최전방까지 가지고 나와 쏘는 방법도 있나 하는 생각에 놀랐다. 이대용은 수류탄을 중공군의 포진지를 향해 던졌다. 수류탄이 터지자 자동카빈소총으로 총알을 퍼붓고 곧바로 자리를 옮겼다. 더 이상 현지점에서 전투를 할 수 없었다.

이대용은 400미터 후방에 있는 에비지연진지로 후퇴하라는 약속된 신호탄을 공중에 발사했다. 지금 싸우고 있는 진지는 전술적으로 불리했으나 후방에 있는 예비지연진지는 아주 유리한 지형이었다.

국경선에 밤이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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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elent article sir.
great your post @wisdomandjustice

생생한 기록입니다.
궁금해서 처음부터 읽었습니다.

치열했네요

예전에 학교에서 배운 중공군은 징과 꽹가리를 치면서 오직 인해전술로 달려드는 모습밖에 기억에 없는데 말이죠..

생생한 전투 장면이네요

야간전투에 그리 당했음에도, 방첩전문가들 조차도 대간첩작전에서 개활지 다리위에서 후레시로 지도보다가 저격당하는 우를 범했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

치열했던 상황이 머리속에 그려집니다.
조금만 정보를 빨리 얻어 배치만 잘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