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와 농업// Feat 복잡계

in #kr-scienceyesterday

오늘 한 친구가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요즘 대량 발생하는 러브버그는 맛이 좋지 않거나 불쾌한 화학물질 때문에 천적이 거의 없다고 하니, 이를 농업에 이용해서 농작물의 해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언뜻 들으면 꽤 그럴듯한 아이디어다. 실제로 자연에서 발견되는 특정 화학물질을 이용해 친환경적인 방제 기술을 개발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생각해보려면 몇 가지 조건들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먼저, 정말 러브버그에게 천적이 없는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러브버그가 대량 발생하면서 마치 천적이 전혀 없는 생물처럼 보이지만, 이는 우리나라에서의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러브버그가 원래 서식하는 지역에서는 일정한 생태적 균형이 유지되고 있으며, 실제로 일부 새나 거미, 곤충들이 러브버그를 먹는다는 보고도 있다. 다만, 그 빈도가 높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즉, "천적이 전혀 없다"는 표현은 다소 과장일 수 있다.

둘째, 러브버그가 정말로 다른 곤충이나 해충들이 기피하는 맛이나 화학물질을 가지고 있는가? 현재까지는 닭이나 새들이 생각보다 러브버그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관찰은 있지만, 그 원인이 특정 화학물질 때문인지, 영양가가 낮아서인지, 혹은 단순히 먹이로서의 선호도가 낮기 때문인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더 나아가 그 물질이 다른 해충들에게도 기피 효과를 가지는지는 거의 연구된 바가 없다.

셋째, 설령 러브버그의 유용성이 입증되더라도 이를 원하는 장소, 즉 농장과 관련된 토지에서만 발생하도록 통제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대량 발생하는 곤충을 인간이 원하는 방식으로 제어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러브버그가 실제로 농작물의 해충을 줄여준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농작물의 생산성이 증가할까?

아마 자연은 그렇게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해충을 먹고 살아가던 새들은 먹이를 찾아 농작물의 곡물이나 과실을 먹기 시작할 수도 있다. 또한 특정 해충이 줄어들면서 원래는 눈에 띄지 않던 다른 해충이 급격히 늘어날 수도 있다. 러브버그가 해충뿐 아니라 익충이나 수분매개 곤충, 혹은 토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생태계는 하나의 종과 하나의 결과가 일대일로 대응하는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라, 수많은 종들이 서로 얽혀 있는 거대한 네트워크(복잡계)이다. 한 요소를 인위적으로 바꾸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체 균형이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이 질문이 흥미로운 이유는 러브버그를 농업에 이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보다, 하나의 생물이 생태계에 새롭게 추가되거나 그 역할이 변했을 때 전체 시스템이 어떻게 재구성되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자연은 흔히 우리의 직관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래서 어떤 아이디어가 "좋아 보인다"는 것과 그것이 실제로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어쩌면 과학의 재미는 바로 그 단순한 직관 뒤에 숨어 있는 복잡한 연결고리들을 하나씩 이해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헬스장 앞의 러브버그를 보면서, 오늘 낮에 이야기 했던 내용을 정리해 기록을 남겨본다. (댓글 지우려다가 글을 지워버려서 다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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