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수다] #11.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

in #kr-book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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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읽은 책을 또 읽는 일이 많았는데, 요새는 딱 한 번씩만 읽는다. 시간 여유가 많지 않은데 읽고 싶은 책은 널렸으니, 한 권 다 읽으면 잽싸게 다음 책으로, 또 다음 책으로 도장깨기를 하듯 계속 넘어가게 된다. 어른이 된 이후에 두 번 이상 읽은 책은 "Tuesdays with Morrie", "The Alchemist", "Harry Potter series" 정도밖에 없다. 사실 더 있을 것 같긴 한데, 당장 생각이 나지 않는다.

가끔은 읽고 싶은 책 리스트가 너무 길어 지구 한 바퀴를 돌 지경인데도 이미 읽었던 책을 또 읽고 싶을 때가 있다. 내 경우엔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이 그런 책이다.


출처: 교보문고

이 책을 처음 만난 건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당시 책이 너무 읽고 싶었던 나는 집에 책이 많다는 한 친구에게 아무거라도 좋으니 한 권만 빌려달라고 했다. 다음 날 친구가 들고 온 책을 보고 나는 내심 실망했다. 제목이 전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았으니까.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이라니. 하지만 별 기대 없이 펼쳤던 책은 너무나 재미있었고, 나는 책을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었다.

신부님과 공산주의자 읍장, 예수님. 등장인물부터가 남다른 이 책은 낯선 이탈리아 이름 때문에 처음엔 읽기를 주저하게 만들지만, 몇 페이지만 넘어가면 그 이야기 속에 폭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다 읽고 나면 신부님과 뺴뽀네 읍장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대신 책이라도 꼭 안아주고 싶을 정도다. 읽는 동안 낄낄거리게 만드는 유머는 또 어떤가!

친구에게 다시 책을 돌려줬을 때(나는 빌린 책은 반드시 돌려준다. ^^;) 무척 슬퍼했던 기억이 난다. 아, 또 보고 싶어서 어쩌지?

그 후 한참을 그 책에 대해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대학에 가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됐다. 이번엔 원서로.

대학 때 나는 공강 시간이면 도서관 서가를 어슬렁거리며 배회하곤 했다.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이 없더라도 서가를 산책(!)하면서 좋은 책이 눈에 띄면 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슬슬 영어공부에 시동을 걸면서 원서 소설을 읽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대학 도서관 내에도 영어 소설이 있다는 걸 발견한 나는 가끔씩 영어소설이 있는 서가를 뒤지곤 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이 책을 다시 만났다.


Source: Goodreads
The Little World of Don Camillo

물론 원래는 이탈리아 작가 조반니노 과레스키가 쓴 작품이니, 영어로 된 것도 번역본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내가 좋아하던 작품을, 그것도 영어로 만났는데!!

당시는 내 영어실력이 지금보다 낮았음에도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전철에서 읽다가 실실거리기도 하면서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의 조건은 1. 비문이 없을 것, 2. 흐름이 자연스러울 것, 3. 유머가 있을 것인데, 이 조건들에 딱 맞는 책이 바로 The Little World of Don Camillo였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은 우울한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다. 어두운 미래 세계에서 헤매다 보니 문득 예전에 읽었던 유머 가득한 이 책이 몹시 읽고 싶어 졌다.

십 대 때 한글로, 이십 대 때 영어로. 두 번 모두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던 책.
이제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다시 읽어보면 어떤 느낌일까? 아무래도 이번 겨울엔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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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흠다운 @bree1042님 안녕하세요! 개사원 입니다. 멋진 @chocolate1st님이 너무너무 고마워 하셔서 저도 같이 감사드리려고 이렇게 왔어요!! 러블리한 하루 보내시라고 0.3 SBD를 보내드립니다 ^^

왈왈. 날도 추운데 수고가 많으십니다, 개사원님! ^^

Cheer Up! 와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포스팅에 많이 투표했어요! 우리 앞으로도 힘내봐요!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넵! 그럴게요. ^^

책을 많이 읽으셔서 그런가 글도 잘 읽히고 진솔하셔서 브리님의 게시물은 항상 좋은것같아요:D
아직 책 초보로서 질문드리는데요, 책을 많이 읽는다면.. 정말 저만의 생각이나 주관이 뚜렷해질까요?

그저 책만 많이 읽는다고 주관이 뚜렷해질 거 같지는 않아요. 혹여 주관이 뚜렷해진다 하더라도 그 주관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건 별도의 문제고요. 주위를 둘러보면 많이 배우고, 책을 많이 읽었는데도 꽉 막혀 있거나 말도 안되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도 있거든요. 독서를 통해서 오히려 자신의 '잘못된 가치관'을 고착화시키는 경우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책을 많이 읽는 게 좋은 거 같아요. 그냥 읽기만 하지 말고, 책이 자신에게 건네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해요. 읽다 보면 "그렇구나!!" 혹은 "이건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책을 읽으며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서 자신만의 생각이 생기기 시작하는 거죠. 그때 자신의 생각에 주목해보세요.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책을 읽을 때 항상 이렇게 확정된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니에요. 어떤 때는 왜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느 한 문장이 마음에 걸릴 때가 있어요. 마찬가지로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떤 책이 너무 좋거나, 혹은 너무 싫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그 문장을 적어놓으세요. 그 책 제목도요. 나중에라도 왜 그 책이 마음에 걸린 건지 찬찬히 생각해보세요. 뭐라고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나를 멈추게 하는 그 문장이, 그 책이 나의 생각과 가치관을 형성해주는 거거든요.

책을 읽는 건 '이야기'를 읽는 것 같지만,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사실은 그 이야기를 통해 '나를 발견하는 것'이에요. 그러니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감정, 반응 하나하나를 세심히 관찰해보세요. 그런 의미에서 독후감을 써보는 것도 좋죠. 아, 글이 길어지네요. 나중에 독후감 쓰는 법에 대한 글도 써볼까봐요. ^^

댓글이 기가막혀서 보팅합니다 ㅠ 나중에 독후감 쓰는 법 올려주시면 당장 달려올게요!ㅎㅎ

아, 넵! 고맙습니다. ^^
정말 나중에 독후감에 대해서 써봐야겠어요. ^^

너무 정성스럽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ㅜ(감동했어요..☆
가끔 책 읽다가 끌리는 내용을 적어본 적은 있는데 왜 제가 그걸 썼는지에는 생각해본적이 없었네요..이제부터 저 자신에게 질문도 하고 좀 그래야겠습니다 :D 정말 유익한 답변이에요..!
독후감 쓰는법에 대한 글도 기다리고 있을게요ㅎㅎ

브리님의 번역 실력이 여기에서 나온거군요.
많은 독서양이 있기에 매끄럽고 자연스런 번역이 가능한 것 같네요.
좋은 취미와 습관을 가지고 계시네요^^

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긴 했어요. ^^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 재밌는 책인가 보군요! 한가할때 책이라도 몇권 읽어야 겠네요^^

네, 무척 재미있는 책이었어요. ㅎㅎ

와... 브리님 보고 있으면
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같아요 ㅎㅎㅎ
멋집니다! 저도 브리님 기를 받아 자기전에 책좀읽고 자봐야겠어요 ㅎ

그나저나 신부님책은 종교에 관한건가요?

2차세계대전 이후에 이탈리아에 있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랍니다.
한 성당의 신부님이 계시고, 신부님과 대화를 하는(!) 제단의 예수님(십자가상)이 계시죠. 그리고 그 마을의 읍장은 공산주의자랍니다. 당연히 공산주의자 읍장과 신부님은 앙숙인데, 그러면서도 서로 도와주곤 하죠. 이렇게만 보면 좀 딱딱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유머가 가득한 책이랍니다. ^^

저도 이런 책이 있는 것 같아요. 어릴적에 읽었는데 지금 읽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라는 군대 시절 무라카미 하루키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라는 책을 지금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과연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군대 시절에 읽었던 책이라면 더욱 특별하게 와 닿을 것 같네요.
그때보다 나이도 더 들었고, 사회에서의 자리도 바뀌었으니 지금 읽는다면 느끼는 게 달라져 있을 거에요.

그러고 보니 저는 두 번 읽은 책이 거의 없는 거 같아요. 예전에 선물이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앉아 읽었었는데 다 읽고 보니 읽었던 책이더라고요. ㅎㅎ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책을 두 번 펼쳐보는 건 거의 없는 거 같아요.

모리의 화요일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읽어봐야겠네요. 주변에서도 추천 많이 하고 브리님도 두 번이나 읽은 책이면 분명 좋은 책일 테니까요. :)

오늘도 소소한 책 이야기 잘 봤습니다. :) @감사해요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처음엔 영어 공부하려 읽었는데 내용이 참 좋았어요. 나중에 제가 지치고 조언이 필요할 때, 모리 교수님의 조언을 다시 들어봐야겠다 싶어서 또 읽었었죠. ^^
팁까지 주시고, 정말 고맙습니다! ^^

어렸을적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다가오는게 좀 새롭더라구요.
알고있는 세상이 넓어져서 그런걸 까요?

어렸을때 올라갔던 동네 뒷산에 지금 올라가서 봐도 굉장이 새로운거같아요~ 그때보다 지금 많이 성숙되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맞아요. 읽었던 걸 다시 읽으면 그때는 몰랐던 것들이 새롭게 눈에 띄기도 해요. :)

정말 어릴땐 좋아하던 책은 여러번 봤었는데 어른이 되곤 뭐가 그리 바쁜지 책을 볼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것 같아 너무 슬퍼요. 브리님 말씀하신 책인 어떤 내용의 책일지 너무 궁금해 지는데요!!~ 주말에 도서관에 가서 꼭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그렇게 좋아했던 책인데, 읽은지 너무 오래되서 잘 기억이 안 나요. 물론 등장인물들과 대강의 줄거리는 알지만요. 이번 겨울에 다시 읽어보고 기회가 된다면 독후감도 써보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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