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라고 쓰고 세라이야기라고도 쓰는 명작동화 리뷰인듯 아닌듯 둔갑한 일기되시겠다.

in #kr2 years ago (edited)

날 좋은 수요일 아침 9시 20분. 스스로 킥보드 타고 등원하겠다며 길바닥에 드러눕는 4살을 양손으로 받쳐들고 후다다닥 걸어서 간신히 기다리고 있던 버스에 태워보냈다.

옆에서 유유히 킥보드로 따라오는 첫째는 이제 시크하게 눈인사만 하고 가뿐히 버스로 올라타고, 버스 문이 닫히는대도 눈물 콧물 쥐어짜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둘째에게 웃으면서 인사한다. 떠나는 버스의 뒷모습을 보는데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

같은 어린이집 학부모. 날 어떻게 생각했으려나. 뭐 둘중 하나 아닐까. 아이가 아침부터 힘들게 해서 저 엄마도 고생이네 아니면 그렇다고 우는 아이를 강제로 버스에 태워보내는건 너무 하지 않나 뭐 이런거 아닐까. 물론 그 분은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나. 별 상상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1인이라 지레짐작만 해 봄.

두 아이가 떠나고 주인없는 킥보드 두대를 양손으로 끌고 집으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안. 편의를 위해 붙여놓은 한쪽 벽면 거울너머로 한 중년의 여성이 머리를 부시시하게 헝크러 뜨린채 쳐다보고 있다. 갈수록 머리숱이 없어지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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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늘은 대대적인 청소를 진행하기로 나 스스로 약속한 날이지만 어제 읽다가 출근한 소공녀(책 제목은 세라이야기 라고 되어 있었음) 생각이 나서 마저 읽었다.

세라는 결국 부자가 되었다. 뭐 처음부터 자의로 부자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한번 금수저는 영원한 금수저. 자세한 내막은 다들 익히 알고 있는 레전드 동화이기에 생략한다.

내가 읽으면서 목이 잠기고 기분이 먹먹했던 부분은 세라의 상상하는 버릇들인데. 꿈 많은 여자아이에게 상상은 하나의 희망이 되어주었다. 아무것도 없는 휑한 다락방도 따스하고 멋진 장식으로 가득찬 고풍스런 방으로 만들어주고, 끼니를 때울수 없어 굶주려 있을 때도 이곳은 감옥이고 자신은 지금 그런 체험중이라 그런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누군가가 험한 말을 해도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로 누명이 씌워져도 애써 그걸 변명하지도 않는다. 그저 속으로 상상하며 이 상황을 비켜갈 수 있게 자기자신을 다독이는 모습이 고작 열두살난 여자아이답지 않고 참으로 어른스럽고 대견하다. 소설에서 몇 살이라고 정의하지는 않았지만 고작 열살 남짓 꼬마아이였겠지.

그 작은 아이의 머릿속에서 상상이 일어나는 모습은 자꾸 부정적인 상상만 일삼던 나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었다. 한번 사는 인생 뭐든지 부정적인 상상보다는 나 자신을 위한 긍정적인 상상을 하는 편이 나을 것이고. 현실을 탓하고 남을 탓하기 보다는 자신을 잘 다독이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는 모습이 20살이나 많은 이 이모의 심금을 울림 ㅠㅠ)... 오늘은 안 울었어...엌ㅋ.... 왜냐면 이미 어제 보다가 울었거든!!!!!!!!!!!!!!!!!!!!!! 🤣 응~애~

인생 총량의 법칙이라던가 그런게 있다고 한다. 뭐냐면 지금껏 내가 받은 좋음이 9라면 앞으로 나쁠 일도 9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것. 지금은 좋지 않고 우울해도 그것에 맞게 좋은 일도 그만큼 일어날 것이라는것. 우리는 모두 각자의 고민이 있고 하나의 인생을 살아가기에 불행과 행복. 좋고 싫음. 재수 없는 것과 재수 좋은것. 이 모든 것들은 절대 한가지만 계속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에 사주에 조금 관심이 생기면서 출근할때 유투브로 사주 보시는 분들의 영상을 몇 번 본적 있는데 그 중에 가장 기억나는 말이 있다. 나에게 귀문관살이 있다고 하여 그것과 관련된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흔히 귀문관살. 즉 귀신이라고 하면 죽은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귀신할때 귀는 귀신의 그 귀가 맞지만 뒤에 붙은 신은 우리가 아는 신. god.그가 맞다. 귀신도 악마와 천사가 같이 붙은 글자다. 고대에 신은 앞이 천사이고 뒷모습은 악마였다고 한다. 귀신도 신귀로 신을 먼저 앞에 쓸수도 있지만 그냥 발음의 편의상 귀자를 먼저 앞에 놓았을뿐. 사살은 귀신은 악마와 천사 그 둘을 모두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귀문관살이라고 해서 귀신이 씌인다고들 생각하지만 반대로 그것이 좋은 기운으로 나에게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고 한다. 분명 똑같은 일이 일어나도 그 일로 인해 누군가에겐 좋은 일이 일어나고, 누군가에게는 후에 나쁜 일로 되돌아올수도 있다. 선과 악은 항상 같이 공존하며 앞과 뒤가 같이 붙어있다. 그렇게 해설을 듣자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자주 주변환경이 바뀌고,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지만. 나는 혼자 있어도 덜 외롭고 나쁜일이 있어도 금방 잘 떨쳐낸다고 좋게 생각하려한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자칫 우울해보이거나 괴짜같아 보일수는 있겠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더욱 잘 된 일인거라고. <소공녀>에서 세라가 언제나 마음속에 상상을 친구로 만들었듯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향수>에 좡~ 봐티스트 그르누이가 머릿속에서 최고의 향을 제조하듯이. 혼자가 되어도 외롭지 않항ㅎㅎㅎㅎㅎㅎ 🤣🤣 쓰다보니 캔디냐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참 마음수련용으로 보기 좋은 명작소설이었다.

그런데 글을쓰다보니 나는 어쩌면 나 자신을 "힘들고 가련한 여주인공"으로 설정하고 행동하고 있는건 아닐련지. 그런 생각도 좀 든다. 앞으로 나도 세라처럼 공주같이 행동^^??????? (남편이 힘들 예정 ㅋㅋㅋ)

후훗.
글이 또 기네. 11시다. 청소할 수 있는 시간이 2시간밖에 없군. 1달에 한두번씩 너무너무 청소가 하기 싫을때마다 우리집 100년 서적ㅋㅋㅋ <성자가 된 청소부>를 잠깐만 살펴본다. 이... 청소란것은 외적인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를 하며 내면을 깨끗이 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이 집에 빚이 얼마이고 이런건 생각하지 말고 나의 내면을 닦는다는 마음으로 ㅋㅋㅋㅋㅋㅋㅋ청소를 시작해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기야 리뷰야 이게 ㅋㅋㅋ
아무튼 소공녀는 한번씩 내 삶은 왜 이따구인가 생각이 들적마다 꺼내보는 금수저 여인의 파란만장 분투기로 자리매김 하게 되시겠다. 제 점수는요. 두구두구두구두구 별 4개! (한개는 배아파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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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애들보내고 횡설수설 한번 해줘야해요..
그 와중에 책을 보시다니 정말 최고!!

전.. 과학의 신비를 살펴본 뒤론.. 모든 미신을 믿지 않게됨요 ㅋㅋ 다 사기임 ㅋㅋ

상상은 매우 중요하죠..저도 한 상상력하는지라 찡여사님 글 보면 공감이 ㅎㅎ

우리 찡여사에게도 금수저 기회를 주시옵소서!

인류가 다른 생물들을 제치고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상상' 때문이라고 들은 적이 있는 듯ㅎㅎㅎ

'상상'은 우리에게 최고의 무기니까,
이왕이면 좋은 '상상'을 하자규!!

나도 항상 상상속의 여자친구덕분에 외롭지 않아....ㅎ...ㅎ.. ....ㅎ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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