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현지 르포] “북미관계 좋아지면 남한 경제도 좋아지는 것 아닌가”

in #kr6 years ago

온통 관심은 ‘김정은 위원장’, 숙소 경호도 엄격... ‘북미 정상회담 특수’도 대단

‘세기의 담판’이라고 일컬어지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기자가 창이 국제공항에 내리는 순간, ‘고려항공’이라는 글씨와 인공기가 부착된 비행기가 계류장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기자가 공항에 도착하기 직전 북한에서 물자를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그 비행기는 창이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본능적으로 사진을 찍고 난 다음 기자가 입국 수속을 하는 사이 김정은 위원장을 태운 특별기도 창이 공항에 착륙했다.

기자는 또 한 번 운이 좋게도 기다리던 순서가 되어 택시를 막 타려는 순간 공항 보안 요원들은 택시 탑승을 제지하며, 모든 자동차의 통행을 통제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탄 차량 행렬이 공항을 떠나 숙소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는 숙소에 여장을 풀고 택시를 이용해 국제미디어센터(IMC)로 가는 동안 운전기사와 몇 마디 나눌 수가 있었다. 물론 그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가 북한에 관해 묻자, 그는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기자가 연이어 미국에 관해 의견을 묻자, 앤드류라고 이름을 밝힌 그 기사는 한마디로 ‘빅 브라더(Big Brother)’라고 답했고, 우리는 한참 같이 웃었다. 그제야 그는 “북미관계가 좋아지면 남한(South Korea)도 좋아지는 것 아니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기자가 “맞다.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되묻자, 그는 “무엇이든 교류를 해야 경제가 사는 것 아니냐. 싱가포르도 온 나라와 교류를 하고 있기에 이만큼 성장한 것”이라고 답했다.

얼마 전까지 식품 유통 관련 일을 했다는 그는 “택시 운전으로 돈을 많이 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지 생존할 뿐(just survive)”이라고 말해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말레이시아 태생이고 어릴 때 싱가포르에 왔다는 40대 중반의 그는 “물가는 비싸지만, 그래도 싱가포르는 살만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숙소 샹그릴라와 김정은 위원장 숙소 세인트 레지스

다음 날 기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묶고 있다는 샹그릴라 호텔을 택시를 타고 진입(?)했다. 중간에 기관단총으로 중무장한 군인들과 경찰들의 검문소가 많았지만, 쉽게 로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텔도 다소 보안요원들이 많은 것 외에는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하지만 곧 그 의문이 풀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호텔과 연결된 별관격인 ‘벨리윙(Valley Wing)’에 묵고 있었고, 그곳으로 연결되는 통로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됨은 물론 촬영 등도 완전 통제 중이었다.

샹그릴라 호텔을 나와 근처에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묶고 있는 세인트 레지스 호텔로 가는 사이에도 검문소가 즐비했지만, 별다른 제약은 없었다. 인근에 산다는 한 주민은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웃으면서 기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세인트 레지스 호텔이 다가올수록 철제 펜스가 도로에 처져있고 한쪽 차로가 통제되는 등 접근 자체가 금지되고 있었다. 기자는 촬영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알고 로비 입구에 진입했으나, 이내 경찰의 제지로 호텔 바깥쪽 도로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호텔도 북한 국가 지도자의 숙소 제공을 위해 영업도 거의 포기한 듯한 느낌이었고, 싱가포르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에 못지않은 경호를 제공함을 알 수 있었다. 인근에도 많은 기자가 몰려있어 관심이 트럼프 대통령보다도 온통 김정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렸다.

이후 기자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트럼프-김정은 김치 쇠고기 볶음밥(Trump Kimchi Nasi Lemak)’ 특별메뉴를 출시했다는 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입구에도 큼지막한 메뉴 사진판이 걸려 있었고 손님들로 마침 점심시간이라 북적거렸다.

입구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캐리커처를 본뜬 그림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식당 안에서도 한 방송국이 손님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직원들도 북미 정상회담을 기념하는 메뉴라며 선전에 열을 올렸다.

순간, 기자는 “아, 이번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싱가포르에 남는 장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에서 이번 이벤트에 3천여 명에 가까운 기자들이 몰려왔다니, 그들이 숙박 등으로 쓰고 갈 돈이 얼마일까.

하지만 기자는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자”라는 문재인 대통령 말처럼 “그래, 잠시의 이벤트 돈은 싱가포르가 벌더라도,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볶음밥처럼 잘 볶아진다면,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어디 있을까”라는 희망이 뇌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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