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 이론

in #kr6 years ago

현대 사상가 르네 지라르(René Girard)의 이론들 가운데 '희생양(le bouc émissaire)'이라는 이론이 있다.
요약하면, 한 공동체 내에서 구성원들의 욕망들이 충돌하여 위험한 상황에까지 이르면 공동체의 존립을 위해 이 욕망을 해소할 필요가 발생하는데, 이때 구성원들은 무고하나 복수할 힘이 없을 한 사람을 골라 희생시킴으로써 공동의 욕망을 분출하고 공동체의 평화를 찾는다는 것이다. 희생양 이론의 예는 종교, 신화나 역사 속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희생양들은 공동체를 지킨 존재로 신격화되거나 미화되어 남기도 했다). 19세기 드레퓌스 사건도 한 예로 들 수 있다.

현대 사회에도 희생양들은 존재하고, 그 종류는 더 세분화되고 성격도 더 복잡해졌으리라.

만약 공동체의 폭력에 내몰린 개인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면, 그 원인이 개인의 광기인지 집단이 만들어 낸 광기인지 제 3자가 정확히 판가름하기 어렵겠지만 아마 십중팔구 개인의 실성으로 결론지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 결론 역시 공동체에 의해 내려지기 때문이다. 공동체라는 거인의 발 밑에서 개인은 철저하게 무력하다.

또 만약 공동체 내에 지도자격 구성원(들)이 있고 그가 나머지 구성원들에게 각각 역할을 분배하는 공동체가 있다고 할 때, 그리고 그 중 한 구성원에게 희생양 '역할'을 맡겼다고 할 때, 이 경우 역시 희생양 이론의 다른 사례들과 결코 다르지 않다. 지도자와 나머지 구성원들은 그 희생양을 보다 암묵적으로 은밀하게 향유한다.

지난 역사 속에서와 다른 점 또 하나는, 현대 사회의 희생양들은 더 이상 시간이 지나도 미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영영 진실이 밝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희생양에게 보다 치밀하게 낙인을 찍어 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Sort:  

오늘날의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쓴 것 같군요.

특정에서 출발했는데 결국 불특정 누군가들에까지 확장되겠네요. 특히 다방면에서 물리적 제약이 적고 소외와 욕망도 더 고도화된 오늘날엔 누구나 잠재적 희생양의 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보는 편입니다.

Congratulations @tanky!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the Steem blockchain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Award for the number of posts published
Award for the total payout received

Click on the badge to view your Board of Honor.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Do not miss the last post from @steemitboard:

SteemitBoard knock out by hardfork

You can upvote this notification to help all Steemit users. Learn why here!

매우 관심있는 부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관심있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

Coin Marketplace

STEEM 0.31
TRX 0.11
JST 0.033
BTC 64733.60
ETH 3170.85
USDT 1.00
SBD 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