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페이터와 미재무부국채 사건

in #kr4 years ago (edited)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들 때문에 금융영화를 자주 보고 있습니다.
카운터페이터 (Counterpeiter)라는 영화를 보면서 상기하게 된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한동안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었던 거액(169.7조원)의 미재무부 국채사건은 어떻게 처리되었을까요?

어느 한 여름날 오후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가는 기차에 탐승한 50대로 추정되는 2명의 일본인이 이탈리아 치아소(Chiasso)국경 검문소에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미국 국채를 밑바닥이 이중으로 된 가방에 숨겼다가 이탈리아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있었습니다. 문제의 채권은 모두 엄청난 고액권으로 액면가 5억 달러짜리 무기명 채권 249장과 액면가 10억 달러짜리 10장이였지만. 당시 미국 재무부는 즉각 이 채권들은 위조된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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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경찰이 압수한 액면가 10억 달러짜리 미국 재무부 채권. ⓒ터너라디오

하지만 이 채권들이 가짜라는 미국 정부의 주장이 오히려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한 거짓 발표라는 의혹이 국제금융계에서 계속 확산 되었습니다. 미국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기에는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였지요.

우선, 이 채권들이 위조채권이든 아니든 무려 1340억 달러(약 170조원) 어치의 미국 재무부 채권을 당국에 신고도 하지 않고 국경을 넘어가려던 아시아인 2명이 경찰의 조사만 받고 곧바로 석방됐다는 점. 그리고 석방됐다는 이들의 신원이나 행방에 대해서 관계당국이 모두 침묵하고 있다는 점 등이 음모론을 으로 논란을 이어갔습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아시아인들은 일본 정부가 발행한 여권을 갖고 있었으며,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일본 영사관 관계자는 "그들은 조사를 받기는 했지만, 체포된 것은 아니었다"고 했으며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유효한 일본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면서도 그들의 신원에 대해 더 이상 밝히기를 거부했으며 "그들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하며 더욱 미스테리한 사건이 되었습니다.미 재무부는 지난 1980년대 이후 종이로 만든 채권을 발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전자문서로 이루어져 있으나 보관용 미 국채는 존재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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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너라디오가 입수해 공개한 문제의 채권들.ⓒ터너라디오

이탈리아 경찰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은행에 가서 그냥 현금으로 교환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면서 "거래를 위한 보증용으로 쓰일 수는 있다"고 말했지만 위조 채권들의 지나친 고액의 액면가로 볼 때 현금으로 교환하려는 목적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물론, 거래 보증용으로 보기에도 부적절하고 이탈리아 마피아들이 위조 채권을 거래 보증용으로 활용한 사례들이 있지만, 역대 최고 규모가 10억 달러 정도여서 더욱 의혹을 키웠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당시 두 가지 근거로 이번 사건은 완전한 사기라고 단정했습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정교하지 못한 가짜 채권이고 애초부터 발행된 적이 없는 고액의 액면을 가졌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잠재울 실물 공개가 공식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발행된 적이 없는 채권이라는 재무부 해명에도 반론과 의혹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재무부 관계자는, 1만 달러짜리가 재무부 발행 최고액 채권이며, 1986년 이후 재무부는 전자채권만 발행했다며. 종이로 발행된 무기명 채권 중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채권은 1억 500만 달러어치에 불과한데 한 장에 5억 달러에 달하는 재무부 채권은 진짜일 수가 없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금융시장 불공정행위 감시사이트 <마켓티커>는 "이 정도의 어마어마한 액면의 채권은, 진짜라는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고 단 한 푼도 현금으로 바꿀 수 없다"면서 "뭐하러 비싼 돈 들여가며 쓸 데 없는 위조 채권을 만들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마켓티커라는 사이트를 운용하는 칼 데니거는 "불가능한 요소를 제거하고 어떤 것이 남는다면, 그것이 믿기 어려운 것일지라도 진실임에 틀림없다"는 추리의 격언을 인용하면서 "재무부가 공식적으로 발행한 고액의 무기명 채권은 있을 수 없다면, 재무부가 모든 채권을 법의 절차를 준수하면서 발행했다고 믿어야 하느냐"고 의혹을 던졌습니다.

이런 의혹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추리를 했습니다.

재무부가 발행하는 무기명 채권은 1982년 이후 미국 기관이나 거주민에게 발행되지 않았으나, 1985년 미국 이외 거주민들에게는 예외적으로 발행됐고. 당시 미국은 엄청난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시기였습니다. 재무부가 지난 10년 또는 20년 동안 알려지길 원치 않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몰래 채권을 발행해 왔다면, 공범자는 그 규모상 국가일 수밖에 없고, 그것도 일본과 중국만이 가능하다는 추리 입니다

마침 채권을 운반하던 사람도 일본 국적자로 알려졌고. 문제의 채권이 진짜라면 엄청난 파장이 초래될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이 채권의 규모는 일본이 보유한 미국 국채 6860억 달러의 20%에 해당하는 규모이고 이탈리아는 밀수품에 대한 벌금으로 3분의 1을 몰수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 또는 미국이 문제의 채권을 가짜라고 선언하면서 소각해버렸는지 이후 알려진 내용이 없습니다.

무기명 채권은 등록 절차 없이 발행되기 때문에 100달러짜리 지폐처럼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소각되어 버리면 소유권자는 어떤 방법도 없습니다.
100달러짜리 지폐가 불태워진 것처럼 자신의 돈이 사라지는 것이지요

당시 <터너라디오> 등 일부 독립매체들은 문제의 채권이 가짜라는 미국 정부의 주장은 다른 나라들이 미 국채를 투매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꾸며낸 얘기이며, 이탈리아 경찰에게 적발된 아시아인 2명이 자신들이 일본 재무성 직원이라고 실토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등 단정적인 보도를 했었고 "일본은 미국 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상실했기 때문에 134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재무부 채권을 익명성이 보장되는 스위스에서 헐값에라도 몰래 팔려고 했다"고도 주장했었고 "일본 정부는 미국 국채를 몰래 팔려다가 발각됐으며, 이번 사건이 터지자 일본, 이탈리아, 미국 당국은 다른 나라들도 미국 국채 투매에 나서는 사태를 막기 위해 진상에 대해 함께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한 좀 엉뚱한 사건 이였지만 그후 처리가 단순 마피아의 사기 사건으로 끝난 것인지 관련 기사가 없군요.

엉뚱하게 지난 기사를 떠올린건 우연히 카운터페이터 (Counterpeiter)라는 영화를 보게 되면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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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아카데미상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제작 영화 ‘카운터페이터’는 2차세계대전의 한 가운데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팩션(Faction) 영화입니다. 팩션이라고는 하지만 이 영화의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제인물들에 따르면 거의 논픽션에 가까운 영화라고 하네요. 그만큼 당시의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이 각색이 많이 필요없을 정도로 드라마틱했다는 이야기겠죠. 이 영화의 제목인 카운터페이터 (Counterpeiter)는 위조범이라는 의미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솔로몬 소로비츠의 직업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시작은 독일에서 ‘위조의 제왕’으로 명성을 떨치며 살아가던 주인공 솔로몬 소로비치가 본인의 천재적인 모사능력을 활용해 신분증이나 공문서를 위조하며 어두운 뒷골목에서 자유로우면서도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술집에서 만나 우연히 밤을 같이 한 여자가 그의 천재적인 예술성을 칭찬하지만, 그는 냉소적인 한마디가 인상 깊습니다.

“뭐하러 예술해 돈을 버나? 돈이야 직접 만들어 쓰면 훨씬 편한걸.”

제2차 세계대전의 주범, 히틀러의 나치 독일은 그 지배자들이 보여준 탐욕스러움으로 인해 종전 후 수많은 호사가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들을 낳았는데, 그 중 하나가 몰락한 나치 독일의 숨겨진 보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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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나치 독일의 패망과 함께 그들이 강제 수용소로 보내 학살한 수많은 유태인의 재산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르며, 그 보물들이 지금도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바닷속 유보트 잠수함에 잠들어 있는 엄청난 금괴, 히틀러와 괴링, 히믈러같은 제3제국 수뇌부들의 숨겨진 재산, 독일군들이 곳곳에서 약탈한 유럽의 명화, 예술품 등등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지도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그 보물들이 분명 있다고 찾아 헤메고 있으며, 그들이 나치 독일의 보물이 잠들어 있다고 믿고 있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오스트리아의 토플리츠 호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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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짤스감머구트에 있는 토플리츠 호수는 1959년 호수 속에서 발견된 9개의 대형 철제 상자에서 나치 친위대의 기밀문서와 함께 7천2백만 파운드 (한화 1246억원)에 상당하는 영국 파운드 위조지폐가 발견되었다는 독일의 슈테른지의 기사로 인해 일약 유명해졌고, 이로 인해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일명 ‘베른하트 작전’이 그 실체를 드러내며 일반인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지금도 이 토플리츠 호수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보물을 찾기 위해 불법으로 호수에 잠수를 했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종종 벌어진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이니 무언가 있는것은 아닐런지...

토플리츠 호수의 인양물로 인해 세상에 알려진 ‘베른하트 작전’이 영화 <카운터페이터>의 모티브이며
‘베른하트 작전’은 실제 있었던 사건이라고 알려져있습니다.

베른하트 작전은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친위대 SS가 비밀리에 추진했던 영국 경제를 붕괴시키기 위한 대량의 영국 파운드화 위조지폐 생산 작전을 칭하는 것으로, 작전을 지휘했던 나치 친위대 SS 장교 베른하트 크루거의 이름을 따 명명된 이 작전은 한마디로 적국의 경제를 붕괴시켜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나치 독일의 고육책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1942년부터 45년까지 오스트리아 작센하우젠 수용소에 수감된 솔로몬 살로비치를 포함한 140명의 위조 전문가들이 투입된 이 작전은 지금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위조지폐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스토리를 알면 더욱 재미있는 영화 속의 금융이야기

주말에는 <카운터페이터> 로 재미있는 시네마 산책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천재 위조전문가의 내면을 완벽하게 표현한 역설적 관능의 탱고 선율 뮤지션은
아르헨티나 하모니카 탱고 아티스트 휴고 디아즈 (Hugo Diaz) 입니다.

휴고 디아즈는 1927년생으로 7살때 부터 라디오에서 하모니카 연주를 하던 천재였다고 하고 그의 이야기를 알고 영화를 보면 더욱 흥미깊습니다.

hugo diaz의 OST Mano a mano가 유투브에도 올려져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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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페이터 라는 책도 간단 리뷰해주시면 좋을거 같아요! ㅎ 좋은글 잘 읽고
보팅이랑 팔로우 하고 갑니다^^

카운터페이터가 책으로 출간됐는지는 모르겠군요
강열한 탱고음악이 더욱 영화를 인상깊게 합니다.
탱고팬들에게는 배경음악이 더욱 유명 하다고 합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ㅎ

재미있을것 같네요.
기회가 되면 한번 보고싶네요..

네 추천드립니다.
2008년 나온 영화인데 특히 4분의 2박자로 흐르는 탱고리듬의 배경은 매우 인상적이랍니다

예고편만 보고 기억에서 사라졌었는데 고맙습니다^^

시간 되시면 한번 보십시요
복잡하게 그려지는 인간 내면의 혼란이 탱고음악과 함께 진하게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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