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게 더 맛있는데요

in #kr6 years ago (edited)

이것은 불분명하고 난잡하게 뒤섞여있는 나의 태고적 기억에서 연대상 두번째 기억 후보이다.

매우 어린 나, 병관이형, 2명 더, 겨울, 달고나 기계 앞, 뭐라고 말하는 여자
"탄게 더 맛있는데요."
"애들 먹을 거라서.."

탄게 더 맛있는데요
탄게 더 맛있는데요

나는 누군가가 회고를 하는 것을 별로 믿지 않는다. 인간의 기억이란 너무나 불완전하다. 난 언제인지도, 2명이 누구였는지도, 어디였는지, 무슨 가게 앞이었는지도,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뭐라고 말했는지도 잊어버렸다. 이 수준으로 남은 어제의 기억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믿지 않는다. 그런데 탄 게 더 맛있다고 하는 병관이형의 얼굴째로 기억이 난다. 아마 이건 정말로 나는 것 같다.

그 말이 이래로 평생동안 기억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내가 최초로 인식한 일반적이지 않은 문장이 아니었을까

나는 그 문장 앞에서 이해를 하기 위해서 뇌에 새겨질 지경으로 최대한 조막만한 두뇌를 돌렸던 게 아닐까

탄 게 더 맛있을 수도 있다

그 사실을 이해하는 데에는 평생이 아깝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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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탄 게 더 맛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갑자기 듭니다. 스테이크도 겉면은 살짝 태우기도 하니까요.

타버린 사람이 때로는 압도적인 매력을 자아내고, 그렇지만 어쨌든 접근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재미있는 맛을 낼 수는 있겠지만 먹는 것은 신체에 좋지 못한 결정일 듯합니다.

곰돌이가 @glory7님의 소중한 댓글에 $0.018을 보팅해서 $0.006을 살려드리고 가요. 곰돌이가 지금까지 총 743번 $11.230을 보팅해서 $10.392을 구했습니다. @gomdory 곰도뤼~

제 경우에는 티비광고에서 본 듯한 "패션내의 고감도"라는 구절과 당시 중학생이었던 옆집 형이 중얼거렸던 "미친놈의 개코수염"이라는 요상한 문장이 그 부분을 현대 추상화처럼 차지하고 있습니다. 탄 게 더 맛있다는 문장은 그래도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문장이네요.

패션내의 고감도는 일본어가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어느정도 허용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어는 '등신대의 앞뒷면' 같은 말을 할 수도 있어서요. 지금은 패션내의 고감도가 무슨놈의 개코수염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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