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홍자를 벌하다.

in #kr5 years ago

조조, 홍자를 벌하다.

삼국지 연의 외전의 일부가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발견된 대목은 도사 좌자가 조조를 골탕먹이는 장면인 듯 하나 등장인물과 사건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이를테면 신통력 부리는 도사가 아니라 조조의 모사이며, 이름은 좌자가 아니라 홍자다. 자(字)는 발정, 호는 준표라고 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조조를 골탕먹이는 도사가 아니라 조조에게 헛소리를 하다가 죽음을 자초하는 아둔한 신하로 설정돼 있다. 흡사 예형과 비슷한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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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은 항상 새빨갛게 충혈돼 있어 세상이 온통 빨갛게 보였다 하며 그래서 성은 홍(洪 )씨이나 사람들은 홍자(紅者)라 불렀다고 한다. 모래시계를 차고 허리띠에는 돼지발정환(丸)을 메고 다녔으며, 빨간 목띠를 즐겨 두른 것으로 나온다.

조조가 강동의 손권에게 산동의 태산 특산 송이버섯을 보내자 손권은 이 답례로 강동의 온주에서 큼직한 귤 2천여 상자를 골라 보냈다. 적벽대전이 끝난 뒤 더 이상은 이런 소모전을 하지 말자는 논의가 오가던 상황이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송이와 귤이었다. 손권이 정성껏 고른 귤이 조조 앞으로 분주히 날라지는데 갑자기 홍자가 나타나서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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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상자 안에 귤만이 있다고 어찌 믿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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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깜짝 놀라 짐꾼들을 무릎 꿇리고 허저를 시켜 혹시 상자 안에 독사라도 숨었는지 뒤졌으나 모두 맛 좋은 귤 뿐이었다. 이에 조조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물으니 홍자는 거침없이 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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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치자(治者)에게 보내는 과일 상자에는 과일만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이 상식이요, 그 무게만큼의 재물이 있는 법이라” 하니 조조가 그걸 어찌 아느냐고 하니 또한 주저없이 대답하였다. “음료수 상자에는 정확히 금덩이 열 개가 들어가고 떡 상자에는 50개, 사과상자에는 백 개가 딱 맞게 들어가니 어찌 귤인들 다르겠습니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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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어찌 그리 상세히 아느냐고 하니 “자한당 사람들에게는 상식입니다.” 답하였다. 자한당(恣悍黨)이란 조조 휘하 영남 지역 출신 인사들의 모임으로 방자하고 드세다고 하여 자한당이라 일컫는다. 조조는 이 말에 화가 나서 홍자를 더욱 추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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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한당 놈들은 과일 보면 침이 금덩이가 생각나는 모양이구나. 그러고 보니 네놈은 경주자사 시절 서당 아이들에게 가는 밥을 끊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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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홍자는 태연했다. “서당에 공부하러 오지 배 채우러 오는 게 아닙니다.”

기가 막힌 조조가 기어코 호통을 쳤다. “이놈아 네놈도 체중이 모자라서 군대에도 들지 못했던 놈 아니냐. 어려서 하도 굶어서 단식도 못한다는 놈 아니었느냐. 배고픔을 아는 놈이면 배고픈 설움은 없애 주는 데 발 벗고 나설 일이지 항차 방해를 해?” 그래도 홍자는 여전히 태연했다. 멀뚱히 조조를 바라보며 한다는 소리 “그 지역에는 홍건적 빨갱이들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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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기가 막혀 웃으며 말했다. “네 마누라가 불쌍하구나. 너 같은 놈 데리고 살려면.” 그러자 홍자 대뜸 말하길 “촌년이 출세하였지요.” 하니 천하의 조조도 하도 놀라 말을 더듬거리다가 “대체 니 장인은 누구신데 너 같은 놈한테 딸을 주셨느냐.” 가까스로 물었으되 홍자는 “혼인할 때 그 영감탱이가 반대하여 수십년 동안 제 집에 발도 못들이게 하였습니다.”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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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여색을 밝히긴 하나 부인들에게는 예를 갖출 줄 아는 사람으로서 분기를 참지 못하고 다시 언성을 높였다. “장인더러 영감탱이라니 대체 어디서 배운 말버릇이냐.” 이에 홍자 답하길 “우리 고향에선 장인어른을 친근하게 불러 영감탱이라 합니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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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거품을 물고 홍자와 같은 고향 사람들 나오라 하여 너희들도 장인을 영감탱이라 부르냐 하니 역시 거품을 물고 말하길 “그랬다가는 마누라한테 이미 능지처참당하여 주공을 뵙지 못할 것이옵니다.” 하였다. 조조가 다시 홍자를 쏘아보며 이래도 헛소리를 할 것이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는데 홍자는 갑자기 웃으며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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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하셨습니까.“

이에 조조는 고질병이던 편두통이 도져 쓰러지고 말았다. 뭐 이런 놈이 다 있는가 허저를 불러 저놈을 끌고 나가 당장 목을 치라 하니 홍자는 여전히 기죽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이는 홍건적의 꾐에 넘어가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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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저가 멱살을 쥐자 너도 빨갱이라고 악을 썼다. 허저는 한 손에 그 목덜미를 쥐고 들고 나가면서 “이 새끼는 눈에 뵈는 게 온통 빨갛네.” 일갈하니 “빨갱이가 나라를 차지했다.”고 지지 않고 소리 지르며 대롱대롱 끌려 나갔다. 저놈의 목숨은 허저에게만 맡기기 아깝다 하여 하후돈, 악진, 장합, 이전 등이 모두 칼을 들고 각을 뜨겠다고 나서니 홍자의 비명소리가 단말마처럼 허창성을 울렸다고 한다. 홍자의 마지막 외침은 이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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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쥐가 바보 닭을 따라가면 발정은 하루 아침에 끝나리라!"
(靑鼠随愚鷄,發情一旦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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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있기 직전 허창을 쥐고 흔들던 세도가 이박(李博)과 박혜(朴惠)의 별명이 쥐와 닭이었으되 박혜는 무당 말을 믿고 허창의 창고를 굿하는 데 비웠고 이박은 투명하기까지 한 물욕으로 형 이름으로 사기를 치다가 들고 일어난 백성들에게 응징을 당한 바 있었다. 홍자의 마지막 절규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비통한 자각이어던 것이다. 이 풍경을 지켜본 문사 하나가 남긴 시가 삼국지 연의 외전에 남아 있다 역시 작자는 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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橘想自愛譚緊腱 귤상자애담긴건
귤 생각이 난 건 사랑으로써 팽팽한 긴장 (풀자고) 이야기하고자 함인데

慢白猩以謁愆滿 만백성이알건만
교만한 바보 원숭이 입을 놀려 죄만 그득

俊飄抵壘誣進上 준표저누무진상
큰 바람 누각을 때리는데 윗전에 나아가 헛소리 지껄이니

斯過博帥省脚萬 사과박수생각만
이 허물 크고 넓어 장수들은 만 갈래로 각을 뜰 생각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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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은 본문과 관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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