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노벨 의학상 후보 이호왕 박사 이야기

in #kr3 years ago

2021 노벨 의학상 후보 이호왕 박사에게 영광을...
.
오랜 역사에 걸쳐 인류를 괴롭혀 왔던 병들은 대개 특정 지역 내에서 유행을 반복해 온 풍토병인 경우가 많습니다. 페스트는 중국 서남부 지역의 풍토병이었다는 설이 유력하며 콜레라는 인도의 내륙에서 주로 돌아다니던 감염병이었고 황열병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사람들을 괴롭혔듯이 말입니다.
.
그런데 세계 인구가 증가하고 교통로의 확대와 인구 이동 증가, 광대한 영토를 지닌 제국(帝國)의 성립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한 지역내에 머물던 병들이 다른 곳으로 번져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심한 경우 ‘판데믹’(Pamdemic)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것이죠. 동북아시아, 즉 중국의 만주 지역과 우리나라를 아우르는 지역에서 발생한 풍토병으로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악명 높은 감염병이 있습니다. 바로 ‘유행성출혈열’(신증후군 출혈열-1983년 WHO가 명명,Hemorrhagic fever with renal syndrome)입니다.
.
현존하는 기록에 의하면 유행성출혈열 환자가 처음 발생한 곳은 1913년 소련의 블라디보스톡입니다. 증상은 가히 ‘괴질’이라 부를 만 했습니다. 두통, 오한, 고열, 요통(腰痛), 구토와 복통이 나타나고 얼굴과 가슴에 출혈반이 보이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혈뇨와 혈변을 배설하며 모든 환자가 심한 단백뇨 현상을 보여 신부전증에 이르기도 하는 무서운 병이었으니까요. .
.
유행성출혈열은 블라디보스톡과 그 북부의 아무르(흑룡)강 유역에서 계속 발생하다가 1940년 전후 소만(蘇滿) 국경지역에 주둔한 소련군과 일본군에서 폭발적인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신증후 출혈열의 질병사적 고찰> 이재광,황상익,醫史學 제13권 제1호(통권 제24호) 만주국을 점령한 후 일본은 소련 국경에 군대를 배치했고 소련 역시 대규모 병력을 배치합니다. (이들이 충돌한 것이 1939년의 노몬한 사건이죠.) 인구밀도 드물던 곳에 별안간 쌍방 수만 명의 군대가 득실거리게 됐으니 질병의 활동에는 그만한 환경이 없었을 테니까요.
.
1936년 5월 소련과 만주 국경지대에 주둔한 일본 관동군 내부에서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괴질 환자가 발생합니다. 증상은 위에 언급한 대로였습니다. 처음 일본군 군의관들은 성홍열이나 렙토스피라를 의심했지만 곧 그와는 별개의 병임을 알게 됐고, 치명률 또한 매우 높았기에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음을 보고하게 됩니다.
.
당시 소련에서 극동 지역은 중심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변방(邊方)이었고 그러다보니 병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지만 괴뢰 만주국을 세우고 만주 경영에 나섰던 일본은 유행성출혈열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관심은 전혀 엉뚱하고 사악한 쪽이었습니다.
.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만 발생했던 병이니만큼 서양인들은 듣도보도 못한 병일 것이고 당연히 치료법도 모를 터인데, 그 병의 치명성(致命性)이 높다면? 이 병을 자유자재로 배양하고 퍼뜨릴 수 있다면? 이런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악명높은 일본의 731 부대는 세균전의 일환으로 유행성 출혈열 연구에 뛰어들었고, 이 병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기 위해 인체 실험을 감행하게 된 거죠. .
“1981년 일본 국립 나가사키 장기대학의 쓰네이시 케이이치 조교수는..... 세균전 전문부대인 731부대가 유행성출혈열을 세균전에 이용하기 위해 많은 한국인과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인체실험까지 한 뒤 이들을 모두 독살했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2018년 8월 14일자) 쓰네이시 교수는 논문에서 구체적 실험 방법까지 밝히고 있는데 그 잔인함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
“건강한 인간에 병원체를 보유한 진드기를 빻아넣어 식염 수유제를 주사해 유행성 출혈열에 감염시킨다. (중략) 발병으로부터 5일 이내에 산 사람으로부터 내장을 적출, 병원체가 남아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산 사람을 산 채로 해부한다. (중략) 패전 직전에는 증거 인멸을 위해 이 실험에 이용된 포로들에게 밥에 청산가리를 타서 죽이거나 권총으로 모두 사살했다.”
.
유행성출혈열의 감염 경로를 밝혀내고자 연구를 거듭하던 한 한국인 의학자는 731부대의 핵심이었던 세균학자로부터 이런 증언을 듣습니다.
“사실 우리가 했다는 원숭이 실험의 대상은...... 원숭이가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인체실험을 위장하기 위해 원숭이를 사용했다고 거짓말을 했고 실험 결과도 왜곡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했습니까?”
“미안합니다. 당시를 회상하기 싫고, 내용을 말씀드리기도 어렵습니다.”
.
일본군 731부대의 자료는 고스란히 미국으로 넘어갔고 731부대원들은 미군에게 그들의 자료를 송두리째 넘겼고 미국은 731부대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다시피 합니다. 미국 육군의 생물학전 연구 기관의 샌더스 중령이 731부대원 신문 기록에는 이런 대목이 등장합니다.
.
“이것은 일본인 과학자들이 수백만 달러의 비용과 오랜 세월을 거쳐 얻은 자료다. 이런 정보를 우리 쪽 연구소에서는 얻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인체실험은 양심의 가책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자료를 총액 25만엔 정도로 얻었다..... 스스로 이런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
유행성출혈열은 이렇듯 인간의 잔혹함과 이익 앞에서 가리는 것이 없는 인간성의 민낯을 드러내 준 병이기도 했습니다. 또 그런 서글픈 희생과 사악한 거래를 거치고도 여전히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괴질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행성 출혈열은 20세기의 가장 파괴적이고 잔인했던 전쟁 중에 극적으로, 그리고 매우 인상적으로 재등장하게 됩니다. 바로 6.25 한국전쟁이었습니다.
.
그리고 일본인들의 인체 실험 증언을 들으며 분노했던 한국인 의사의 이름은 이호왕. 그는 끝내 유행성 출혈열 바이러스를 분리해 내고 백신 개발에 성공합니다. 2021년 노벨 의학상 후보에 오른 그분이죠. 그분의 이후 이야기를 유튜브로 엮어 봤습니다.
.

...
.
이호황 박스는 즉 세계 질병사에 그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고 유행성출혈열 바이러스에 한반도 중부를 흐르는 한탄강의 이름을 붙였고 그 백신 이름은 한타박스가 됩니다. 그 이유. 그리고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백신을 개발하기까지의 악전고투의 과정을 짤막하게 소개합니다.
.
...
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 하나도 나쁘지 않은 (주관적인 판단입니다만) 콘텐츠의 생산에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 댓글도 마찬가지구요. 그럼.... 행복한 연휴 시작 밤 누리시길

Coin Marketplace

STEEM 0.24
TRX 0.11
JST 0.031
BTC 61122.11
ETH 2972.46
USDT 1.00
SBD 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