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투명인간 | 허버트 조지 웰즈 저 임종기 옮김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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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조지 웰즈의 1897년작 투명인간을 읽었습니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에서 나오는 것 같이 옷까지 되는게 아니라 몸만 투명해지는 설정입니다. 평어체임을 양해 바랍니다.


다이아몬드 상자의 경우 보통 표면에서는 빛을 흡수도 반사도 하지 않지만 그 표면이 적합하게 세공된 경우에는 여기저기서 반사도 하고 굴절도 하지. 그리고 그 결과 너는 반짝이는 반사와 반투명의 눈부신 광경, 일종의 빛줄기를 볼 수 있는 거야.

아이작 뉴턴이 1704년 《광학》책을 발표했다. 그 후 200년이면 광학은 널리 알려져 있을 것이다.


아무튼 가장 중요한 단계는 에테르의 진동을 일으키는 두 기계 사이에서 물체의 굴절률을 낮춰 해당 물체를 투명하게 만들어내는 거였어. (중략) 최초의 실험 대상은 흰 모직물 약간이었어. 그것은 부드럽고 하얀 섬광의 명멸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연기처럼 희미해지더니, 사라졌어. 그 모습을 본다는 것 자체가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일이었어.

처음엔 물체를 투명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서너 시간. 그 고양이 녀석, 뼈와 근육과 지방질이 맨 마지막에 사라지더군. 빛깔이 있는 털끝도 그렇고. 그리고 이미 말했듯 눈동자 안쪽에 있는 기관, 강렬한 무지개 빛깔처럼 여러 색으로 변하는 부위만큼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어.
실험을 끝마치기 전에 바깥에 어둠이 깔린 지 이미 오래되었고 고양이는 희미한 두 눈과 발톱 말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어.

다음으로 투명한 고양이가 탄생했다. 그리고 자신이 투명인간이 되었다.


하지만 그리핀은 투명인간이 되는 순간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한다. 다시는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투명인간에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설정이다. 밖에 나가려면 알몸으로 나가거나 온 몸을 칭칭 감고 나가야 한다. 행동의 제약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투명하지 않던 때가 나의 참모습일까? 내 몸이 투명해진다면 나의 정신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우리의 성격은 결국 몸의 상황에 매여있는 것이 아닐까?


겁에 질린 몇몇 사람들도 있었지만, 호기심에 가득 찬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 헉스터 부인까지도 찾아왔다. 검은색 기성복 재킷에 피케[코르덴처럼 골지게 짠 면직물]처럼 보이는 종이 넥타이를 요란하게 맨 쾌활한 젊은이들도 휘트 먼데이에 있었던 사건에 관심을 보였다. 그들은 모여들어 하나같이 떠들썩하게 질문을 던졌다. 특히 아치 하커라는 청년은 뜰에 들어와서 창문 블라인드 밑으로 실내를 엿보려고까지 했다.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아이핑의 다른 젊은이들이 그가 안을 엿보았을 거라 생각하고는 곧 그에 합류했다.

투명인간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자기 집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여관 장기 투숙하며 돈이 떨어지면 투명한 몸을 이용해 비용을 충당해야 했다. 불가사의한 절도, 강도사건과 미이라처럼 온 몸을 붕대로 감싼 이방인. 인간의 병적인 호기심이 한 몫 한다.


"켐프, 우리는 불가피하게 살인을 할 수밖에 없어.”
"살인을 할 수밖에 없다고.” 켐프가 말을 반복했다. "네 계획은 잘 들었어. 그리핀, 하지만 나는 찬성할 수 없어. 그럴 수 없다고. 왜 사람을 죽이냐고?”
"그렇다고 해서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려는 건 아냐. 정당한 살인이라고 할 수 있지. 요점을 말하면, 우리처럼 세상 사람들도 이제는 투명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그래서 말인데 켐프, 이제부터 투명인간은 공포 정치를 펼쳐야 할 거야. 그래. 말할 것도 없이 무시무시한 일이지. 그렇지만 나는 공포 정치를 실행해야겠어. 공포 정치. 투명인간이 네가 사는 버독 같은 도시를 거머쥐고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어 지배하는 거야. (후략)"

모두에게 공격당하면 이런 마음을 품을 수도 있을 듯 하다. 결국 투명인간은 본인이 저지르는 범죄로 인해 도망가다가 사람들에게 잡히는 과정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남들과 다르면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사실을 찾아내고야 만다. 호기심의 결과 찾아낸 '다름'은 모두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투명인간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사회에서 어울려 살 수 있었을까? 우리는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차별과 불이익을 받는 사례를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투명인간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힘이 세고 성격은 모나고 괴팍했다. 사람도 여럿 죽이고, 훔쳐먹고 절도하며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소수자'라는게 변하지는 않는다. 평범했던 시절에 '불가피하게 살인'할 생각은 안했을 것이다. 투명인간이 이렇게 된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투명인간을 받아줄 수 있는 사회가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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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유익하고..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극적인 전개나 서사보다는 상상력이나 독창성에 점수를 주고 싶어요.

저도 투명인간이 된다는 상상을 해본적이있는데요 ㅎㅎ
원피스의 상디도 투명투명열매를 갖고싶어했다죠 ㅎㅎ

옷까지 투명하게 할 수 있고, 켜고 끌 수 있다면 천하무적이겠는데요. ㅎㅎ

투명인간이라는 소재를 그 소재만 제외하고 되게 현실적으로 풀어낸 것 같네요ㅎㅎ

소설을 읽고 이런 투명인간은 저주받은 거라고 느껴졌어요. ㅠㅠ
투명망토나 절대반지가 훨씬 좋아요~ ㅎㅎ

@relaxkim 님 주 1권 독서하고 서평쓰기 챌린지 #10 완료입니다. 이글에 2/3만큼 보팅하고 갑니다. (HF20으로 인한 보팅이 늦어진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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