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산책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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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에 방문했던 독산성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 날은 푸른 하늘이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못하네요.
독산성 주차장을 네비에 입력하고 가다보니
작년에 갔던 길과 달라서 조금 당황했지만
그냥 믿고 따라가니 그것도 괜찮더군요.
가끔 고속도로 주행중에

좌회전을 하라
경로를 벗어났다.

같은 이상한 멘트가 나와서 당황을 하는 일이 있다보니
믿음이 가지 않았는데 오늘은 성공했습니다.

주차를 하고 먹을것이 들어있는 가방을 메고
약간 가파른 산길을 올라갑니다.
분홍색꽃이 예쁘게 피어있습니다.
벚꽃은 이미 지고
어느새 철쭉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오늘 기온이 28도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초여름이라고 해도 뭐라할 수 없겠습니다.

가만 있어도 오후가 되면 힘이 빠지고
조금만 걸어도 기운이 없는 날들입니다.
운동부족이라는 생각에
근처에 있는 작은 산에 산책을 다니기로 했는데
오늘 선택한 곳이 독산성이었습니다.

중턱에서 출발했는데도
역시 산이라는 곳은 평지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기껏해야 해발 200미터 남짓한 곳인데..
작년에 천왕봉은 어찌 올라 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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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헐떡이며 올라가다보니 입구가 보입니다.
오래전에 일본군과 조선군의 전투가 벌어졌을때
갑옷을 입고 조총이나 칼을 들고 이 산을 올랐을 일본군의 처지가 어땠을지를
상상하며 걸었습니다.
고된일이고 두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위에서는 화살이나 돌이나
여하튼 위험한 물건들이 쏟아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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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을 따라서 조금 걷다보면
저렇게 세상의 끝일것만 같은 언덕이 보입니다.
그곳을 올라가면?
사방이 뚫려있어 전망이 좋은 장소가 나오지요.
답답한 마음을 풀기에는
그런 곳만한 장소도 드물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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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보며 걷다보니
걸음을 어지럽히는 존재가 있습니다.
탐색을 하러 다니는 왕개미입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절감하는 고승에겐 지팡이가 필요했다지요.
등산용스틱과는 다른 의미일겁니다.
지팡이로 땅을 두드려서
개미가 피해갈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넉넉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저에게는 지팡이는 커녕 스틱도 없으니
그저 이리저리 살피며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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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에 초파일 행사가 있어서인지 연등이 달려있습니다.
작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사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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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길에 배가 불룩한 아저씨가 앉아 계신데
가족과 함께온 어떤 젊은 남자가 뭐라고 말을 하면서 배를 쓰다듬더군요.

아주머니는 미소짓는 얼굴로 배를 쓰다듬으면서

"우리집에 대박나게 해주세요."

라고 하시더군요.
저희는 처마밑에 앉아서 조용히 바라봤습니다.
기복신앙이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일이지요.
살기가 힘드니 받아야 할것도 많은가 봅니다.
모쪼록 복을 받게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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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계절이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달래와 벚꽃은 자취를 찾기 힘들고
어느새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향기가 달콤해서 좋지요.
이제 봄은 그 이름이 희미해져 가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코인들에도 봄볕이 쪼이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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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ly beautiful pictures my friend and lovely flower.

특별한 곳을 다녀오셨군요

다녀온듯 잘 봤습니다. 마지막 배부른 아저씨는 포대화상이라고 하더군요.. 불교의 산타클로스같이 끝없이 베푸는 분이라 하더군요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희망을 줄수는 있겠습니다
^^

오래된 산성에 오르면 자연스레 옛날의 이곳에서 있었을 장면들을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저도 작년에 공산성에 올라 백제의 마지막을 상상했었습니다. 낙화암에서는 삼천궁녀를 떠올릴 수는 없었지만요. 그럴 일은 있을 수 없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꾸며낸 이야기지요. 승자의 교만함을 나타낼 뿐입다.

봄이 절정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금낭화도 피고 조팝꽃이 핀다 했는데
아카시가아 핀다고 생각하니
금방 여름이 올 것 같습니다.
기온차가 심해서 적응하기 힘든데
체력 안배에 신경쓰셔야 하겠습니다.
평안하세요.

감사합니다.
평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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