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마인 필진 인터뷰]창문 밖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chaelinjane 님을 만나다.

in #kr5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마나마인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마나마인 필진 인터뷰를 가지고 왔습니다.
소개해드릴 분은 뉴질랜드 경험담을 담백하게 에세이로 풀어내주고 계시는 @chaelinjane님이십니다! 왜 @chaelinjane님이 창문 밖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인지 생각해보면서 읽어보신다면 인터뷰가 더 흥미롭게 느껴지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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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채린제인'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박채린이라고 합니다. 현재 파트너 '두두'와 함께 뉴질랜드에서 이곳 저곳 떠돌며 지내고 있어요.


Q2. <두리의 모험>과 <기록자의 사진엽서>를 만들게 된 배경과 간단한 소개
올해 3월 18일 (다이어리에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정확하답니다ㅎㅎㅎ) 부산의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사상역에서 운촌역으로 삼 사십분 정도 이동하는 동안 뉴질랜드에서 어떤 이야기를 기록해나갈지 자유롭게 구상해보았어요. 그때 <두리의 모험>의 얼개가 잡혔답니다. 두두와 리리라는 두 캐릭터의 이름을 합쳐서 하나의 명사 '두리'를 제목에 넣었어요. 원래는 3컷 만화를 넣고 싶어서 캐릭터까지 다 만들었지만, 글만 쓰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려 그림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말았어요. 나중에 <두리의 모험>에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이고 나면 3컷 만화로 전환해보는 작업도 해보고 싶습니다. 글이 무척 밀려서 도대체 언제 다 하나 싶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진행해볼 생각입니다.

<기록자의 사진엽서>는 마나마인에서 새롭게 만들어낸 연재물입니다. '당신'이라고 지칭되는 수신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매 엽서마다 사진이 한 장씩 들어가 있어요. 아주 여러 명의 수신인들이 '당신'이라는 하나의 인물로 집약될 수 있답니다. 평소에 휴대폰이나 메신저로 연락을 잘 하지 않는 저의 고질적인 이기심이 반영되었다고나 할까요. :) 제 마음이 우물이라면 <기록자의 사진엽서>를 쓰는 시간 동안 가장 깊은 진심을 퍼 올리고 싶었어요. 정성들인 시간을 한 분 한 분께 사적으로 전해드리고 싶어 '편지'라는 전형적인 방식을 택했답니다. 9월에 집을 떠나 남섬으로 이동하면서 인터넷은 물론이고 전기도 마음껏 쓸 수 없는 상황이 꽤 자주 있었습니다. 두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연재하지 못하는 것에 죄송한 마음과 함께 압박감을 느끼고 있어요-! 그래도 지금 여기의 경험을 소홀히 할 수 없으니 최선을 다해 글과 현재의 시간 간격을 좁히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Q3. 채린제인님에게 '기록자'의 의미란?
저는 외동딸로 태어났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을 이것저것 습득하며 자랐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일기 쓰기'였는데요, 다섯 살 때부터 쓴 그림 일기가 초등학교 때 충효 일기가 되고, 중학교 때부터 일년씩 마음에 드는 다이어리에 형식과 검열(?!)을 벗어난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어요. 자연스럽게 기록의 수단으로 카메라가 추가되었고, 블로그에 제가 경험한 음악, 공연, 공간, 여행지, 전시회 등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기록자’라는 표현은 저를 소개하는 가장 적절한 말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찾은 단어예요. 일시적으로 행했다가 그만 두는 일들 말고, 평생토록 이어갈 수 있는 작업이자 제게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글, 그림, 사진, 어떤 형식이든 저라는 존재의 내외부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기록해내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자신의 솔직한 상념들을 적어낸 몽테뉴의 『수상록』처럼, 가장 사적인 기록이 가장 보편적이 기록이 될 수 있겠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Q4. 두두와 리리에 대해서
두두와 리리는 저와 제 파트너의 이름을 변형해서 만든 <두리의 모험> 속 캐릭터입니다. 글 속에 본명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고자 만들어낸 이름이예요. 현실 세계에 있는 두 사람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두두는 목수로, 리리는 기록자로 살고 싶어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꿈을 키워가는 사람들이지요. 성격도, 하는 일도 다르지만 주체적인 삶, 꿈의 실현, 배움에 대한 애정, 미래 지향적인 삶, 함께 하는 것의 가치를 공통적으로 추구하고 있답니다.


Q5. 뉴질랜드로 떠나게 된 배경
우연이자 운명적으로, 라고 말한다면 너무나 대책 없는 사람들 같지만 정말이랍니다! 저는 이 여행을 “온실을 박차고 인생 실험을 나섰다”고 말하고 있어요.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들이 그러하겠지만, 저도 엄마와 어렸을 때부터 애증의 관계를 쌓아왔어요. 엄마를 너무나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가치관이나 직업관에 대해서는 서로 상당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저에게 ‘넘지 못하는 벽’이었어요. 결혼 후 8년 만에 낳은 외동딸이니 온실 속의 화초처럼 저를 기르셨어요. ‘공부 열심히 하게 하고 - 안정적인 직업 가지게 하고 - 적당한 남자 만나게 해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게 하자’가 엄마의 큰 그림이었어요. 그 모든 과정에 본인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으신 거에요.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조금 다른 삶을 꿈꿔 왔어요. 나이가 들면서 엄마가 바라시는 게 더 비현실적이고 허황된 생각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더 늦기 전에 내가 주도하는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뉴질랜드 워킹 홀리데이 신청날이 마침 휴무일이었고 “아님 말고”라는 생각으로 신청했다가 두두와 저 둘 다 비자가 승인되었어요. 뉴질랜드로 떠난다는 말을 하기까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지만 비로소 원하는 내 모습으로 살아볼 기회가 생겼으니 더 이상 주저할 수도 없었어요. 자유 의지를 가진 개인으로 제대로 살아보기 위해 눈 앞의 기회를 힘껏 잡아 여기까지 왔네요.


Q6. 뉴질랜드에서 하는 일
무척 단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첫 6개월은 기록자로서의 삶에 충실했어요. 두두의 지원으로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6시간을 글 쓰고 콘텐츠를 창작하는 데에 보낼 수 있었어요. 겨울이 지나고부터는 남섬으로 내려와 뉴질랜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달은 키위 가족과 함께 지내며 양 농장 일을 도왔고, 이번 달은 크라이스트처치 부근의 사과 농장에서 13개국 스물 두 명의 친구들과 백팩킹 생활을 하며 지내고 있어요. 새벽 여섯시에 일어나 하루에 열 시간 정도 일하고 나면 저녁 9시에는 잠이 솔솔 쏟아져요. 그래도 나중에 글을 쓸 때를 대비해 단편적인 메모를 모으고 있어요. 이제는 운전하다가 양이 뛰놀고 있는 들판만 봐도 이슬 맺힌 들판의 수분과 양털의 감촉, 파노라마처럼 생긴 양의 눈동자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요. 뉴질랜드의 겉모습만 훑고 가는 여행이 아니라, 쉽게 닿을 수 없는 자연을 최대한 깊이 있게 감각하고 경험하는 것이 목적이예요.


Q7. 향후 계획
내년 4월에 뉴질랜드를 나가면 마지막으로 한 달 반 동안 발리로 집필 여행을 떠날 계획입니다. 밀린 글이 어마어마할테니까요! 두두는 아마도 한 달 반을 서핑으로 가득 채울 것 같습니다. 뉴질랜드 한 달 생활비로 발리에서는 세 달을 지낼 수 있을 정도니 '정리 여행'으로는 가장 알맞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여행이 모두 끝나면 한동안은 이렇게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지 않고 저는 기록자의 삶을, 두두는 목수의 삶을 두텁게 하며 2~3년 정도 아주 열심히 지내볼 생각입니다. 두두의 건축 일 저의 기록 작업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어요. 글을 쓰는 출력 행위만으로는 좋은 글을 써낼 수 없을 테니 양질의 입력을 끊임 없이 찾고 공부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인생의 마지막 워킹 홀리데이를 유럽에서 지내볼 꿈도 살짝 품고 있답니다.


Q8. 마나마인에 하고 싶은 말
마나마인이 탄생하는 순간부터 축복의 마음을 가득히 보내왔습니다. 세상의 모든 분야, 모든 호기심, 모든 지식, 모든 감상들을 동등하게 존중하는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앞으로도 다양한 글이 모이는 텍스트의 터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도 마나마인에서 진행 중인 콘텐츠를 충실히 채워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마나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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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런 인터뷰 정말 재밌어요 :)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록자의 삶이라, 멋지네요.
기획하시는 두리의 모험(이름도 예뻐요!)이 잘 나오길 바랄게요. :)

두리의 모험 화이팅!!

인터뷰 잘 담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마나마인! ♥ ( ͡°͡° ͜ʖ ͡°͡°) ♥ 부지런히 글을 써나가겠습니다-!

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채린님:)

인터뷰 잘 봤습니다. 중간에 키위가 나와서 더욱 반가왔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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