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쇼트, 인간의 탐욕

in #kr6 years ago


스팀잇에 가입하고 인증메일을 받는 동안 생각을 해봤다.

나는 이 블로그에서 어떤 주제로 글을 쓸 것인가?

생각보다 쉽게 결론에 도달했다.

어차피 쓰고 싶은 거 쓸 거 아니었나? 

1년동안 내 블로그는 이렇게 운영해봐야지  하며 다짐해봐야 그렇게 될리가 없다.

헛수고하지 말자.

그냥 그때그때 느낀 것, 생각한 것, 경험한 것을 써보는 거에 목적을 두자.

어쨌든 꾸준하게 글쓰기 위해선 내가 먼저 즐거워야 되는 거니까..

그렇다면 현재 나의 자유시간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건 무엇일까?

첫글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영화

물론 압도적이 화면과 조용한 분위기에서 시각과 청각을 사로잡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즐기는 것도 행복한 경험이다.

하지만 나는 집에서 일시정지 버튼을 언제든지 누를 자유로운 분위기에 보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때로는 메모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화장실을 다녀오기도 한다.

또 어떤 때는 마치 감독이 된 것처럼 '이부분은 이렇게 연출했어야지!'하면서 어줍잖은 훈계질을 하기도 한다.

언제든 내마음대로 돌려볼 수 있는 점이 영화관이 절대 제공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시작은 뭐가 좋을까?

별로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다.

다시 보고 그 영화에 대해 무언가 말하고 싶은 작품은 너무 많으니까 말이다.


()


빅쇼트

한..20번 가까이 봤던 것 같다.

포스터에 나오는 4명의 배우는 헐리웃 영화 단독주연급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엄청나게 흥행했겠네?

뭐..그건 아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좋은 영화가 꼭 흥행하는 건 아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를 몇몇 인물의 행보와 함께 다루고 있다.

특이하게 상황이나 설명을 나래이션으로 소화하는 부분이 제법 많다.

아무래도 MBS,CDO,CDS 등 경제용어들이 난무하기 때문에 관람객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설정일 수도 있다.

아니면 관객들에게 이건 단순 영화내용이 아니라 실제로 사건이었다고 경고를 주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다.

만약 그것까지 노렸다면, 감독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는 부분이 된다.


약간 삼천포로 빠져보자.

우리나라엔 좀 신기한 직업들이 많이 있다.

특히 영화판이 커지면서 '영화평론가'라는 신기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났다.

뭐..개인적인 기준에 따라 영화를 평가하는 건 개인의 자유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들은 언젠가부터 평가를 넘어 영화를 단정짓고, 심지어 난도질까지 한다.


이 작품은 의도는 잘 알겠는데, 만듬새와 미장센이 엉망입니다.

이 작품은 실제 사건과 너무 다르게 묘사를 했네요. 감독의 욕심입니다.

이 작품은 너무 실제를 그대로 가져다 쓴 거 아닙니까! 영화가 다큐도 아니고..


물론 영화평론가들은 의견중 동의되는 부분도 제법 많다.

하지만 그 영화평론가라는 사람들이 실제 영화감독과 배우를 만나서 방송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평론이 결국 직장인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알 수 있다.

감독과 배우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그들은 마치 종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한다.

뭐가 그렇게 행복한지 계속 웃고만 있다.

평론에서 했던 것처럼 신랄한 난도질을 할 생각조차 아예 없어보인다.

심하게 말하면, 그냥 팬미팅에 온 팬수준에 가깝다.


그리고 영화평론가들은 이상한 버릇이 있다.

난도질 열심히 하다가, 직장인의 본성이 살아나서 마무리에는 장점과 단점의 물리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실제로 욕을 한사발 해놓고선 마지막에 그래도 나쁘지 않은 작품입니다. 이런 식으로 마무리한다.

뭐라고 해야하나..참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런 재주가 없으니 그냥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할 생각이다.

영화적인 만듬새나 미장센은 사실 잘 모르는 영역이다.

조금씩 알아갈 생각은 있으나, 그것보다 주제의식에 따라 영화보는 걸 더 좋아한다.


아무튼 빅쇼트는 이런 위선적인(??) 영화평론가조차 꽤나 좋은 점수를 준 영화이다.

영화평론가들이 집착하고 좋아하는 상징성을 영화 곳곳에 숨겨져 있다.


내가 빅쇼트에서 마음에 들었던 이유은 인간의 탐욕을 기가 막히게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탐욕적인 광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탐욕과 광기


누군가는 이 두 단어의 정확한 사전적인 의미를 모를 수 있다. 

상관없다. 대충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경제용어에 대한 진압장벽에 무관하게 그냥 봐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다.

수많은 경제용어들이 난무해서 진입장벽이 높을 것 같지만, 용어는 단지 포장과 껍데기일 뿐이다.

그 속살은 결국 탐욕과 광기에 대한 영화에 가깝다.


게다가 다양한 방식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다큐멘터리도 아닌데, 배우가 갑자기 중간중간 나래이션으로 그 상황과 전문용어를 설명해준다.

그것도 알기 쉬운 비유와 함께 말이다.


마고로비는 갑자기 욕조에서 거품목욕을 하며 설명해준다.

꼭 그렇게 설명을 해야 했던 걸까?

그렇다. 마고로비는 거품목욕을 통해 이 모든 것이 실체없는 거품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다.


또한 유명한 요리사가 해물스튜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당신이 지금 사고 있는 그 상품이 얼마나 쓰레기인지를 설명해준다.

그 요리사는 언제 사왔는지 기억도 안나는 재료들을 냄비에 다 때려넣는다.

그리고 냄비를 익힌 후, 신선한 해물스튜가 되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빤히 보고 있는 상황에서 사기를 치는 것이다.

그것도 최고급 식당에서 비싼 가격까지 받으면서 잘도 사기치고 있다.

이건 베어스턴스나  리만브러더스 같은 당시 기준 최고로 잘 나가는 투자회사에서 출시한 상품들이 얼마나 쓰레기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상품인지를 잘근잘근 돌려까주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어이없는 상품을 도대체 왜 만들었고, 고객들은 멍청하게 왜 샀던 것일까?


그건 마크바움이 라스베가스에서 만난 금융인의 뻔뻔함을 보면 알 수 있다.

머리좋은 월가의 금융가들은 쓰레기를 포장해서 상품을 만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벌고 싶으니까...

쓰레기인지 알면 사람들이 사지 않을테니 어려운 경제용어를 포함시켜 권위를 부여한다.

자기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고객들이 접근조차 어려운 개념을 등장시켰다.

파생상품이라는 이름으로 쓰레기를 포장한 상품을 근거로 다른 상품을 계속 만들어 버린다.

그들은 돈에 대해선 엄청나게 부지런하다.

이런 부지런함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돈에 대한 탐욕과 광기 때문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파생상품이 생산되는 기본원리를 극중에서 리차드탈(경제학자)와 셀레나고메즈(가수)가 도박판에 빗대어 잘 보여준다.

설명하는 수단은 여러가지가 있었을 텐데, 굳이 도박판을 보여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지금 당신이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투자하고 있는 그거있잖아, 사실은 도박이야~

이말을 해주고 싶었던 거 아니었을까?


우리들에게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알려진 사람이 있다.

고등학교 때 지겹도록 들었던 '보이지 않는 손'을 기억하는가?

바로 국부론의 저자 애덤스미스 이다.

빅쇼트에도 애덤스미스는 그림으로나마 출연했을 정도이다.

사람들은 애덤스미스가 작은 정부만 선호했고, 규제를 악으로 규정한 것으로 인식한다.

보수를 자칭하는 경제학자들이 자기들 유리한 것만 가져다 쓰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

그런데 정말 그랬을까?

애덤스미스가 말한 자본주의는 선순환이 진행되어 정부의 간섭이 크게 필요없는 모델이다.

하지만 애덤스미스도 이건 이상에 가깝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말년에는 비대해진 자본가들과 기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따지면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기구가 설치되어 올바른 거래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월가의 금융가들이 자기들도 모르는 파생상품을 만들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현재 상황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을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애덤스미스를 팔아먹는 수많은 보수파 경제학자들은 이걸 알고도 모른척했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그동안 했던 주장들과 반대되는 얘기니까..



마이클버리,마크바움,벤리커트,자레드버넷은 영화 내내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설명해주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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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투자은행들이야 돈벌어먹겠다고 사기 칠 수 있다고 쳐보자.

물론 그렇게 사기치면 안되지만, 실제로 사기치고 다녔으니 그렇다고 쳐보자.

그런데 신용평가사는?

신용평가사들은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마크바움과 신용평가사 직원 할머니의 대화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신용평가사 직원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아마도 극중 설정일 것이다. 실제로 그 직원이 선글라스를 착용했지는 알수 없다.

그 직원은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서류를 유심히 보고 있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어차피 제대로 조사하여, 평가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결국 마크바움에게 본심을 말하고 만다. 

투자은행에서 내놓은 이 상품을 우리가 평가 안해주면, 돈 싸들고 무디스가서 평가받겠지. 그걸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

이건 뭐 사기를 넘어 직업윤리조차 상실한 상황이라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총체적 난국이다.


근데 참 웃긴 것은 남들과 다른 선택을 했던 마이클버리,마크바움,벤리커트,자레드 버넷 이 사람들도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였다는 점이다.

처음 이 영화를 보고나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마크바움이나 벤리커트는 참 멋있는 사람이다. 그래도 그들은 양심이 있잖아.

그런데 여러번 보고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마크바움은 투자팀을 운영하면서 돈을 벌기위해 이 모든 상황에 참여했다. 

벤리커트도 대형금융사에 다니다가 은퇴했지만, 돈을 벌기위해 이판에 뛰어들었을 뿐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엉터리 금융시스템을 보여주긴 하지만, 제도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진않다.

놀라울 정도로 개인적인 양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역시 미국영화의 한계인 건가?

주인공들은 과연 양심적인 인물이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걸까?

마크바움이나 벤리커트는 꽤 많은 대사를 통해 양심과 죄책감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만, 적어도 나는 이들이 양심적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이 사람들이 마이애미에 실사를 가고, 라스베가스 증권포럼에 찾아갈 정도로 돈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영화를 볼때마다 뭔가 나름 확고했던 기준이 점점 모호해지는 느낌이다.

평소 어떤 것은 옳고, 어떤 것은 그르다는 확신이란 게 존재했는데, 이런 종류의 영화를 보고나면 ㄴ가 생각한 기준은 과연 맞는 걸까? 하는 고민이 슬금슬금 기어나온다.

결국 객관적인 답은 없다.

심지어 마이애미의 부동산 중개인들은 제 3자의 눈으로 보면, 그냥 사기꾼에 불과하다.

그런데 만약 내가 그렇게 쉽게 돈 버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면, 나는 그 마이애미 부동산 중개인들처럼행동하지 않았을까?

순진한 이민자들과 사회적인 약자들에게 사기치지 않았을 거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걸까?


볼때마다 새로운 질문이 생기는 영화

새로운 질문이 그 전과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도록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

그런 영화가 나에게 좋은 영화인 것 같다.

답을 내주는 영화가 아니라, 질문을 많이 하게 해주는 영화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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