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情

in #kr7 years ago (edited)

IMG_1972.JPG

대학 다닐 때 교양으로 토익 수업을 들었는데
그 토익 교수님이 좀 특이하신 분이었다.

토익에 대한 수업 내용은 그냥 별책부록 정도고
주된 내용은 전혀 토익과 관련 없는 내용이었는데
(그래서 나는 결국 토익 700점대를 넘지 못 했다.
이 모든 영광을 교수님께 돌리고 싶다..)

이를테면,
요즘 학생들의 이른 성생활에 대한 비판이라던가
(비판하시는 것은 좋은데 거의 매 수업시간마다 그 얘기가 빠지지 않고 들어갔던 것 같다ㅋㅋ)

또, 예전에는 책 한권을 여러 번 읽어 지식을 습득하는 식이었지만 요즘 학생들에게는 그것이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조금씩 여러 책을 돌아가며 읽어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더 시대에 맞는 것 같다는 그런 전~혀 토익에는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러한 이야기들..

아무튼 공부하기 싫어하는 게으른 나는 그러한 교수님의 수업 방식이 딱히 싫지 않았고 (왜냐면 공부 얘긴 거의 안 했으니..)그런 교수님이 흥미롭고 재밌게 느껴졌었다.
(아무 개성없는 사람보다는 특이한 사람이 차라리 더 나은 것 같다. 우리네 인생은 너무나 지루하기에....)

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같이 토익 수업을 듣던 대학친구와 "그 교수님 맨날 성생활 얘기만 했었잖아 ㅋㅋ" 하면서 피식 웃음 짓곤 한다.

아무튼 맨날 공부만 시키거나 어려운 얘기만 하는 교수님한테 나는 관심이 없으나 이 교수님의 수업은 재미가 있었기에 수업을 거의 빠지지 않고 들었었고 (오히려 알찬 공부를 가르쳐주는 그런 수업은 네~출석만 하고 뒷문으로 빠져 나오곤 했다)

딱히 잘 보일려고 했었는지 아니면 그저 그 교수님이 흥미롭다고 느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같이 수업을 듣던 내 친구와 거의 매 수업 시작 전에 교수님께 따뜻한 자판기 커피를 드렸으며

그럴 때마다 교수님은 땡~큐~(약간 느끼한 억양이 있는 말투로 말끝을 올리며)하시며 우리 둘에게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시곤 했다.

수업은 꾸준히 참석해서 교수님의 쓸데없는(?) 인생론은 열심히 들었으나 전혀 토익 공부는 배움 받지도, 주도적으로 하지도 않았던 우리 둘은 그 학기말에 둘 다 B+를 받고 감동했었다. "우리가 어떻게 B+이 나오냐 ㅋㅋㅋ"
이건 온전히 커피의 힘이라며 킥킥대며 신기해했다.

또한, 올초에 잠시 스쳐 지나갔던 (두달반 일했음) 홍콩에 있는 한국 물류회사에서 일할 때, 나는 맨날 사장님한테 욕 얻어먹는(너 이럴거면 그냥 집에 가~이런 식) 남자 과장님이 마음 속으로 안쓰러웠고 머리를 싸매며 나오지도 않는(ㅎㅎ) 기획안을 짜내려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나는 믹스 커피를 정성스레(한두번 저어도 될 것을 두세번 저어가며) 저어 시어머니께서 손수 만드신 찐빵 (사실 내가 먹으려고 가져왔으나 시간이 없어 미처 못 먹고 남은 것) 과 함께 말 없이 책상에 가져다 드렸는데 온통 굳은 표정을 하고 있던 과장님의 표정이 순간이나마 환해졌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항상 무뚝뚝하시던 홍콩 경비 아저씨께 한두번 정도 음료수를 갖다 드렸는데 그 후로 경비 아저씨께서 나만 보면 먼저 아파트 문을 열어주시며 보일듯 말듯한 미소(무뚝뚝한 아저씨로서는 정말 대단한 발전이다..)를 나한테 보여주셨고

나는 그 이후로 아파트를 오갈 때마다 예전보다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출입할 수 있었다.
(나에게 누군가 항상 무표정을 보여주거나 항상 미소를 보여준다 가정해보면 우리는 그것이 나에게 미치는 그 위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은
받는 사람 뿐만 아니라 주는 사람도 뿌듯하게 만들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끈끈한 정은
(情을 강조했던 초코파이 광고가 생각난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동력이고, 재미이다.

그리고 그것은 운이 좋으면
우리를 성공의 길로 이끌어줄 수도 있으며
(나에게 성공은 토익 B+이었다^^)
성공하지 못 한다 해도 상관없다.

우린 더 중요한 情을 나눴으니..

주위에 유독 굳은 얼굴로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캔커피라도 한캔 건네주면 어떨까.

어렵지도 않고 돈이 많이 들지도 않으나
그 효과는 크고도 크다.

Sort:  

진솔한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작은 관심과 마음 하나로 상대와의 관계가 달라지네요^^

soosoo님~ 처음 뵙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작은 것 하나로 상처 받고 치유 받고 하는 것 같아요^^

마음은 표현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말이던 선물이던 작던 크던...

한주의 시작을 힘차게 하세요!!


어제 팬픽 그렸는데요~ 포스팅 못보시고 지나갈까봐 여기에도~ 살짝!
(실력이 없어서 망설였지만 팬심으로 봐주세용~ㅋ)

어머나........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와 제 딸을 그려주셨군요!!!!!!!!!

너무나
너무나

감동입니다 ......!!!!!!!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림 너무 예쁘고 그림 안의 제 표정과
아기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너무나 예쁩니다.......

진심으로 감격 했어요...( 눈물 줄...)

저를 생각하며 정성스레 그려주신 그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흑흑 (감동의 눈물 줄줄줄)

저에 대한 마음을 팬픽으로 표현해주셨는데
이런 표현 처음이에요 감동 또 감격 흑흑

조금 사이즈 큰 것은 제 블로그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플필상 작아서 참고로만 해서 그려봤습니당~)
제가 큰 화면으로 보니 조금 색이 덜 칠해진 것 같은 부분이 있어서
저녁에 수정 좀 해서 올리면 그것을~ ㅎㅎㅎ


저는 매번 좋은 글에 공짜로 마음의 양식을 얻어갑니다.
그게 더 값진 것이라 생각해서 전 감사할 뿐입니다.

네~~~^^
라이언님의 마음을 너무나 잘 받았습니다~~~~^^

저녁에 수정해서 올려주시면 그걸 평생 잘 간직하겠습니다~~~^^ 방금 바로 남편한테 제 팬한테 이런 예쁜 그림 받았다고 바로 문자로 자랑했네요 ㅎㅎㅎㅎㅎ
저에게도 이런 날이 ㅎㅎ

그림 속 저의 표정과 아이의 표정이 참 마음에 듭니다^^

그림으로 특징을 너무나 잘 표현해주신 것 같아
계속 바라보고 싶은 그림입니다~~~^^

진심 어린 그 마음을 너무 잘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o(゚▽゚)o)))

우와 대박이십니다~~~

soosoo님~ 너무나 정성 어린 선물을 라이언님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초코파이는 미끼였군요. 끝까지 초코파이는 나오지 않았어요. 언제나 초코파이가 나올까 목을 빼고 기다렸던 제 자신이 초라해 집니다. ㅋㅋㅋ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참 잘 쓰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
결국엔 초라해지셨군요 ㅋㅋ
칭찬 감사드립니다~~~^^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친절은 정말 값진 선물인것 같아요.
커피나 간식을 친절하게 선물했으니 웃는 얼굴을 좋은 점수를 받으신거 아닐까요? 참 멋지세요..

ohnamu님~
그냥 마음으로만 간직하는 것도 좋지만 작은 표현이라도 하면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기분 좋아지는 것 같아요~~^^

사람사는 세상에서
정을 빼면 또 얼마나 삭막할까요
별 거 아닌 것도
조금 부족해도 정이 들어가면 다 괜찮아요.
웃는 얼굴로 인사만 잘 해도 50%는 성공한다고 합니다.

jjy님~ 맞습니다~
조금 부족해도 정이 들어가면 다 괜찮다는 말씀 동의합니다~~^^

안녕하세요 megaspore64님, 초코파이가 있어서 정에 대한 글이려니
생각이 드네요. 그러고 보면 참 광고가 중요하긴 한 것 같네요..ㅎㅎ
친절과 미소에는 장사도 없을 듯 합니다. 사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친절을 베푸는 경우가 있긴 하는데 상대방이 잘 받아주면 또 기분이
풀리곤 하죠.. 생각만 하고 실천을 하지 못한 제 자신도 반성하게 됩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가네요.. 감사합니다^^

I don't need to speak Korean to know what these are!
Choco Pies! I can get them here in New Zealand. They are so yummy :D

Hi kiwicanfly, ya, it's so yummy:)

used to love wagon wheels!

Congratulations @megaspore! You have completed some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You published a post every day of the week
Award for the number of posts published

Click on any badge to view your own Board of Honor on SteemitBoard.
For more information about SteemitBoard, click here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By upvoting this notification, you can help all Steemit users. Learn how here!

Coin Marketplace

STEEM 0.25
TRX 0.11
JST 0.032
BTC 62432.37
ETH 3003.22
USDT 1.00
SBD 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