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을 용기

in #kr6 years ago (edited)

다혈질인 그 엄마에 그 아들.
그들의 전투가 또 시작되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더니 가족 많은 가정에 폭풍 그칠 날 없다.

예전에는 주로 나랑 시어머니가 허리케인을, 그 허리케인이 잠잠해졌다 싶으니 아들과 아빠가, 역시나 가장 큰 폭풍은 똑같이 닮았지만 서로 안 닮았다고 주장하는 그 엄마에 그 아들의 폭풍이다.

고부 간의 폭풍은 보통 집안일을 도화선으로, 모자 간의 폭풍은 보통 아이를 잘 봤니 못 봤니 육아 방식을 도화선으로 일어난다.

고부 간이든, 모자 간이든 이 갈등은 세대 간의 갈등이라는 큰 나무에 잔가지를 뻗고 있는데 세대 간의 갈등이 해결 방법이 쉽게 보이지 않는 것은 이미 시작부터 불평등한 계급의 사람들이 벌이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아랫사람은 어른에게 공경해야 하고 말대꾸를 하지 말아야 하며(어른의 경험이 훨씬 많으니 인생의 지혜가 더 많다는 논리로) 어른 중에서도 부모는 이 아랫사람(자식)에게 애초부터 투자한 것이 많으니 기대심리가 엄청나다. (효도까지는 안 바래도 최소한 나를 실망시키지는 않아야 한다는 심리.그리고 기대가 크기에 작은 것에도 금방 실망한다)

세대간의 갈등 중에 가장 해결하기 어렵다는 부모 자식간의 갈등은 이런 연유로 심화되어만 가는데..

어느 책에서 봤는데 고부간의 갈등의 해법은 기득권인 고(?)측에서 지니고 있다고 했다. 애초부터 많은 권리를 지닌 어른 측에서 아량을 베풀어 부(?)측을 배려해야 그 갈등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대 간의 갈등 뿐만 아니라 모든(?) 갈등의 핵심에는 ‘제발 내 말 좀 들어줘’ 라는 심리가 깊게 내재되어 있다.

‘제발 내 의견도 좀 반영해 줘, 나도 좀 봐 줘..’ 라는 심리를 토대로 누구의 똥이 더 굵은지 그 길고 긴 지루한 투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부모자식 간의 관계는 이미 한쪽이 한쪽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주었기에 추가 한쪽으로 기울어 균형을 잃은 상태다. 그 상태에서는 한쪽이 가벼운 것을 살짝만 얹어 놓아도 완전 기울어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왜 자신은 그저 가벼운 것을 얹어 놓았을 뿐인데 그렇게 쓰러지느냐’ 라고 억울해 하지만 사실은 출발점부터가 달랐던 것이다..)

구글에서 좋은 팀을 이루는 비결이 무엇인가 여러 시도를 통해 알아 냈는데 바로 그것은

‘동등한 발언권’ 과 ‘경청’ 이었다.

<좋은 팀의 비결>편 참고.
https://steemit.com/kr/@megaspore/mxtvy

부모 자식이든 부부 사이든 동료든 모든 인간관계는 규모가 다르다 뿐이지 다들 개인에서 하나의 팀을 이루면서 얼마나 좋은 팀워크를 만들어내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팀워크를 이룬 인간관계는 개인으로서는 할 수 없었을 더 크고 많은 것을 더욱 손쉽게, 더욱 즐겁게 이루어낼 수 있다. 인류가 좋은 팀워크를 이루어내지 못 했다면 현재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원숭이었을 것이다.

부부간의 이혼 사유 중 의외로(의외가 아닐수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고부간의 갈등이라고 한다.

한때 사랑했던 부부가 다시 영원히 떨어져 살 것을 결심하는 데에는 부부 둘만의 문제가 아닌 제3자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보다 더 큰 의미를 던져준다.

(우리는 절대 제3자가 나의 인생, 나의 행복을 방해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가족이라고 제3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우리는 종종 나는 그의 가족이기 때문에 제3자가 아니라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가정 문제 말고도 우리가 인생에 회의를 느끼는 경우는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 생활에서 생기는데, 직장 생활에서 회의를 느끼는 것은 대부분의 인생문제가 그렇듯이 역시나 일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간관계의 어려움이다.

그 중에서도 상하관계, 즉 상사가 자신에게 대하는 태도에 모욕감을 느껴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 역시 고부간의 갈등과 마찬가지로 출발점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나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가졌고, 나보다 더 많은 돈을 받고 있으며 그렇기에 그는 이 회사에 몸 바쳐 자신이 받은 돈의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애초부터 우리와 그들의 생각은 출발점이 다르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토록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괴롭힘은 항상 그 명분이 있다. 부모님의 잔소리에는 다 명분이 있는 것처럼)

좋은 팀의 필수 조건인 ‘<동등한>발언권’ 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기울어진 추를 기득권을 가진 자가 무거웠던 자신의 것을 하나씩 덜어내어 상대편과 균형을 맞추는 수밖에 없다. 요컨대, 많이 가진 자가 더 많이 내려놓고 아직 가지지 못 한자와 균형을 맞추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동등한>발언권’ 을 얻지 못해 그 팀은 결국 파멸에 이르고 만다. 파멸에 이른 팀은 강자든 약자든 그 둘 모두에게 치명상을 가져온다.

기득권을 가진 측에서는 가까운 곳만 볼 것이 아니라 멀리 내다보고 자신의 이익(행복)을 위해 자신의 것이라고 굳게 믿어왔던 그 내려놓기 싫은 그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균형을 맞춰 좋은 팀을 이루기 위해서.

그렇다면 ‘경청’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

마찬가지로 첫걸음은 자신을 비우는 데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미리 너무 많은 것들이 꽉 차있으면 더 이상 다른 것들이 들어올 공간이 없다.

나의 많은 것을 이미 비워냈기에 다른 것들이 그제서야 들어올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나를 비워냈기에 비로소 ‘경청’ 할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하버드대의 장장 70년간에 걸친 행복 연구의 결과는 바로 돈도 명예도 건강도 아닌 ‘좋은 인간 관계’ 였다.

좋은 인간 관계를 위해, 좋은 팀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동등한 발언권을 이루어내기 위해 자신이 그토록 내려놓기 두려워했던 그것을 내려놓는 용기를 내고, 나를 더욱 더 비워내어 타인의 의견을 ‘경청’ 할 마음의 여유를 만들자.

이건 그 누구도 아닌 나의 행복을 위해서이다.

조금 더 멀리 봤으면 좋겠다.

‘<더 큰> 나의 행복’ 을 위해서 말이다.

—————————————————————————
[Ourselves 캠페인]

셀프보팅을 하지 않고 글을 올리시고
ourselves 테그를 달아 주시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긴 젓가락으로 서로 먹여주는 천국이 이뤄지지 않을까요?

《= 함께 하실 분은 위 문장을 글 하단에 꼭 넣어 주세요~^^

Sort:  

메가님~~
서울은 지금 빙하기로 가는 것 같아요. 흑흑 점점더 추워지네요..
홍콩도 겨울엔 많이 추운가요??
오랜시간비우셔서
혹시 아이가 아픈건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루덴스님~^^
홍콩은 겨울에도 가을날씨 정도예요~~ 그닥 안 춥답니다~~^^

아이는 건강해요^^ 요즘 수면이 부족해서 시간 나면 잠 좀 보충하고 있었어요ㅎㅎ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저는 미혼인데 결혼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댁이 참 어려운 곳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아랫사람이 감히 어른에게 말대꾸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요.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어도 입밖으로 내지 못하고 고개만 숙이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어른분께서 조금만 아랫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을 텐데, 그런 분들이 많지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아직은 아랫사람의 위치라서 저보다 더 아래가 없는 입장이라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요? 훗날 저보다 아랫사람이 생기면(그런 날이 올지 의문스럽지만요) 저는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보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막상 그때가 되면 또 마음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요ㅜㅜ

세상에는 사소한 권력을 가지고 갑질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건 결국엔 그 팀을,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 파멸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잠시 반짝하는 즐거움에 심취하겠죠. 하지만 약자가 너무 불쌍한 것 같아요... 파멸에 이르게 되어도 먼저 시작한 강자가 다 받고 약자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동등한'
어려운 이야기 입니다.
저절로 생긴 힘은 마치 숨을 쉬듯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것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왠지 의무를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겠지요.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위치에 따른 힘을 강요하게 되는거 같습니다.
주의하고 또 주의해도
심지어 그것을 포기하려고 해도 상대가 느낄 수 밖에 없는
그런 힘들은 유연하게 다루기 힘들겠지요.
때로는 그것을 악용하는 약자(?)가 있기에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기 하지만요.

힘이 없을때 좋은 방법을 연습해야
힘이 생겼을때 잘 쓰겠지요.
평안하세요.

내려놓음 .. 어린아이가 엄마 잃어버릴까 엄마 바지가랑이 붙잡고 절대 안놓으려 하는게
제 모습과 별반 다를께없네요
성인이 되어서 더 좋은것,옳고 그른것,싫은것 등등 나름 저울질? 하며 이익을 추구하며 또는 손해를 피해간다고 살아왔는데 ..
결국 내려놓음 . 이 내려놓을 용기가 없어 고민하는 제 모습이
울면서 바지가랑이 잡고 있는 아이와 다를게 없네요 megaspore남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시는 거 같아여!!

오늘도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최고의 육아 방법은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megaspore님 가정 구성원 모두가 서로 경청하며 화목한 가정이 되길 기원합니다.
스팀잇을 안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자기 생각을 풀어내는 글을 볼 때 마다 많이 놀라고, 깨닫습니다. 저도 제 생각을 풀어나가다 보면 이렇게 잘 풀어낼 수 있겠지요?

인터뷰 시리즈를 하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데, 말씀하신 대로 그 중 하나가 경청입니다. 자주보는 사람이고, 편하게 다가가는 사람을 인터뷰라는 형식을 빌어, 이야기를 듣다보니, 평소 볼수없었던, 또 평소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 사람의 또다른 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잘 안다고 생각 했던 제모습이 부끄러워 지기도 하구요.
인간관계, 동등한 발언권....너무 많은 말을 내가 먼저 하고 있지 않았나 되돌아 봅니다.

참 어제 서울 숲의 스팀파크를 다녀 왔습니다. ^^ megaspore 님 명패도 확인했네요 ^^

저도 한때는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딸이었는데, 결국 부모님이 내려 놓으신 것 같습니다. 대학다니던 어느 날은 술마시느라 밤새고 집에 들어왔는데 아버지가 혼을 안내셔서, 딸이 밤새고 들어왔는데 아무말씀도 안하시냐고 여쭤보았더니 너는 내 딸이 아니다. 하나님의 딸이다..하고 조용히 방에 들어가시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ㅜㅜ

메가님을 향한 저의 기대는 <누구의 똥이 더 굵은지>에서 이미 충족이 되고도 남았지만, 동등한 발언권에 대해서 잠시 멈추어 생각해보게 됩니다. 늘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서 내 말을 들어주기만을 바라고, 남들에 귀기울이지를 못했는데 이제야 조금 비워 내고 경청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다혈질 엄마와 아들의 싸움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그냥 한 번 물어봄.

저의 사랑 스프링필드님이 오셨군요...@_@
당신은 유머의 神…

스프링님의 댓글로 요즘 제가 자꾸 똥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경청이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내 자신을 비워낸다는게 ,내 자신의 틀림을 인정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마치 내 자신의 틀림을 인정하면 내 전체를 부정 당할것만 같아, 내 자신이 없어져버릴것만 같아, 내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마음 속 인정하면서도 겉으로 드러내기를 한사껏 거부하지요... 천사의 가면을 쓰고 말이지요..

저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악마의 탈을 씌워왔는지... 그렇게 하면 제가 천사가 되어 하늘을 날게 될 줄 알았지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지요..ㅎㅎ

그리고

“너는 하나님의 딸이다” 에서

왠지 숙연함을 느끼지만 이 부분을

오늘의 <왠지 웃긴 >부분으로 선정하고 싶습니다...

역시 유머의 神의 父다우십니다..

언제나 좋은글 감사합니다.^^

kwak님~^^
이제서야 답글 다네요~~

둘째 출산하고 수면 부족이라 요즘은 글 쓸 시간에 자느라 한동안 못 올리고 있네요..

자주 찾아와주시고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메가님 무슨일 있는건 아니죠? 글은 안쓰시고ㅠㅠ
메가님 댓글들은 다 롱글이라서 감히 엄두도 못내겠어요ㅋ 전 짧은것이 좋은데ㅋ
눈팅만하지말고 돌아오세욧~!!

홀릭선생님 문안인사 드리옵니다. (_ _)

둘째 낳고 둘째 자는 틈 타서 계속 글을 썼더니 수면부족이라 안그래도 건조한 얼굴 더 선생님 되는 거 같아서 잠 좀 보충했어요 ㅎㅎ

선생님은 벗어난듯...

ㅋㅋ 그런 사정이ㅋ 전 무슨일이라도 일어난줄알고 괜한 걱정을 했네요ㅎㅎ 너나 잘하세요~ 이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애기 잘 때 수면 보충하니 너무 좋네요 좀 덜 건조해요

피드 맨 상단에 메가님 글이 올라오니 아주 기분이 좋군요 ㅎㅎㅎㅎ

'한걸음 양보하여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이렇게나
멋지게 풀어쓸 수도 있네요. 멋집니다.

남을 설득하는 방법에 대해 조사한 어느 연구결과에서,
자기가 원하는 바를 설득하는 데 사람들 중 많은 수가
'남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자기가 말하는 시간'보다
월등히 많았다는 내용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경청이야말로 남을 설득하고, 대화에서 이기는 방법이란
메시지였는데, 말은 쉽지만 정말 어려운 것이 경청인 듯
합니다.

인간이란 무릇, 누구나 자아실현 욕구가 있고 내가 원하는
바를 남에게 전달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존재인데, 그것을 내려놓아야만 남의 이야기를
들을 '공간'이 생긴다는 데 깊이 공감합니다. 공감은 하는데,
실천은 어렵다는 ㅠㅠ

어제도 친구를 만났는데 처음에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다가,
막판에 가서는 실컷 제 이야기만 하다 왔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여자친구와의 데이트에서는 다시금 메가님의 교훈을
마음깊이 새기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ㅎㅎㅎㅎ

여자친구와 즐거운 경청 되시길 바랍니다~~^^

즐거운 경청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지하철에서 여자친구를 기다리는데, 가판대 포스터를 보다
메가님이 생각이 났습니다

Norimsoo.jpg

령동무의 노림수..

악ㅋㅋㅋㅋ 왜이렇게 웃기시나요 다들ㅠㅠ

ㅋㅋㅋㅋㅋ 스프링님, 이곳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군요^^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1
JST 0.033
BTC 64106.00
ETH 3129.71
USDT 1.00
SBD 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