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14. 스팀잇의 본질과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요? 2편:스팀잇은 MMORPG다. (18.09.09)

in kr •  2 months ago

이전 포스팅에서 스팀잇의 본질은 채굴이며 스팀잇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 중에 보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오로지 보팅이라는 것을 살펴봤습니다.

스팀잇이 '글'이라는 소재를 플랫폼의 정체성으로 택한 것은 아주 영리합니다.
누군가의 선의 , 혹은 욕망에 의해 불규칙적이며 논리적이지 않게 보상을 분배하는 것은 합리성을 추구하는 투자자 혹은 채굴업자의 관점에서는 아주 부당합니다.

실제로 저와 예전에 댓글로 토론을 했던 분들 중에서도 제가 그분보다 스파가 훨씬 적음에도 더 많은 보상을 받은 것을 지적하셨던 분이 있습니다.
그분 입장에서는 충분히 억울하실 만한 부분이죠.

만약 글이라는 형식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스팀잇을 신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누군가 남에게 보팅을 하는 행위에 대해 '명분'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스팀잇의 설계자들은 이 생태계를 조성할 때 , 즉 다시 말해 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할 때 무엇을 참고했을까요?
스팀잇의 UI만 보자면 마치 이것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라고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도 그 비슷한 유저 활동이 일어나고요.

하지만 여기에는 스팀잇의 두 번째 속성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스팀잇은 MMORPG라는 것입니다.


'스팀파워 = 레벨 , 스팀잇은 MMORPG다.'


MMORPG의 궁극적인 목표는 '레벨'입니다.
이 스탯은 시스템 내에서 절대적인 가치를 가집니다.
스킬을 쓰고 장비를 착용하고 캐릭터의 스탯을 결정하는 것은 모두 레벨 시스템에 의해 결정됩니다.
아무리 현질을 많이 하고 오랜 시간을 플레이해도 이 레벨이 모자라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결국 모든 유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레벨을 올리는 것 ,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보다 우월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스팀잇에서 레벨에 해당하는 것은 명성도가 아닌 스팀파워입니다.
스팀잇에서 하는 모든 행동 중 보상에 의미를 미치는 것은 스팀파워뿐입니다.
물론 그 외의 행동들은 내가 다른 유저에게 보팅을 받을 '명분'을 만들어 줍니다만 결국 이 보팅이라는 행위 자체가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스팀파워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명성도가 높아도 스팀파워가 최소 요구량만큼 없으면 그 유저의 보팅은 0이라는 값을 가집니다.
즉 더 이상 남에게 보상을 분배해주는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보상을 분배해주는 스팀잇의 작동 시스템에서 이것은 내가 점점 도태되어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 기준이 올라간다는 것에 있습니다.
즉 스팀파워에 인플레이션이 존재하는 것이죠.

유저들이 보유한 스팀파워가 늘어갈수록 전체 스팀파워 대비 나의 스팀파워가 가지는 영향력은 줄어듭니다.
즉 내가 보팅 했을 때 발생하는 몫이 줄어드는 것이죠.
이것을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속적으로 스팀파워를 늘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인 MMORPG에서도 레벨 , 즉 경험치 인플레이션은 존재합니다.
서비스가 지속되고 최대 레벨이 확장될수록 1 레벨을 올리는데 필요한 경험치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물론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서비스 기간이 늘어날수록 시간당 경험치를 더 입수할 수 있는 유료 아이템을 판매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 경험치 테이블은 절대적입니다.
만약 어떤 게임 회사가 이 경험치 테이블을 손본다면 아마 유저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스팀잇의 문제점은 바로 이 경험치 테이블이 유동적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아주 안 좋은 방향으로요.


'보팅 금액 0.01의 가치'


스팀잇의 가장 큰 문제점 중 첫 번째는 바로 이 부분입니다.
처음 유저가 들어와서 자신의 보팅이 최소한의 의미 있는 금액 , 즉 0.01이라는 수치를 발생시키는데 필요한 스팀파워가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MMORPG로 치면 1 레벨을 올리기 위한 경험치가 계속 올라가는 상황입니다.
사실상 끝이 없는 상태죠.
만약 실제로 이런 게임이 있다면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비난을 받게 될 겁니다.

올해 3월에 시작한 제가 처음으로 0.01을 찍은 것은 스팀파워 70 전후입니다.
지금은 이 수치가 190 전후까지 상승했습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두 배가 넘게 오른 것이죠.
특히 최근 들어 스팀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이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 상황이 왜 문제가 되냐 하면 일반적인 신규 유저들은 더 이상 글을 써서 보상을 얻는 것만으로는 이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현질을 하고 지속적으로 현질을 하지 않으면 언젠가 보상은 결국 0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스팀잇이 다단계 내지 폰지 사기라는 의혹을 받는 부분이 이 때문입니다.


'다운보팅은 PK이다.'


초창기 온라인 게임들은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시스템적으로 허점도 많았고 이를 악용하는 유저들도 나타났죠.
유저들은 'PK'라는 수단으로 이를 처단했습니다.
그러다 차츰 이러한 문화는 없어지게 됩니다.
모두가 동시에 경쟁을 하는 생태계에서 'PK'란 곧 나의 비용을 허공에 날리는 것이란 걸 깨닫고부터입니다.

스팀잇에서도 유저 간의 어뷰징은 다운보팅으로 해결하라고 합니다.
사실상 유저들끼리 PK를 하라는 것이죠.
제가 스팀잇을 MMORPG라고 보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처음에는 각자가 서로의 이상과 정의에 따라 다운보팅을 합니다.
하지만 곧 이것이 서로에게 손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죠.
다운보팅도 업보팅과 마찬가지로 스팀파워의 소모를 의미합니다.
동일한 시간 동안 동일한 스팀파워를 누군가는 자신의 발전에 , 또 다른 누군가는 남의 보상을 날리는데 씁니다.
다운보팅을 한 유저도 , 받은 유저도 모두 손해를 보게 되죠.
결국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상황에서는 암묵적인 룰 내지는 무관심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온라인게임의 PK에서 레벨이라는 수치가 절대적인 영향을 발휘하듯 , 다운보팅에는 스팀파워가 절대적인 영향을 가집니다.
즉 다운보팅을 하라는 의미는 곧 막대한 스팀파워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사실상 유저 간의 분쟁으로 수익을 얻으려는 게임회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동일합니다.
초창기 PK가 악용의 소지와 부작용이 존재하자 게임회사들은 이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포장하기 시작합니다.
길드 VS 길드 , 종족 VS 종족이라는 구도를 통해 PK에 의한 부작용이 없는 PVP를 게임의 핵심 콘텐츠로 만든 것이죠.
이것은 필연적으로 높은 레벨을 필요로 합니다.
서버 내 네임드가 되기 위해서는 만랩 현질 캐릭터가 필수죠.

스팀잇에서는 모든 것이 스팀파워에 의존합니다.
스팀잇에서 채굴되는 보상은 물론 현질을 통해서 이를 충전해야 합니다.
플랫폼 홀더 측에서 보자면 이만큼 안정적인 기반도 없죠.

그 대가는 바로 높은 허들입니다.
이것은 SNS를 표방하는 다른 플랫폼 , 즉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기존 서비스와는 정반대되는 개념입니다.
기존의 SNS 플랫폼은 보다 많은 사용자 유입이 생존의 조건입니다.
어떻게 하면 허들을 낮출 것인가라는 부분이 핵심이죠.
왜냐하면 그들의 수익 구조는 광고에 의존하며 이것은 곧 유저 수가 절대적인 승리의 조건이 됩니다.
반대로 스팀잇은 그 허들을 계속 높이고 있습니다.
'현질'이라는 요소가 존재하는 부분 유료화 방식의 MMORPG에서는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스팀잇이라는 생태계의 작동 원리가 MMORPG와 같듯이 그 비즈니스 모델 또한 MMORPG , 그것도 한국식 부분 무료화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즉 , 부분 무료화 게임들의 마지막이 어떤지 그 과정을 따라가 보면 어느 정도 스팀잇의 미래가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이 부분은 곧 도입될 SMT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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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가는 바로 높은 허들입니다.
이것은 SNS를 표방하는 다른 플랫폼 , 즉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기존 서비스와는 정반대되는 개념입니다.
기존의 SNS 플랫폼은 보다 많은 사용자 유입이 생존의 조건입니다.
어떻게 하면 허들을 낮출 것인가라는 부분이 핵심이죠.
왜냐하면 그들의 수익 구조는 광고에 의존하며 이것은 곧 유저 수가 절대적인 승리의 조건이 됩니다.
반대로 스팀잇은 그 허들을 계속 높이고 있습니다.
'현질'이라는 요소가 존재하는 부분 유료화 방식의 MMORPG에서는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고 정말 해결해야할 문제 같네요....

하드포크 20에서 최대한 낮추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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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SMT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적용될지가 관건입니다.

게임에 비유하시니 이해가 쉽네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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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유사한 점이 많거든요 ㅎㅎㅎ

직관적인 비유가 확 와닿습니다. SMT 부분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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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마저 올리려고 했는데 하는 거 없이 바쁜 하루네요 ㅎㅎㅎ

제가 지인들에게 스팀잇에 대해 설명해주면 다단계같다고 하던데 전 아니야 다단계아니야 했는데 ㅋㅋ 그런 소릴 듣는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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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자본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이 비슷하죠.
그 동안 여기에 대한 논란도 많았지만 요즘은 가격 하락에 다 묻힌 느낌입니다.

MMORPG에서 뉴비를 지원해주는 길드가 많다면 게임이 흥할수도..그리고 모두가 공유하는 경험치 테이블이라.... 흥미롭네요. 좀 더 생각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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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서비스 중반까지는 뉴비를 후원하는 분위기가 존재합니다만 점점 경쟁 체계로 바뀌면서 이런 분위기가 묻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나마 KR 커뮤니티는 아직 희망이 있는 편이죠.

아주 적절한 비유갔습니다. 현질을 해야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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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쪽이던 안 좋은 쪽이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