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네 브라운의 <라이징 스트롱>을 읽고

in #kr7 years ago

나는 감정을 추스르는 데 약한 편이다. 우울한 감정을 오래 느끼는 편이고 많은 시간을 과거에 실패했던 일을 떠올리며 지낸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대입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재수 역시 실패하고 원하지 않는 대학에 들어가 마음고생을 하다가 자퇴를 했다. 그 뒤 다시 또 수능을 보고 대학에 들어갔지만 또래들은 이미 저 만큼 앞선 뒤였다.

대입이라는 인생의 아주 작은 관문을 헤쳐오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했다는 후회가 들어서 괴로울 때가 많다. 나는 항상 내가 뒤쳐져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역시 막연한 꿈을 꾸면서 살아가는 건 아닌가하는 걱정이 많다. 물론 내 꿈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으며 반드시 이루어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긴 하지만 불안한 건 떨쳐버릴 수 없다. 그래서인지 브레네 브라운의 <라이징 스트롱(Rising strong)>은 마치 나를 위한 책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어떻게 더 강인하게 일어설 수 있는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휴스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연구교수이자 현대인의 마음을 섬세하게 연구하는 심리 연구가, 강연자이기도 하다. 나는 브레네 브라운과 같은 지식인을 좋아한다. 자신이 가진 지식을 타인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열망, 그리고 타인의 상처를 어루져주고자 하는 시도가 무척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나도 훗날 교수가 된다면 브레네 브라운의 <스트롱 라이징>과 같은 책을 쓰고 싶다.

그렇다면,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저자는 이 책에서 고통을 쉽게 치유할 해결책을 사람들에게 팔려는 시도는 최악의 사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책은 해결책이나 비결이나 단계적 지침같은 건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사람들이 넘어진 뒤 다시 일어서려 애쓸 때 경험하는 사회적 과정에 대해 데이터에 근거한 이론을 제시하며, 자신의 연구에서 발견된 가장 중요한 사례와 주제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이러한 이야기가 조금은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책을 다 읽으면 왜 저자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다른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강인하게 일어서는 과정이 20분 만에 끝날 수도 있고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나는 아마도 강인하게 일어서는 과정이 꽤나 오래 걸리는 사람같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20년이 걸리더라도 실패나 아픔을 딛고 일어섰을 때, 앞만 보고 나아가며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면 지난 20년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 없는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본다.

또한 나는 이 책에서 ‘강인하게 일어서는 법’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법까지도 터득하게 되었다. 29쪽을 보면 저자는 우리가 분노, 슬픔, 용서 같은 문제들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사미오가 우리에게 일깨워 주듯이, 인간은 생각과 감정을 별개로 인식하지 않고, 생각하며 동시에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사무실이나 교실에 있다고 해서 감정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용감한 사람은 감정을 피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감정뿐만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고 키우고 이끄는 사람들의 감정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한다고 저자는 쓴다. 생각해보면 나는 내 감정에 너무 삶을 휘둘리며 살아왔다. 그래서 소중한 가족의 마음을 헤아려볼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다. 그 점이 무척이나 안타깝게 다가왔지만 앞으로는 나의 여린 심성을 좀 더 개선해볼 생각이다.

저자는 자신이 만나본 혁신적이고 어려움을 잘 극복하는 지도자들에게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는 점을 이야기하는데, 이런 공통점을 눈여겨 두었다가 나의 삶에도 실천해보려고 한다. 첫째, 그들은 인간관계와 이야기가 문화와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었으며, 자신의 감정과 생각과 행동을 끊임없이 탐구하려 한다. 둘째, 그들은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 사이에서 감정과 생각과 행동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 요인들이 관계와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셋째, 불편함과 취약성을 받아들이는 능력과 의지가 있다.

그렇다면 강인하게 일어서기의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이는 이 책의 68쪽부터 자세하게 나와 있다. 저자는 이 과정의 목표가 좌절을 딛고 일어서서 실수를 극복하며 상처에 맞섬으로써 좀 더 지혜롭고 충실한 삶을 일구어나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먼저 감정을 인지하고 질문을 던지는 일이 중요하다. 저자에 의하면 강인하게 일어서는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급소를 찔리고 그로 인해 나빠진 감정 상태를 인지하고 나면 자신의 감정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런 감정이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강인하게 일어서는 사람들은 힘겨운 상황에서 자신이 지어내는 이야기에 맞서 싸우며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파악하고, 문제를 파고들면서 현실을 직시한다. 이런 문제들과 씨름하면서 우리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을 더욱 깊이 이해하면,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이런 힘겨운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삶에 더욱 충실해지고 진정한 변화를 일구어 내기 시작한다.

그 다음에는 삶에 혁명이 온다.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진화적 변화와 달리 혁명적 변화는 우리의 생각과 믿음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는다. 우리의 이야기와 씨름하고 우리의 진실을 고백함으로써 좀 더 용감한 결말로 고쳐 쓰면 우리가 세상을 마주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강인하게 일어서는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얻는 중요한 교훈들을 통해 자신의 인생뿐만 아니라 가족, 조직, 공동체에서도 어마어마한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라이징 스트롱>은 나에게 마음의 평화와 많은 용기를 주었다. 앞으로 내 앞에는 지금까지 해왔던 도전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어렵고 힘들다고 좌절하기보다는 나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꿈을 향해 묵묵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의 상처를 이겨내고 더 강한 사람이 되어서 저자처럼 훌륭한 지식인으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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