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 10$의 주인공, 그러나 가장 공허하게 죽어간 미국의 정치인, "해밀턴"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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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trinity church>


1. 알랙산더 해밀턴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공허하게 죽은 미국 정치인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중에서도 이 사람을 가장 공허한 죽음으로 꼽고 싶습니다. 그는 바로 미화 10$의 주인공이자, 미국 초대 재무장관이었던 알랙산더 해밀턴(1757~180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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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지폐의 인물들 중에 대통령이 아니었던 이는 단 2명뿐입니다. 그 중 한명이 해밀턴이고, 나머지는 벤자민 프랭클린입니다. 그만큼 유서깊은 인물이라는 뜻일 겁니다. 초대 대통령 워싱턴이 사랑한 두 인물, 한명은 재무장관 해밀턴, 다른 한명은 국무장관 제퍼슨이었습니다.

아주 간단히 그의 업적을 살펴봅니다. 그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연방주의자였습니다. 그는 독립전쟁으로 인한 연방의 채무에 대해 모든 주가 나눠서 부담하도록 했고, 중앙은행을 설립했습니다. 남부의 주들이 이런 연방 위주의 정책에 반발하자, 해밀턴은 수도를 뉴욕에서 워싱턴DC로 옮기는 조건으로 위 정책들을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결과적으로 이러한 정책들은 초기 미국이 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 해밀턴이 싫어했던 버(Burr), 해밀턴을 극도로 혐오했던 버(Burr)


해밀턴에게는 아론 버(Aaron Burr)라는 정치적 라이벌이 있었습니다. 버는 무려 미국의 제 3대 부통령까지 지낸 사람입니다. 그는 버를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물론 Burr는 그보다 더 해밀턴을 혐오했습니다.

그들이 서로 싫어하게 된 이유는 다양합니다.

먼저 해밀턴의 장인은 Burr에게 상원의원의 직위를 잃었습니다. 이건 사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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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이유가 중요합니다. Burr는 1800년의 제 3대 미대통령 선거에서 제퍼슨과 함께 민주공화당 후보였습니다. 당시 연방당 후보는 존 애덤스였지만, 그는 이미 현직 대통령으로써 인기가 낮아졌고, 결국 선거인단수에서 73대 65로 낙선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1위가 대통령, 2위가 부통령이 되는 구조였습니다. 선거인단 각자가 2표를 투표할 수 있었는데, 제퍼슨과 Burr 모두 73표를 받아 비겨버렸습니다. 민주공화당의 선거인단은 죽어도 연방당 후보에게 투표하기 싫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헌법에 의해 대통령 선출권은 연방당이 장악한 하원으로 넘어갔습니다. 하원은 제퍼슨과 Burr중에서 대통령을 선출해야 했습니다.

제퍼슨과 Burr로 의견이 갈렸고 35번을 투표해도 계속 8대8이 나와서 대통령을 선출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애덤스는 그의 동지이자 정적이었던 제퍼슨을 밀어주면서, 36번째 하원투표에서 제퍼슨이 미국의 3대대통령이 되고, Burr는 부통령이 되었습니다. 미화 2달러의 주인공인 토머스 제퍼슨은 그렇게 36번의 투표를 거쳐서 간신히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애덤스와 해밀턴은 Burr가 너무 프랑스와 친하고 극단적 행동이 잦다고 봐서, 비록 제퍼슨이 더 강한 정치적 라이벌이지만 국익 차원에서 제퍼슨을 지지했습니다.

부통령에 만족하지 못한 Burr는 이것이 제퍼슨을 지지한 애덤스와 해밀턴 때문이라고 간주했고, 그는 완전히 해밀턴을 혐오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결정적이었습니다.

Burr는 같은 당의 제퍼슨에게 결국 제거되어,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됩니다. 그는 부통령 임기가 끝나기 직전, 뉴욕 주시사에 출마하는데, 해밀턴이 이를 비판하는 기고를 합니다.

Burr가 뉴욕주지사가 되서는 안되는 이유를 잔뜩 나열한 이 기고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이 선거에서 크게 패했습니다. 그는 해밀턴에게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생각합니다.


3. 그는 어떻게 공허하게 죽어갔습니까?


Burr는 결국 화를 못 견디고, 해밀턴에게 결투를 신청했습니다. 당시 그는 현직 부통령이었습니다.

이에 해밀턴은 이 결투를 수용합니다.

16세기에서 19세기 중반까지, 유럽과 미국에서 결투의 풍습은 남아있었습니다. 귀족들은 결투신청을 통해 훼손된 그들의 명예를 지키려고 했습니다. 또한 상대도 결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계속 조롱받을 수 있기에 보통은 이를 수용했습니다.

결투의 승패보다는 결투를 신청하는 행위 자체가 중요했습니다. 점차 결투는 형식적으로 바뀌어갔고 중간에 화해하면서, 실제 살인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어졌습니다.

미국도 독립 이후부터는, 결투는 대체로 금지되고 있었습니다. 뉴욕주에서는 불법으로 강한 처벌을 받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1804 년 7 월 11 일 새벽에, 해밀턴과 Burr는 허드슨 강을 각자의 보트로 건너 뉴저지 위호켄 지역에서 만났습니다. 뉴저지주는 결투에 대한 처벌이 미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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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trinity church>

그들은 현재는 이렇게 멋진 전망으로 바뀐 곳에서 결투를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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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trinity church>

결투신청을 받은 자가 먼저 총을 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이미 소총도 있었지만, 명예로운 귀족 간 결투이기에 그들은 정확도가 매우 낮은 권총을 사용했습니다.

해밀턴은 사실 결투를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자식도 3년전 결투로 이미 죽었고, 살인을 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투입회인들에 의하면, 해밀턴은 당시 Burr의 머리보다 크게 위쪽의 나무에 총을 발사했습니다. 완전히 허공에 총을 쏘는 것은 결투신청인에게 또다른 모욕이 될 수 있기에, 맞추지 않을 의도로 적당한 위치를 겨냥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Burr는 분노가 너무 심했던 나머지, 해밀턴의 발사에서 그런 의도를 느끼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여튼 Burr는 정확히 해밀턴을 겨냥해 발사했고, 총알은 골반을 뚫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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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trinity church>

치명상을 입은 해밀턴은 즉시 쓰러졌고, 후송되었지만, 다음날 가족들 앞에서 사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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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trinity church>

해밀턴은 뉴욕트리니티 교회 묘지에 안장되었습니다. 그는 이 교회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었고, 공교롭게도 이 교회는 바로 월스트리트의 입구에 있습니다. 미 재무장관이었던 그에게 어울리는 위치로 생각됩니다.

Burr는 살인죄로 기소되었으나, 누구도 재판을 시작하지 않았고, 결국 남은 부통령 임기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는 퇴임 후 프랑스로 건너가 나폴레옹에게 미국을 공격할 것을 청했지만, 나폴레옹은 개인적 원한으로 인한 전쟁은 불가하다고 거부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여튼 현재의 시각에서 보기에는 참으로 공허한 죽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1800년에 미국 부통령과 전직 미 재무장관의 권총 결투가 있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습니까? 그것도 화해로 마무리되지 않고, 해밀턴의 죽음으로 끝났습니다.

현재의 기준으로 볼 때, 이 결투의 결과는 불과 48세에 불과했던 해밀턴에게 참 공허한 죽음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당시로는 명예로운 죽음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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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목숨이 남아났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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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타까운 일이지만, 당시에는 귀족들의 명예를 지키는 풍습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미국 동부는 결투 풍습이 빠르게 사라지던 중이었고 실제 죽음까지 가는 결투는 드물었는데,

결투였지만 결국 살인한 Burr부통령은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처벌 안받은게 다행이었죠.

유럽에서 유래한 펜싱을 생각해보면, 그들은 오래 전부터 장검으로 결투를 했다고 합니다. 총으로 바뀌고 나서도, 병사들의 총인 소총 대신 정확도가 낮은 권총을 선정하여 결투를 하곤 했다 하네요.

프랑스 정치인 중에는 22번 결투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ㄷㄷ 달타냥이 삼총사에게 결투를 청하던 때가 17세기초더군요.

결투 룰도 상당히 복잡한 경우가 많더군요. Bang같은 결투 보드게임을 보면 룰이 꽤나 복잡합니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많이 어색한 풍경이지만, 한편으로 보면 다이다이로 끝내는 것이, 연좌제로 가족까지 몰살시키던 우리네 정치와 비교해보면 어떤 측면에서는 나은 점도 있는 것도 같고 애매하네요.

여튼 결투 풍습 때문에, 좀 더 말을 조심하고 되도록 칭찬하는 서양문화가 생겨나는데 기여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_^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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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야 당연히 그렇겠지만, 적도 가려서 둬야 하는 것 같네요.
해밀턴이 허망하게 죽은 것은 Burr같은 치사한 정적을 둔데서 비롯된 듯싶습니다.

“먼저 해밀턴의 시아버지는 Burr에게 상원의원의 직위를 잃었습니다.”
‘시아버지’ 바로잡아야 할 듯.

네 "장인"으로 고쳤습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편한 휴일 보내세요.

우리나라 근대사 역사도 다 까먹는데 외국역사는 ㅎㄷㄷ합니다..

네 우리 역사보다 사실 조금 더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은 것도 같습니다. ㅎㅎ
우린 근대가 사실 너무 짧죠.
(비록 제가 어릴때는 많이 즐겼지만) 학생들에게도 2천년 전의 중국이야기인 삼국지를 권할게 아니라, 근현대에 잘나간 국가들의 역사를 좀 더 가르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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