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Light] 김교석, <아무튼, 계속>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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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엔, 여가 시간이 나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풍경을 좀 바꿔보려고 한다. 애연가의 금연을 위해서 주전부리나 담배 대용품이 필요하듯이, 핸드폰 말고 손에 뭔가를 쥐고 있어야 못된 버릇을 고칠 수 있을 것 같아서 작은 책을 손에 들기 시작했다.

 일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아무튼’ 시리즈는 한 손에 딱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의 책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리즈 에세이다. 근처 도서관에서 아무튼 시리즈를 5권 빌렸다. 육아와 씨름하면서도 이틀에 한 권 꼴로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책 크기도 작고 글의 분량도 적어서 부담 없이 읽기 좋다. 읽은 책들을 차근차근 소개하려고 한다.


일상의 루틴을 지키려는 자의 몸부림



 <아무튼, 계속>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과 ‘오늘과 다를 것 없는 내일’을 지향하는 사람이 일상의 루틴을 지키려는 노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 김교석에겐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가 행복의 원천이다.

 그는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 수영을 하고, 퇴근하자마자 화분 관리와 집 정리를 한다. 시즌마다 꼬박꼬박 야구와 NBA 농구를 보고 매년 봄에 영화 <4월 이야기>를 본다. 일상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회식은 되도록 피한다.

 일상의 항상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업무나 학업에 필요 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으며, 요일별 해야 할 집안일들, 예컨대 날씨가 좋은 주중 저녁에는 햇빛 건조가 필요 없는 수건을 빤다는 식의 루틴들을 매뉴얼화 하는 것이다. 모두, 평온한 일상을 위협하는 예외 상황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방법들이다.


 청소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 ‘20분의 법칙’을 제안한다. 20분의 법칙은, 긴 시간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최소 20분은 옷만 갈아입고 무조건 집 안 정리를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꽤 유용해 보인다. 청소든 빨래든, 집안일이라는 건 한 번 쌓이기 시작하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만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매일 20분씩 루틴대로 움직이면 저자가 최고의 상태로 꼽는 ‘체크인 한 호텔방’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혼자 살 때 가능한 얘기다. 아이의 존재는 ‘20분 법칙’을 무력화시킨다. 시간 당 20분씩 움직여도 집안이 말끔히 정리되는 건 불가능하니까.

 식물과 함께 하는 일상에 대해서도 힘주어 이야기하는데, 저자는 일상의 관성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일이라면, 느리고 불편하고 힘이 들어도 반복해서 그 일을 해간다. 일상의 평온을 깨뜨리지 않는 방법, 자신이 일상의 관성을 누리는 경험들을 열거하더니, 나중에는 일상의 관성을 꾸준히 지속했던 스포츠 스타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일상을 보통의 나날처럼 계속 유지하려는 저자의 일관성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와,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역시 행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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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일상의 항상성을 그토록 굳게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그가 싱글이기 때문이다. 책날개 저자 소개란에 보면, 그는 아무 일없는 평온한 일상이 유지되기 위해서 관혼상제와 같은 책임을 유예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거의 병적으로 일상이 불쑥 끼어든 어떤 일로 흐트러지는 걸 싫어하는 이상, 그의 결혼은 요원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생활과 아이를 낳는다는 건, 내 삶에 누군가가 불쑥 끼어들어 헤집고 다니는 걸 서로 허락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계속>은 내 일상과는 굉장히 동떨어진 라이프 스타일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와 다른 삶을 지향하는 한 사람의 굳건한 신념은 흥미를 자아냈다. 나는 결코 하고 싶지도, 할 수도 없는 일을 관망하는 자세로 지켜보는 즐거움이랄까. 뭐 그런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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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쏠메님 글이네요 ^_^

절제된 삶이라고 해야할까요. 일상의 관성, 일상의 항상성... 배울 부분도 있고 입이 떡 벌어지는 부분도 있네요. (외출하고 돌아와서 20분간 정리하는 루틴은 오늘부터 저도 실천해볼까봐요. 딱 들어온 순간에는 괜찮은데 좀 쉬고 늘어지다보면 집안일이 정말 귀찮아지곤 하더라고요.

최근 강의를 듣다가 작가 김유라님이 아이셋 키우면서도 하루의 가장 일순위가 책읽기였기 때문에 독서를 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솔메님의 핸드폰 내려두고 작은 책 곁에두기 전략은 좋은 선택인 것 같아요 :D

네 다른 일들로 분주해서 이곳엔 간만에 글 올렸네요. 사람마다 알게 모르게 일상의 관성을 가진 부분이 있지요. 전 아이 재우고 책상에 앉아 글쓰는 것이 나름 맘에 드는 관성이었는데, 들썩이는 연말을 지나면서 그 루틴이 깨져버렸네요. 아이와 함께 잠드는 밤이 많았어요ㅎ

책은 가까이 둬야 손이 가더라구요. 요샌 애들하고 놀때도 작은 책을 주변에 둔답니다. 일상에서 고물님이 지키는 좋은 루틴들이 올 한해 빛을 발하길 바랍니다~~^^

고물님이나 메이트님이나 이미 치열하게 살고 계심에도 스스로 채찍질하시네요? 반성......

찰싹 찰싹~~ 따가운 채찍ㅋㅋ

거의 매일 꼭 해야하는 어떤 일 앞뒤로 더불어 해야할 일을 붙여두면 제법 좋은 일상이 되더군요. 하루를 습관처럼 살 수는 없지만, 그리고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지만, 부분적으로는 그런 루틴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매일 해야할 일 앞뒤로 할 일을 붙이는 거 좋은 방법이네요. 예컨데, 대변 볼 땐 꼭 책을 들고 들어가서 몇 페이지라도 읽기~ 뭐 그런거 말이죠?ㅎ 새해엔 루틴을 많이 만들어볼까봐요^^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ㅎ

저도 공기좋은날엔 보일러끄고 창문열고 나가서 환기시키고 들어올때 싹 한번 쓸고 바닥 닦고 보일러틀어요.. 그러니 몸에열도 나고 딱 좋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

고참님, 건강을 위해 좋은 루틴을 갖고 계시군요.ㅎㅎ 이 책의 저자처럼 모든 일상을 루틴으로 채우면 정말 어제와 별다를 것 없는 오늘을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아요. 근데 그게 행복할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ㅋ

오 좋은 방법이네요. 저도 20분 ㅎ 실행해야겠어요. 오늘은 일단 분리수거 부터 비우고 설거지를 하면 20분 가겠군요.

습관이 된다면 20분 법칙은 꽤 유용할 거 같아요.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ㅎ

스마트폰 속에 어지간한 정보는 다 들어 있다 보니 책읽기를 소홀히 하게 되네요.. 차분히 앉아서 독서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겠습니다. ^^

스마트폰을 통해 흘러가는 시간이 어찌나 많은지요. 아예 버릴 순 없으니 어떻게든 대안을 생각해야 할 듯요^^

마침 아무튼 시리즈 중 한 권을 사서 다 읽은 참인데, 나머지 네 권은 어떤걸 빌리셨을지 궁금하네요:)

도서관에 남아 있는 책들 가지고 왔지요.ㅎ 나머진 방콕, 잡지, 택시, 게스트하우스 요렇게 빌렸어요. 방콕과 잡지는 다 봤구요, '택시' 무척 기대하고 있답니다. 지금까지 4권 정도 읽었는데, 전 망원동이랑 방콕이 제일 재밌었어요. ^^

어느새 매니아 되시겠어요. ㅋㅋㅋㅋ 놀랍게도 제가 산 책과 겹치지 않는군요. 잡지는 저도 사서 볼 생각입니다. :)

그렇군요. 혹시 피트니스 사셨는지ㅎ
잡지는 다른 책보단 소소였어요. ^^

피트니스도 있었군요. ㅋㅋ 전 비건을 샀어요. :)
저자가 다 다르다보니, 약간의 복불복이 있다고들 하더라고요.

매일 운동과 책읽기, 글쓰기를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강인한 체력으로 책 많이 읽으면서 좋은 글쓰는 사람이 될거에요~ 쏠메님처럼~^^

와우~ 팥쥐님이야말로 바르고 건강한 생활의 대명사시군요ㅎㅎ 조만간 콩쥐가 되시겠어요ㅋㅋ
저도 좋은 글쓰는 사람이 되겠어요^^

쏠메님 오랫만입니다^^
20분의 법칙은 말씀하신대로 아이가 있는경우 불가능하죠 ㅎㅎㅎ
싱글이기에 모든게 가능한 듯 싶네요^^

네. 이제 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ㅋㅋ
싱글이었대도, 전 그렇게 못 살았지 싶어요ㅎ

저도 일상이 계속 유지 되는 걸 좋아해요.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일상이 유지 된다는 게 행복인 것 같아요.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그런 긴장감도 싫으신 건 아니시겠죠?ㅎㅎ 일상이 물 흐르듯 흐르는 상태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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